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4명과 함께 새로 문을 연 식당을 찾았다. 본래부터 식당을 하던 곳이었는데 음식 종류를 바꾸고 실내 장식과 주방 시설도 이에 맞춰 리모델링 한 후 다시 문을 연 곳이었다. 공사 관계로 잠시 문을 닫는다고 하더니 ‘뚝딱’ 한달음에 시설 공사를 마치고 손님을 맞기 시작했다.
일행과 함께 자리에 앉았을 때만 해도 한산한 편이었다. 코스로 된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조금 있자니 손님들이 갑자기 밀어 닥치는 것이었다. 아마도 재개업하면서 대대적으로 내보낸 광고를 보고 찾아온 것들 같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순차적으로 나와야 할 음식이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밀어 닥치는 손님들을 소화할 능력이 없는 듯 했다. 종업원들을 채근해 어쩌다 나온 음식도 옆자리 갈 것이 온다든가 아니면 우리 테이블에 와야 할 음식이 옆자리에 가는 등 우왕좌왕이었다. 주문한 코스에 들어 있는 음식을 다 먹지도 못한 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 자리를 일어섰다. 밖에 나온 일행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 “다시는 이 식당 안 와.”
고객들은 좋지 않았던 경험이나 불만은 보통 22명에게 털어놓고 좋았던 경험은 5명에게 말한다는 통계가 있다. 또 업소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이를 업소에 대놓고 항의하는 사람은 단 4%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 나머지 96%는 그냥 침묵한다는 말이다. 어떤 고객 1명이 업소에 대고 불평을 했다고 하자. 이 계산에 따르면 같은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말을 안하고 있는 사람이 26명이나 더 있다는 얘기다. 5명의 일행이 업소를 나와 “다시는 이 식당 안 와”라고 입을 모았을 때 그 식당의 장래는 결코 장밋빛이라 할 수 없다.
새로 개업한 식당에 가 보면 예외 없이 손님들로 북적인다. 식당을 시작하면서 대대적으로 내보내는 광고 효과 때문이다. 광고를 통해 호기심과 침샘을 자극 받아 찾아온 손님들이다. 그런데 많은 업주들은 이런 ‘문전성시’를 ‘대박’으로 착각한다.
손님들은 업소 심사를 하러 온 사람들이다. 맛과 서비스가 마음에 들면 다시 오고 마음에 안 들면 발길을 끊는다. 입사시험 면접관보다 더 냉정하다. 그렇기에 손님들에게 면접 받는 기분으로 서비스를 해야 한다. 간단한 이치다.
결국 식당의 성공여부는 첫 발걸음을 한 손님을 단골로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전성시’신기루에서 빨리 빠져 나오지 못하면 업소 문 닫는 것은 시간문제다. 여름철 해운대처럼 손님들로 빼곡하던 식당이 얼마 후 가보면 철지난 바닷가 같은 썰렁한 경우가 적지 않다.
모든 업소들이 그렇지만 특히 식당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완벽한 준비를 한 다음 오픈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업소가 아니라 맛과 서비스를 파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업주들은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을 돈으로 환산해 조급한 마음에 서둘러 문을 연다.
식당 문을 열기 전에 빠져서는 안 될 과정이 있다. ‘리허설’이 그것이다. 한인타운에서 성공적으로 요식업을 하고 있는 업주의 조언을 들어 보자. “주인이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모두를 커버할 수는 없다. 자연히 종업원들은 우왕좌왕 한다. 따라서 반드시 오픈 전에 지인들을 초청해 리허설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리허설을 해 봐야 문제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밥 한 그릇 더 달라니까 밥이 떨어졌다는 대답이 돌아오는 밥집에 누가 다시 발걸음을 하겠는가. 한식이냐 아니면 일식이냐에 따라 서비스의 동선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개업해 본전 뽑기에 들어가자고 서두르는 조급증은 금물이다. 한달 서두르다 10년 먼저 문 닫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개업 전은 물론 개업 후에도 끊임없는 리허설이 필요하다. 손님이 집어가는 물건을 계산만 하면 되는 업소들은 표만 팔면 되는 영화관과 비슷하다. 매표원의 태도 때문에 영화를 보고 안 보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서비스를 파는 식당 같은 업소들은 연극무대에 비유할 수 있다. 관객과 배우의 교감이 절대적인 요소다. 오프닝 전에 단 한번 연습하고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가는 얼마 안가 막을 내리기 십상이다. 관객과 교감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리허설을 해야 한다. 10년 후에도 지금 간판으로 영업하기 바라는 업주라면 한시라도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yoonscho@koreatimes.com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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