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생활에서 가장 절박한 문제는 생존의 문제, 즉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일 것이다. 누구든지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다른 일은 생각할 여유가 없게 된다. 그런데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더 많은 부를 축적하려고 하고 축적된 부를 이용하여 더 나은 생활을 즐기려고 한다. 이리하여 문화생활이 향상되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의식주에 관해서 볼 때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우선 좋은 음식을 가려서 먹게 되고 옷을 입어도 단순히 추위를 막고 몸을 가리는 수단이 아니라 아름답게 꾸미고 품위를 높이고 신분을 돋보이게 한다. 또 집은 기거할 수만 있는 곳이 아니라 생활하기에 더욱 편리하고 호사스러운 기분을 주는 공간으로 만든다. 이와 같은 생활문화의 발전이 패션, 건축, 공예, 미술 등 예술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사람들에게는 생소했던 음악회, 오페라, 발레 등 대중예술이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생활화 되어 있었다. 구미제국에서는 일찌기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경제로 인해 부유한 상류층이 형성되었으므로 이같은 대중예술이 발달할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풍요를 누리는 부유층은 값비싼 골동품이나 미술품을 구입하여 즐기기 때문에 문화예술의 발전에 중요한 몫을 하는 셈이다.
역사상 어떤 나라나 어느 시대에 문화의 꽃을 피우는 것도 부의 축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먹고 살기 조차 어려웠던 시절이나 나라에서는 문화와 예술이라는 것은 사치에 불과할 뿐 도저히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반면에 부강했던 나라나 번영했던 시대는 큰 문화유산을 남겼다. 고대 아테네의 그리스 문화, 로마 전성기의 문화는 모두 번영의 산물이다. 현대에 들어와서 경제적 패권이 미국으로 넘어오자 미국이 현대의 대중문화예술의 중심국가가 된 것도 같은 이유이다.
한국은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가난한 나라였다. 따라서 문화예술이 발을 붙이지 못한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지난 40여년간 폭발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문화예술 분야가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리하여 한국의 예술은 이제 내수를 넘어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이른바 한류바람이라고 하는 것이다.동남아와 일본, 중국 등 인접국에서부터 불기 시작한 한류 바람은 러시아, 유럽을 거치고 지구를 한바퀴 돌아 미국에까지 상륙했다. 미국의 한류는 이제 한인이나 아시아계 뿐 아니라 주류사회를 파고들고 있다.
지난 2004년 뉴욕의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18개월간 공연하여 호평을 받았던 ‘난타’에 이어 지난 7일에는 ‘점프’가 공연을 시작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공연은 연간 20억 내지 30억원의 공연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보다 앞서 9월 14일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디 워’는 미국내 1,376개 스크린에서 3주일 동안 1,0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한국의 문화가 이제는 돈을 벌기 시작했다.
문화예술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 사업인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의 헐리웃에서 만든 영화는 세계의 구석구석에서 돈을 번다. 유명한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한편이 벌어들이는 돈은 웬만한 대기업의 1년 매출액과 맞먹는다.
피카소나 고흐의 그림 한장이 몇 천만 달러에 팔리고 있는 것을 볼 때 문화야말로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산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세계가 경제적으로 더욱 부유해 진다면 문화예술 산업은 더욱 떠오르는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 문화가 경제적 부를 토대로 싹이 트고 성장하지만 돈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돈과 재능, 즉 경제력과 창조력이 결합되어야 한다.
일찌기 백범 김구 선생은 자서전인 ‘백범일지’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는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면서 우리나라가 오직 문화가 높은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이제 우리에게는 그 문화강국의 길이 보이고 있다. 지금 불고 있는 한류 바람이 이 세계에서 더욱 힘차게 불기를 바랄 뿐이다.
이기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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