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도리스 레싱의 학력은 중학교 중퇴가 고작이다. 그녀가 88세의 나이에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독서’와 ‘홀로서기 연습’의 힘 때문이었다.
레싱 이전에도 대학 문앞에 가 보지도 못하고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조지 버나드쇼, 윌리암 포크너, 호세 사라마고 등 6명이나 있었다. 이외에도 학교 가방끈이 짧은 문학 작가는 부지기수다. 셰익스피어는 학교에서 정식으로 연극을 배운 적이 없다. 그는 연극장에서 극을 보며 연극에 대한 이모저모를 생각하고 홀로 글쓰기를 배워 나갔다. 제인 오스틴, 마크 트웨인, 조셉 콘라드, 찰스 디킨스, 월트 위트만, 아가사 크리스티, 잭 런던 등은 어떠한가. 하나같이 초등학교 이후에는 학교를 거의 다녀 본적이 없는 작가들이다.
가방끈이 짧아도 세상을 흔들어 놓은 사람들이 어디 작가 뿐이랴. 1959-2005년도 인물연감은 초등학교 자퇴부터 대학중퇴까지 학교는 제대로 다니지 못했지만 유명인이 된 사람 714명을 기록하고 있다. 그중에는 억만 장자 25명, 미국 대통령을 지낸 8명, 노벨 평화상 수상자 2명, 물리상 1명, 화학상 1명, 올림픽 금메달 수상자 7명, 오스카상 수상자 61명, 작가55명, 나이트 작위를 받은 27명, 미국에서 수여하는 최고 시민훈장 (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받은 사람 14명 등이 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세상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는 학교를 그만둬야 한다는 소리인가.아니다. 자아실현을 위해서는 가방끈이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라는 뜻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사회에서의 성공이 학교 재학기간과 반비례 한다. 즉, 학교에서 멀어질수록, 학교의 구속을 덜 당할수록 자아성취도가 높아진다. 이는 외적환경에 좌우되지 않고 알찬 내면세계를 확립해 홀로서기를 이룬 사람이란 뜻이다.
한편, 어떤 부류에게는 학교가 마약과 같다. 그들은 “무조건 유명학교를 졸업하면 교육을 잘 받았고 훌륭한 인물”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있는 ‘학교이름 중독증 환자’들이다.
학교는 어떤 곳인가. 30년 이상 교직생활을 지내고 1991년도 뉴욕주 올해의 교사상을 수상한 존 테일러 게토는 “학교는 학생들에게 명령을 따르라는 방법 외에는 진짜로 가르치는 것도 없으면서, 경쟁심만 자극해 학생을 바보로 만드는 곳이다. 제도주의에 빠져 주민 세금만 축내고 학생의 재능을 키우지 못하는 학교는 없어져야 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의무교육의 역사를 보면 그의 질책이 이해된다. 1852년께 시작된 미국의 의무교육 제도는 18세기 프러시아(지금의 독일)의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한다. 즉, “지식인 보다는 평민을, 지도자 보다는 추종자를, 뛰어난 자 보다는 다루기 쉬운 시민을 만든다”를 골자로 하는 ‘예스 맨’ 길들이기가 목표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였던 H.L. 멘켄은 1924년도에 미국 교육의 목적은 “개인의 지적 호기심과 독창성을 억제하여 모든 학생을 평준화함으로 지도자에게 순종하는 착한시민을 만드는데 있다”고 비판했다.
그 비판이 오늘날 까지 유효한 증거가 세계 41개 산업국 15세 학생 시험에서 미국이 수학 28위, 과학 27위, 읽기 23위에 머무는데 있다. 또한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학생수가 1만명에서 250만명으로 늘어나면서 학교를 회피하고 있는 것이 학교의 한계를 말해준다.
학교 이름, 특히 대학 이름이 장래에 붉은 융단을 깔아 줄 것이라 착각하고 대학 진학만이 목적인 학생은 배움 자체에 대해 갈증하고 자아 발견에 투자하기 보다 엉뚱한 것에 시간을 낭비한다. 한 예로 대학 지원시 봉사활동이 필요하다고 해서 적성에 맞지도 않는 병원, 도서관, 양로원에서 시간 채우기를 한다. 심지어 여리고성이 7일 동안 주변을 돈 이스라엘에 의해 무너 졌다고 해서 지원 대학 캠퍼스를 7일간 돌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보면, 요즘 대학 신입생 30%이상이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는 것이 놀랄 일이 아니다.
이름과 가방 끈 길이만 견주는 ‘학교 다니기’는 속은 비고 형태만 남아있는 교육 골다공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7일 아닌 7년동안 캠퍼스 주변을 맴돌아도 독창적 자아를 찾지 못하면 참된 교육이라 할 수 없다. 자신 속을 들여다 보라. 그 속에는 학교가 찾아 주지 못하는 수없는 보물이 감추어져 있다.
다니엘 홍 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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