달러의 추락은 끝이 없어 보인다. 어느덧 몇 년에 걸쳐 하락세를 가져온 달러이기에 별로 놀랄 일은 아니지만 최근의 추세는 달러의 가치를 주요 통화에 대해 역사적 최저점 이하로 끌어내리면서 단순한 환율문제를 넘어서 세계경제의 먹구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율은 무역과 자본의 두 가지 흐름에 의해 결정된다. 우선 무역에 있어 수출이 수입보다 많으면 들어오는 외국돈이 많아져 그 나라의 통화가치는 오른다. 또한 자본의 흐름면에서 보면 외국인이 그 나라의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를 하면 외국돈이 들어오면서 그 나라의 통화가치를 높인다. 반면에 그 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투자를 많이 하면 외국돈을 많이 필요로 하면서 그 나라의 통화가치가 떨어진다.
이런 맥락에서 달러의 하락현상을 설명해보면 우선 무역 면에서 미국은 수입이 수출보다 많아 환율이 하락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설명은 미국의 경우에 충분치 않다. 미국은 만성적자국이기 때문에 달러가치는 떨어지기만 했어야하는데 강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러화 하락현상은 자본의 흐름으로 설명되는 부분이 더 크다. 무역적자로 인해 외국으로 나간 달러가 외국인의 미국자산에 대한 투자로 다시 돌아 들어오면서 달러가치의 균형을 이루는 구조가 그 동안 미국 달러가치를 결정하는 수요 공급 구조였기에 최근의 달러화 하락현상은 바로 외국인의 대미자본투자가 줄면서 가속화되는 측면이 더 크다는 것이다.
외국인의 대미투자가 주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미국의 주택시장침체와 이와 연관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그리고 이로 인한 신용경색이 꼽히고 있다. 이러한 여건으로 미 경기침체의 위험이 있어 이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미국 부동산, 채권, 주식이 외국인에게 인기가 없어져 대미 투자가 줄어드는 것이다.
여기에다 경기침체를 막아보고자 이자율을 낮춰 미국의 이자율이 다른 국가들의 이자율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돼 투자수익률마저 낮아지고 있어 미국에 대한 자본투자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무역적자는 계속되는데 이를 메워주는 미국으로의 자본투자는 줄어들고 있으니 국제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줄고 공급은 늘어 달러의 가치는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달러화 하락은 다른 국가에게 해당되지 않는 제 3의 요인이 있다. 달러의 세계 결제통화 기능이다. 2차대전 후 세계무역증진과 경제발전을 위해 창설된 IMF에서 세계의 통화로 달러가 지정되었다. 당시의 미국의 경제력과 전쟁 후 막대해진 서방세계에서의 정치력으로 달러의 국제통화가 인정되는 것은 당연했다.
따라서 세계무역에서 달러는 기준통화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모든 국가가 달러를 항상 일정량 보유해 왔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달러 보유고가 그 국가의 국제사회에서의 경제력과 동일시 되기까지 해 필요이상으로 보유하고자 하는 국가들까지 있어 왔다.
그런데 지난 10여년간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들이 급성장하고 통합된 유럽이 체제를 안정시켜 나가면서 미국 편중의 국제 경제 질서가 다변화해져 달러의 국제통화로서의 존재가치가 서서히 잠식돼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 달러에 대한 외국의 국제통화로서의 보유수요가 줄어들게 되었고 이는 바로 달러의 가치하락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렇게 보면 현재 달러화 가치하락은 외국의 값싼 상품에 의한 무역적자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미국의 문제, 즉 한편으로 미국의 경제에 불확실성과 또 한편으로는 미국의 국제경제에서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이 줄어든 데 기인한다고 하겠다.
따라서 달러화 가치하락의 반전은 무역적자개선보다 주택거품 붕괴의 후유증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이로 인해 파생된 금융시장의 문제가 해결돼 다시 미국이 세계경제의 중심국으로 신뢰를 인정받아야만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투자손실을 과감히 정리해 더 이상의 불확실한 의구심을 없애는 노력이 최선이며 불투명한 회계로 문제를 축소하거나 섣부른 경기부양책이라 하여 잘못된 투자를 구제해 준다든가 하는 식의 미봉책으로 대충 넘어가려하면 더 큰 위험에 직면할 것이고 달러화는 끝없는 추락을 감수해야할 것이다.
한마디로 달러의 하락은 미국이 외국의 눈에 투자위험국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이에 따라 달러의 국제통화로서의 자격마저도 의심받는다는 징표이다. 미국의 세계 경제 리더로서의 신인도가 도전 받고 있다.
최운화 커먼웰스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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