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를 목전에 두고 지금 한국에서는 후보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국민들의 관심과 열기가 날로 더해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선거가 아직도 1년이나 남았는데도 예비 후보자들 간의 공방이 시작된 지가 벌써 오래되었다.
대선 과정을 그저 흥미롭게 구경만 해서도 안되겠고, 또 많은 사람들이 선거 때가 되면 이 후보는 어떻고 저 후보는 어떻다고 얘기들을 많이 하지만, 사실 선거운동 등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일반인들로서는 자칫 선거가 강 건너 불구경이 되기 쉽다. 게다가 주어진 귀중한 한 표의 권리마저 행사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지도자를 선출하는 ‘대통령 선거’를 놓고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 있다. ‘팔로우어십’(followership)이라는,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말도 그가운데 하나가 될 것 같다.
지도자의 능력이나 자질, 또는 지도하는 수뇌부 자체를 가리키는 의미의 ‘리더십’(leadership)이라는 말에 우리는 아주 친숙하다. 대선 과정에서 흔히 “저런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을 하겠냐”는 등 지도자의 자격을 놓고 격론을 벌이는 것도 리더십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민주적 선거를 통해서 지도자를 선출한다는 것은 일단 지도자를 뽑고 나면 그 사람의 지도를 따르겠다는 합치된 의사표시 이기도 하다. 따라서 리드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이 있듯이 ‘따르는 사람들’(followers)에게도 갖추어야 할 자세와 의지와 행동이 기대되는데 이를‘팔로우어십’이라는 말로 표시할 수 있다.
이‘팔로우어십’이라는 개념은 기러기 떼가 열을 지어 하늘을 나는 것을 보면 잘 이해 할 수 있다. 이들이 정확한 간격으로 ‘ㅅ’자 모양을 이루면서 똑같이 날개 짓 하며 날아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자연의 신비함을 느끼지만 그 질서 정연함에서 리더십과 팔로우어십의 완벽한 조화와 협력을 볼 수 있다.
기러기 떼의 이동에는 반드시 리더가 있는데 다른 기러기들이 리더의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정연한 질서를 이룬다고 한다. 바람의 저항이 가장 심한 맨 앞에서 리더가 방향을 잡아 주면 이에 무리가 리더를 따르면서 도와주기 때문에 모두가 목적지까지 무사히 이르게 된다.
흔히 한국사회와 미주한인사회가 늘 어지럽고 불안했던 이유는 능력 있는 훌륭한 지도자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훌륭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지도자감’들은 많이 있었고 또 지금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런 사람들을 훌륭한 지도자로 성장시키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 많이 있어도 사회가 이를 제대로 길러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또 그렇게 성장한 지도자를 사회가 따라 주지 않는다면 역시 소용이 없다.
우리는 지도자로부터 많은 것을 요구하고 기대한다. 정치적 영도력과 경제적 통찰력, 안보의식과 통일철학, 결단력과 추진력, 도덕성과 성품 등등. 그러나 리더에 대한 이러한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는 ‘팔로우어십’ 또한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다.
물론 지도자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 중요한 기능이다. 사회구성원의 비판의식이 민주주의를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판과 아울러, 아니 그 이전에 지도자를 따르는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협조는 하지 않고 무능과 실책을 비난하기만 한다. 지도자를 뽑아 놓고는 이를 따르지 않는다거나 아니면 지도자를 뽑되 처음부터 따를 생각이 없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러기 떼가 일정한 대형을 이루면서 이동하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서 더 큰 양력을 발생시켜 작은 힘을 들이고도 먼 거리를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러기 떼가 날면서 “기럭기럭” 하며 우는 것은 앞서 가는 리더와 주위의 동료들에게 힘을 내라고 서로 북돋워 주는 소리라고 한다.
우리들은 지금 지도자 없는 사회를 스스로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모두가 일등 아니면 안 된다는 ‘일류병’을 앓고 있는 한 우리에게서 훌륭한 지도자는 나올 수 없다. 모두가 일등이면 모두가 지도자여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모두가 일등이면 모두가 다 꼴찌라는 말도 된다.
배우고 덕을 쌓은 지식인들일수록 리더와 팔로우어의 자리를 가릴 줄 알아야 한다. 명심할 것은 진정한 팔로우어가 없는 사회에서는 진정한 리더가 나올 수도 없거니와 필요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장석정 / 일리노이주립대 경영대 부학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