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朴 달래기-昌 설득’ 총력>
최고위원 긴급회동..朴.昌 만나겠다
이재오, 昌 자택서 2시간동안 기다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두 전직 당수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해서는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출마의 뜻을 접어달라는 호소를,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는 당 화합에 협조해 달라는 당부를 하고 있는 것.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대의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하며 대권 고지를 눈앞에 두는 듯 했으나 이 전 총재의 출마설로 인해 자칫 대세론이 근본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상황인식에 따라 한껏 몸을 낮추고 있는 셈이다.
외견상 이 후보는 `잠재적 대선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이 전 총재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듯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박 전 대표 다독이기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심(朴心)’만 확실히 잡으면 이 전 총재를 자연스럽게 주저앉힐 수 있다는 이른바 `이박제창(以朴制昌)’ 전략이다.
지난 3일밤 강재섭 대표가 예정에 없이 당 최고위원들을 긴급 소집, 시내 한 식당에서 만찬회동을 가진 것도 이 후보의 이런 뜻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를 비롯해 안상수 원내대표, 이방호 사무총장과 최고위원 전원이 참석한 이날 회동은 명목상 `친박(親朴)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의 최고위원 임명을 축하하는 자리였지만, 사실상 이 후보가 최근 당 운영에 불만을 품고 있는 박 전 대표측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을 달래는 한편 이 전 총재의 출마설로 어수선한 당의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실제 이 자리에는 최근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아직도 경선중인 걸로 착각하는 세력이 당내에 있다. 이들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해 당내 분란을 일으켰던 이재오 최고위원이 참석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호남운하 자전거 탐방’을 위해 목포로 향했던 이 최고위원은 이 후보의 긴급호출을 받고 서울지역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석, 내 자신부터 부족함과 지나침을 반성한다고 밝힌 데 이어 만찬회동에서도 당의 화합을 위해 몸을 낮추겠다며 박 전 대표측에 거듭 유감을 표시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김무성, 김학원 최고위원 등 친박측 인사들을 중심으로 폭탄주가 몇순배 돌았으며, 이 후보도 막바지에 잠시 들러 이제는 최고위원들이 모두 당의 단합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일 밤에도 이재오 최고위원을 직접 불러 당이 화합해야 할 때인데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하더라도 듣는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해서야 되겠느냐며 호되게 꾸짖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 최고위원은 5일 오전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사과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와의 면담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한 핵심측근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후보측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으나 아직 구체적인 일정 협의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와 함께 지방에서 `장고’중인 이 전 총재에 대해서도 언제 어디서든 만나뵙겠다며 측근들을 통해 회동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타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 회동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막판 설득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명분을 쌓고 있는 것.
이 후보측 핵심인사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이날 중 귀가 계획이 없다는 이 전 총재측 설명에도 불구하고 밤 11시쯤 예고없이 서빙고동 자택을 찾아 2시간 가량 이 전 총재를 기다린 것도 이 같은 연장선상으로 해석됐다.
이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총재가 온다는 얘기도 있고 해서 말씀을 들으러 왔다. 무슨 말씀이라도 들어야하는 것 아니냐 면서 당 최고위원 자격으로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친박(친 박근혜) 측을 자극한 자신의 발언으로 불거진 거취 논란에 대한 질문에는 이 전 총재 집 앞이니 그 얘기는 하지 말자며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 전 총재의 출마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고 공세를 강화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나경원 대변인이 지난 4일 논평을 통해 당의 분열을 획책하고 정권교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시도는 반드시 역사와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핵심 당직자는 자신이 만든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나오는 것이 법과 원칙을 중시한다는 이 전 총재의 가치냐면서 결국 당에 누를 끼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형준 대변인도 이 전 총재도 현장의 비판 목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라면서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며 우회적으로 `출마포기’를 압박했다.
huma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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