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예측이 어렵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말하는 것이다. 누가 그랬나. 어쩌면 하나님조차 고개를 흔드는 게 한국의 대통령 선거라고 한 게. 불가측적의 요소만 지배한다. 그게 한국의 대선이다. 그래서 나온 우스갯소리겠지만.
대세는 일찌감치 기운 것 같았다. 야당 후보 지지율 합계가 60%를 훨씬 넘었다. 경선 이후도 그렇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지지율은 계속 50% 이상을 유지해 왔다. 그러니 어쩌면 싱거운 선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게 그런데 뭐가 뭔지 모르게 되면서 질문은 원점을 다시 맴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일까.
이명박 질주로 대선 레이스가 일방적으로 펼쳐질 때에도 ‘글쎄 그게 아닐 껄…’이란 시각은 존재해 왔다. ‘11월의 추억’ 때문에서다. 막판 한 달은 선진국의 1년과 맞먹는다. 한국의 대선과 관련해 정설로 굳어지다시피 한 얘기다.
마지막 한 달 동안 무슨 일이 날지 모른다. 한국의 정치의 현실이다. 계속 잘 나갔었다. 그러다가 11월에 일이 터진다. 그리고 판세가 뒤집힌다. 지난 1997년, 2002년의 선거 결과다.
DJP 연합 성사에 이인제 변수가 발생했다. 노무현-정몽준과의 단일화가 이루어졌다. 게다가 김대업을 통한 흑색선전이 기승을 떨었다. 그 상황에서 역전이 이루어지고 이회창은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게 ‘11월의 추억’이다.
이번 대선도 결국 ‘11월 추억’에 함몰되고 말 것인가. 11월 들어서기가 무섭게 대선 정국이 요동치면서 나오는 질문이다.
태풍예고의 제 1탄은 BBK 전 대표 김경준의 귀국 결정이다. 제 2탄은 여권의 후보단일화 가능성이다.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그 시너지 효과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대 변수는 이회창 출마론이다. 벌써부터 보수 우파진영은 내란에 말려들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 경우 표가 갈리는 건 불문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BBK 수사 결과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한 증언이 계속 나온다. 그런 네거티브 캠페인의 호재가 없는 것이다. 거기다가 여권은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고….
‘11월의 추억’이 이번에도 결정적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명박은 끝난 것인가.
“대통령 선거는 시대정신을 선택하는 행위다.” 대통령 선거에 대한 교과서적인 정의다. 이 정의, 다시 말해 ‘시대정신의 선택’이란 점과 관련해 볼 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선거는 벌써 끝났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이회창은 ‘11월 변수’에 번번이 무너졌나. 그렇게만 볼 수 없다. 시대정신 구현에 뒤졌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 인기가 말이 아니다. 도무지 영이 서지 않을 정도다.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러나 지역구도 타파를 외쳤던 노무현은 2002년의 시점에 시대정신을 가장 제대로 파악한 정치인이었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불가측의 요소만 지배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거의 항상 시대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는 후보가 이겼다. 97년의 김대중, 92년의 김영삼도 그랬다. ‘문민’은 오랜 군사정권 이후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이었다. IMF 상황에서 ‘중도개혁’은 역시 시대적 요청이었다.
2007년의 시대정신은 그러면 무엇인가. 그 정의가 어렵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그 윤곽이 잡힌다. 경제다. 50%가 훨씬 넘는 유권자들은 가장 최대의 이슈로 경제를 지적한 것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민주화 세력이, 한국형 진보좌파 세력이 주도한 정치 10년에 한국인들은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게 됐다. 이 이념과잉의 정권하에서 경제는 망가졌다. 교육도 무너졌다. 그리고 안보는 위태로워졌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시대정신의 변화와 함께 한 가지 불변적인 요소도 형성됐다. 시대변화가 가져온 현상이다. 쿠데타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다름 아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의 이회창 출마론은 정당제도를 무시한 쿠데타적인 발상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본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인가. 예측이 여전히 어렵다. 그렇지만 굳이 베팅을 하라면 아무래도 이명박 쪽이 아닐까 싶다.
한국의 대선을 지배해온 건 ‘11월의 추억’이란 정치공학이 아니다. 시대정신이다. 그 시대정신에 기대를 걸어서다.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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