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지난 4일 LA에 도착, 미국을 순회하며 태권도 시범과 친선게임을 갖고 있다. 북한 선수들이 미국내에서 경기를 갖는 것은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또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북한의 초청을 받아들여 평양 공연을 하기로 하고 세부 공연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 이렇듯 남북 정상회담 시기와 맞물려 그동안 얼어붙었던 북미관계가 훈풍을 타고 있는 듯 하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정부에 의해 테러지원국과 적성국가로 분류되어 예술단이나 스포츠 등 민간 교류차원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미 국무부의 입국 불허로 양국간 교류가 불가능 했던 것이다.
이번 북한태권도 선수단 초청도 여러번 추진되었으나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무산 되었다가 최근 국무부이 입국을 허가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미주에 거주하는 동포들이 북한을 방문해 이산가족들과 해외동포로서는 첫 공식적인 상봉을 가졌다. 규모를 떠나 이같은 상봉의 성사는 그동안 막연히 제기돼 왔던 미주 동포들의 남과 북, 그리고 미국과 북한 관계에서의 교량적 역할을 구체화 시키는 계기가 됐다.
남과 북, 그리고 미국과 북한간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일은 생각처럼 쉽고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올해 미주 동포들의 북한 이산가족 상봉도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이뤄졌다. 이런 특수한 환경과 상황을 이해한다면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민간차원의 교류 확대를 위해 발 벗고 뛰는데 다른 쪽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많다. 미주 동포의 이산가족 상봉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자 처음부터 이루어지기가 힘든 일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문제가 생겼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한번 이라도 북한과 일을 추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들과의 협상 과정이 쉽지 않음을 실감 했을 것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해 일이 성사되는가 싶으면 생각지도 않은 이유로 일방적으로 대화가 중단되고 다시 물꼬가 트일 때까지 기다려야하는 일이 반복되기 일쑤이다.
이번 남북 정상의 만남에서도 북측이 일방적으로 회담 일정과 장소를 마음대로 바꾸는가 하면 김정일 위원장은 갑작스럽게 노무현 대통령에게 하루 더 묵으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북한과 우리의 체제와 사고방식이 얼마나 다른 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한쪽에서는 긍적적으로 평가 하는 반면 또 다른쪽에서는 올 대선을 겨냥한 것이며 정상회담의 파급력을 이용하여 레임덕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대통령의 의도라는 의견이 나오는 등 평가가 분분하다.
남한내에서만 평가가 분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속내도 복잡하다. 미국은 이번 정상 회담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지지의 뜻을 보였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한국이 미국보다 더 앞서 나가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즉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과 긴밀한 조율 없이 대북지원이나 평화체제 문제등 민감한 이슈를 치고 나갈 것을 우려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은 남북대화를 지지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관계정상화라는 같은 목표를 추구하지만 거기에는 6자회담이라는 과정이 존재하며 6자회담을 통한 비핵화가 이뤄진 이후에만 모든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한반도 문제는 남북간 양자관계에 머물 수 없고 주변 강국들의 이해관계와 얽혀있다. 이런 복잡한 역학관계 때문에 관계개선에는 인내가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민간 차원의 노력이 정부차원의 노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다.
지금 미국을 돌며 태권도 시범을 벌이는 북한 태권도 선수단과 평양을 방문해 연주회를 갖게 될 뉴욕 필의 역할은 정부 차원의 어떤 접촉 보다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미주 동포사회 차원에서도 이런 교류 확대를 추진하고 지원하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 져야 하리라고 본다. 비판을 위한 비판 보다는 따스한 격려가 뒷받침 돼야 함은 물론이다.
제나 추 / 변호사·평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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