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다보면 한국보다는 법원에 갈 일이 많이 생긴다. 교통위반 티켓에서부터 아이들이 학교에서 일어난 문제까지 미국에선 한국이라면 별로 큰 문제가 아닌 경우도 의외로 중하게 다루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한인들이 법원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오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이런 한인들에게 제일 먼저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보다 말을 아끼라는 것이다.
질문에 대해서만 간단히 답을 하고 절대로 묻지 않는 말에 대한 설명과 필요 없는 말은 하지 말라고 변호사들이 조언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억울함과 결백을 호소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몇 년 전에 민사소송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보험회사 측의 변호사가 피해자에게 “2002년 3월25일 11시께 1234 윌셔에 있는 병원에 간 적이 있습니까”하고 질문을 했다. 이 경우 대답은 3가지 밖에 없다. “예” “아니요” “기억이 안 납니다”이다.
그런데도 피해자가 “예, 닥터 김 병원에 요전 번에도 허리를 다쳐서 간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거기로 갔지요”라고 대답을 하게 되면 피해자 측의 변호사에게는 그야말로 악몽일 뿐만 아니라 사건은 엉뚱하게 풀릴 수 밖에 없다.
둘째로 법원의 모든 명령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판사는 법정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판사의 음성 크기나 억양은 판결 내용의 심각성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일반적으로 큰소리로 반복해서 강조를 해야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재판정에서는 어느 누구도 큰소리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판사의 명령은 곧 법인 것이다.
셋째로 변호사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 특정한 인종이기 때문에 유능한 변호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사건을 많이 다루었기 때문에 그 분야에 관한 한 유능한 변호사가 되는 것이다. 단순히 특정한 인종이기 때문에 사건 내용도 파악하지 못한 사람을 비싼 수임료를 내면서 선임해 가지고 우왕좌왕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연방 법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유능하다고 해서 텍사스에서 변호사를 데려왔는데 수만달러에 달하는 착수금을 1주일 만에 다 썼다고 구속돼 있는 사람에게 “당신 차를 팔아야겠으니 위임장을 써달라”고 하는 경우도 봤다.
물론 한인 변호사라고 다 유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어느 분야에서든지 오히려 외국인이 선호하는 유능한 한인 변호사들이 많이 있다.
선임하기 전에 꼭 이와 유사한 사건을 얼마나 취급했는지를 물어 봐야 한다. 또 선임한 변호사에게는 구체적으로 솔직하게 모든 걸 다 이야기해야 한다. 변호사에게까지 특정 사실을 숨겼다가 재판 때 사실이 나와서 변론도 못하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
법적으로 어떠한 사실이 중요하느냐, 안 하냐는 변호사가 결정할 일이며 전혀 중요한 것 같지 않은 사실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고 언어를 이해하는 변호사를 선정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통역을 요청하라고 강력히 권한다. 형사사건의 피의자는 영어가 자기의 모국어가 아닌 경우 누구든지 통역의 도움을 통해서 자국어로 헌법에 명시된 권리와 소송 절차를 들을 권리가 있다. 법정 통역관은 주 법사위원회에서 실시하는 공인 법정 통역사 시험을 통과한 법원의 직원으로서 피의자에게는 전혀 비용부담이 없다.
영어가 유창한 분일수록 통역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유는 “법률 용어는 생소하기 때문에” 또는 “통역하는 동안 대답을 생각하려고” 등등 이다.
한국어 공인 통역사가 많이 부족하므로 시간을 절약하고 싶으면 법정에 들어가는 즉시 통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정리(법정에 있는 셰리프)에게 알리는 게 바람직하다. 법정통역관은 법률적인 조언을 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데 간혹 통역의 도움을 받아서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분들이 있다.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경우 관선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병법에서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이 지혜는 법정에서도 꼭 명심해야 될 교훈이다.
박영집 공인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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