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성 파인리지 모기지
요즘 주택시장은 바이어의 마켓(Buyer’s Market)이라고 하는데 이는 시장에 매물로 나온 주택매물이 즐비한 시장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바이어의 마켓상황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주택을 팔려고 하기 때문에 주택구매자의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구매대상들이 다양해진 것은 물론 종전에 비하여 가격협상에 있어서도 매우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주택시장이 명실공이 ‘바이어의 마켓’이라는 것은 여러 데이타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지난 9월중 기존주택의 매매는 지난달에 비해 8%가 감소하였고 1년 전과 비교해 볼 때 19.1%가 감소하여 지난 8년간 가장 낮은 매매 성사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매매가 부진을 면하게 되면 시장에 나온 주택매물은 증가하기 마련인데 9월말 현재 주택재고량은 10.5개월로 크게 늘어난 상태이다. 상황이 이정도로 악화되자 지난 3분기 중 비어있는 주택들의 숫자가 크게 늘어났는데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비어있는 주택 수는 총 2백7만 채로 작년에 비하여 7%가 증가했다.
주택매매의 하락세와 이에 따른 주택재고의 증가는 주택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9월 중 기존주택 중간가격(Median Price)은 지난 12개월 동안 4.2%가 하락했다. 또 지난 화요일 발표된 케이스쉴러 주택인덱스(S&P/Case-Shiller Index)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 10개 주요도시의 주택가격지수는 지난 12개월간 5%가 하락해 지난 1991년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이처럼 주택재고가 크게 증가하고 주택가격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바이어의 마켓’인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정작 주택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선뜻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즉 ‘바이어의 마켓’이라는 것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부동산을 투자의 측면에서 접근할 경우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투자논리는 간단하다. 부동산을 통하여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요즘처럼 시장상황이 유리한 때를 이용하여 부동산을 싸게 매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입장은 바로 이러한 투자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요즘에는 리스팅가격에서 5~10%정도는 싸게 살 수 있는데 이는 60만 달러짜리 주택을 구매할 경우 3만 달러에서 6만 달러정도에 해당하는 주택융자를 덜 얻게 되는 것으로 30년고정이자모기지의 이자율이 6.125%라고 한다면 연 4,000달러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는 셈이 된다. 또 주택가격의 경우에 있어서도 조만간 조정국면을 벗어나 상승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볼 때는 주택매물이 시장에 즐비하게 나와 있어 선택의 폭이 커졌고 가격도 종전에 비하여 크게 낮출 수 있으며 모기지이자율 역시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요즘의 상황이 부동산 구매의 적기이다.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주택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는 계속 악화일로에 서있는 주택시장의 슬럼프 그리고 주택모기지의 부실화에 따른 여러 가
지의 부정적인 소식들이 아마도 우리들로 하여금 주택구매를 투자의 논리로 접근한다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도록 만들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몇 년 전까지 불어 닥쳤던 주택열풍(熱風)과 함께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였던 것도 투기적 시장 환경을 조성시키는 긴박감이나 리스크도 불사하려는 심리 등 정서적인 변수들이 결정적으로 작용하였다는 점이 간과될 수는 없을 것이며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주택시장의 침체와 모기지부실화 현상은 이에 따라 나타나는 불가피한 결과이다. 주택을 투자대상으로만 접근할 경우 실제적으로 여러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격상승을 계산할 때에도 주택을 관리하거나 개보수 하는 데에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들을 간과하기 쉽고, 또 소득공제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부동산세가 공제혜택의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또 주택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지만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은 염두에 두지 않기도 한다.
유명한 예일대학의 경제학자인 로버트쉴러(Robert Shiller)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한 때는 2차세계대전직후, 1990년대말 그리
고 최근 5년간의 경우에 불과하며 이러한 시기들을 제외할 경우 물가상승을 감안 시 미미한 가격상승에 그쳤다고 한다. 작금의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주택가치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도모시키고 있다. 즉 ‘우리들이
생활하는 공간(Place to live)’이라는 측면에서 주택소유가 우리들에게 제공하는, 돈으로만 계산할 수 없는 여러 무형의 혜택들에게 눈을 돌리게 한다.힘들고 고단한 이민 생활 속에서 내 집 마련은 경제적인 안정을 어느 정도 성취하였다는 의미 이상의 커다란 정서적인 만족과 안정감을 제공한다.
더 이상 어린 자녀들이 시끄럽게 뛰어 다녀도 아랫 층에 사는 이웃으로 부터 불평을 듣지 않아도 되며 벽면 여기저기에 흠집이 생겨도 벌금을 물지 않아도 되고 또한 더 이상 갑작스럽게 오른 렌트비 때문에 이곳저곳 옮겨 다니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쉽게 간과될 수 있으나 우리 모두에게 있어서 매우 소중한 가치들이 되살아날 때 보다 건강하고 합리적인 주택구매와 소유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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