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의 어머니가 어린 맹자를 데리고 처음에는 묘지 근처에 살았는데 맹자가 장례를 하는 흉내를 내면서 놀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이사를 간 곳이 시장 근처였는데 이번에는 장사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또 다시 이사를 해서 학교 근처에서 살았더니 맹자가 주야로 글을 읽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유명한 ‘맹모삼천지교’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맹자의 어머니가 자녀 교육을 위해 정성을 들였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교육에서 환경, 즉 사회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강조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람을 하나의 나무에 비유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환경은 나무의 자연환경에 해당한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햇볕이 나고 춥고 어두운 자연환경이 한 그루의 나무에 큰 영향을 주듯이 사회환경은 우리에게 그런 영향을 준다.
사람이 태어나서 어떤 사람으로 자라느냐 하는 것은 교육에 달려 있다. 사람은 그저 자라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르쳐서 기르는 교육을 통해 사뭇 다른 사람으로 자라난다. 어떤 사람은 세계적인 예술가, 일세의 명장, 위대한 사상가가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마치 어린 나무를 기후와 토질이 좋은 곳에서 충분한 자양분을 공급해 주면서 정성어린 손길로 길렀을 때 큰 재목으로 쓸 수 있는 나무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훌륭한 인물이 되려면 우선 부모를 잘 만나야 한다. 재벌 부모에게서 큰 재산을 물려받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가정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현대인의 생활을 바꾸어 놓은 PC와 그 운영체계를 발명하여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빌 게이츠는 부모의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이다.
변호사인 아버지와 은행가의 딸인 어머니는 모두 지식인으로 항상 읽고 생각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습성이 몸에 배어 있었다. 이런 부모에게서 빌 게이츠는 창의적인 연구 태도를 배웠다고 한다.
스승을 잘 만나서 훌륭한 사람이 된 사람도 많다. 유명한 예술가나 사상가의 경우 누구를 스승으로 모시고 사사했다는 말이 반드시 나온다. 스승으로부터는 지식뿐 아니라 사상과 철학, 인생을 배운다. 소크라테스가 없었다면 플라톤이 있었겠는가 하는 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사회에 나와서는 선배나 상사가 모델이 될 수가 있다.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그 방면의 선배나 상사 중에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사회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는 결코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어린 나무에 아무리 거름을 잘 주고 열심히 보살핀다고 해도 폭풍우가 몰아치는 추위가 계속되고 햇볕이 들지 않는 어둠이 계속된다면 결코 잘 자랄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이처럼 환경이 나쁘면 자라나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교육을 해야 하는 부모와 스승, 선배와 상사들도 그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선거 때마다 금품 살포와 향응 공세가 판을 치면서 대학생들의 선거는 물론이고 초등학교의 반장 선거에서도 어린아이들이 향응 공세를 펴는 것은 이제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사회 지도층 사이에 학력 위조, 논문 표절,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고 아들이 아버지의 그림을 가짜로 만들어 팔아먹은 세상이니 이런 사회가 무엇을 교육하고 있는지는 분명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제 세계 각국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미래를 위한 교육투자에 한층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이번 대선에서도 교육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을 하고 있는 사람이나 대선에 나선 사람들의 이런 저런 흠을 볼 때 그것이 과연 교육적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정상에 우뚝 서있는 그들이 교육의 사표가 된다면 미래가 참으로 아득하게 보일 뿐이다.
개인의 장래가 교육에 달려 있듯이 나라의 미래도 교육에 달려 있다. 그 교육을 잘 하려면 사회가 모범적인 산 교육장이 되어야 한다. 말보다는 능력이 앞서야 하고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사람이 잘 사는 사회, 부정이 안 통하고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가 된다면 교육은 저절로 된다. 교육을 잘 하겠다면 그런 사회를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기영 /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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