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인사회에서도 기부가 늘어나고 기부문화도 어느 정도 정착돼 가고 있다. 기부문화란 일시적이고 단기적이 아닌, 보다 전략적이고 책임감 있는 기부를 의미한다. 책임감 있는 기부문화가 더욱 활성화되고 이것이 주류사회에 알려져 ‘기부하는 민족’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된다면 한인사회 전체에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기부와 관련된 세금 혜택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손해를 보고 있는 한인들도 있다. 가족재단을 따로 설립하는 것 보다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에 가족재단을 세우는 것이 더 많은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직접 단체에 기부 하기보다는 재단을 통해서 하면 익명을 유지할 수 있고 추후에 다른 비영리단체로부터 수많은 기부요청 우편물을 받지 않아도 된다.
미주 이민역사 100여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의 노력으로 한인사회도 이제 많이 변화하고 먹고 살 걱정 안 해도 될 만큼 잘 사는 중산층도 형성돼 있다. 그러나 돈을 어떻게 벌었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씀씀이는 더욱 중요하다. 그만큼 기부하는 것은 어여룬 일이며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빌 게이츠의 경우 아프리카의 에이즈 감염율을 줄이는 것이 소프트웨어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사회적인 문제를 뿌리 뽑는 것이 어떠한 기업의 이윤추구보다 어렵기 때문에 목표를 향해서 조금씩 도달하는 것은 그만큼 큰 만족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같이 큰 문제를 근절할 수 있을 만큼 재정적인 여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빌 게이츠와 같은 억만장자만이 우리 사회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우리 한인사회를 시발점으로 간주하면 된다. 알다시피 한인사회에서도 100여 비영리단체들이 가정폭력이나 조기교육, 보건, 노동자 권리 등을 다루며 활동중이다. 이 단체들은 계속적인 인력난과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쉼터를 제공하고 노인들을 도우며 유권자 교육을 하고 있다.
한인이라면 적어도 한번쯤은 이들 단체의 행사나 우편물을 통한 후원요청을 받았을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행사를 통한 기금 조달에는 한계가 있다. 또 “기부금을 제대로 쓸지 믿음이 안 가서 못 주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답은 명백하다. 한 회사의 주식을 가진 주주가 회사가 잘 경영되는지를 확인하듯이 기부 자금을 잘 썼는지를 후원자로서 알아야 하고 단체들은 알려야 한다. 그래야만 비영리단체의 운영은 투명해지고 장기적으로 기부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다.
기부자 입장에서는 요청이 들어와야만 기부하기 보다는 어떤 종류의 기부금을 형성할 것인가(장학금 혹은 예술을 위한 펀드), 어떤 사회문제를 도울 것인가 , 또 어떤 단체들이 그 문제에 관여되어 있는가를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부기간(1년 혹은 3년등)과 용도(프로그램 중심 혹은 운영비)는 금액만큼이나 중요한 이슈인데도 거의 거론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재단(California Community Foundation)의 기부자중 하나는 이미 사후 어떤 단체들이 1년에 얼마씩 후원 받을지를 자세하게 유언장에 포함시켰다.
한인사회는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단합이 잘 되고 기부금도 수 없이 들어온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빨리 기부해서 빠른 효과를 기대한다. 하지만 이민법개혁과 같은 복잡한 문제의 경우 하루 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당장의 효과를 보채기 보다는 시간과 인내를 갖고 지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한인 비영리 단체들의 자금수요는 많다. 따라서 한인단체들이 한인사회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재단만 해도 1999년 이후 후원한 한인단체들이 30개에 달한다.
기부문화의 가장 큰 혜택은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를 조금이나마 가져온 당사자로서의 만족감(뛰어난 대학생 장학생이 몇년 뒤 판사가 되어 돌아왔을 때 같은)과 진정한 사회적 참여로 인한 자아 변화(기부자가 아이를 도와주면서 아이를 총해 감동 받는 것 같은)이다. 이런 성취감은 어떤 재산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조남주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재단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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