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두 달 후로 다가왔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차기 대통령에 누가 뽑힐 것인가 하는 것은 중요한 관심사다. 나라의 향방과 민족의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국토나 민족의 생김생김을 보면 너무나 좋은데 사주팔자가 드세다. 우리의 자주 역사는 고조선으로부터 시작, 고대 삼국인 진한, 마한, 번한을 거쳐 홀로 버티다가 망한 고구려와 발해에 와서 끝이 났다. 그리고 신라와 몽고는 후견인인 당나라와 몽고에 의해, 이씨조선은 중국의 명나라나 청나라의 눈치 속에서 조공까지 바쳐가며 유지됐다. 그러다 끝내는 일본 군국주의 하에 나라마저 빼앗기고 식민지가 되고 말았다.
이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어져 온 남한의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에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판문점의 군사분계선을 표시한 노란 선을 넘어간 것은 지극히 상징적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첫 번째 방북을 할 때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아 비행기를 이용, 서해안을 통해 평양으로 간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분단된 우리 국토를 지나가기 위해 북한의 군부와 유엔 군부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비극적인 반도의 현실이다. 세계 최장의 냉전시대를 지나고 있는 대한민국은 강대국들에 의해 수렴 청정되고 있다. 핵문제에 관한 6자회담에 그나마 남한을 끼워주어 다행스레 여기고는 있지만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놓고 씨름을 하는데 회담의 주역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다. 말이 핵 문제이지 실은 앞으로 얼마나 손해를 보는 조약이 또 우리 민족 앞에 놓일는지 걱정이다.
외세에 기대어 온 남한은 경제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인건비로 노동자는 힘이 들고 사주들은 부의 축적으로 화려한 생활을 해 왔다. 국내의 인건비가 오르자 기업들은 임금을 절감하기 위해 한국인 노동자 대신, 외국에서 인력을 끌어들여 운영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남한은 점점 다민족 사회가 되고 있다. 더불어 남한의 우리말은 혼합되고 있고 이와 달리 북한은 아직까지 순수한 우리말을 지켜가고 있다.
북한은 하나의 민족, 단일민족으로 여전히 유지되어 오고 있는데 반해 남한은 점차 국제화 돼 가고 있다. 물론 세계가 국제화 시대라고는 하지만 어느 쪽이 좋은지는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문은 안에서 잠그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도 잠글 수 있다. 체제의 붕괴를 우려해 안에서 옆문을 잠근 북한이나 북한을 적대시하여 밖에서 북한의 대문을 잠근 강대국과 남한. 이제 그 문은 열려야 한다. 국토의 통일은 아니더라도 민족의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우리들 역사의 목적이고 후손들 앞에 떳떳해야 할 우리들의 과제이다.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에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이 늘 외세의 시달림 속에서 견디어 왔고 시달림을 견디다 못해 언제나 불평등 조약의 체결로 손해를 보면서 나라를 유지해 왔다. 일본은 외세에 눌려 맺은 불평등 조약을 몇 십 년이 아니라 몇 백 년을 거쳐서라도 샌프란시스코 조약과 같은 불평등 조약을 평등 조약으로 바꾸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2차 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은 일본의 보호를 미국에 맡기고 국방비마저도 국가예산에서 빠지도록 교묘한 교섭을 성공시켜 막대한 국방비를 경제 발전에 투입해 오늘날의 경제대국을 이루었다. 남북한의 국방비와 군사비는 세계에서 최고이다. 강대국은 아직도 남과 북의 이 막대한 국방비의 지출을 직·간접으로 요구하고 있으면서 남북한을 여러모로 약화시키는지도 모른다. 남과 북의 비극은 아직도 자주적이 되지 못하고 외세의 영향권에서 흔들리는 현실에 있다.
이번에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가 중요한 이유는 대통령의 확고한 정치철학과 신념이 국가와 민족에 번영과 통일의 기틀을 마련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의 정치적 결정의 판단과 시행의 우선순위는 국가와 민족의 향방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의에 의해 결정된 지도자를 임기동안에는 비판하기보다는 최대한 지지해 줘야 하기 때문에 그 이전에 선거에 임해 신중하게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여주영 /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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