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날 아침에 인천에 있는 한 알콜 치료병동에 입원해 있던 알코올 중독자 5명이 관리인 2명을 협박해서 병원열쇠를 빼앗아 철문을 열고 집단 탈출한 사건 기사가 크게 보도됐다. 하지만 정작 알콜 중독치유의 실상과 탈출의 이면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아서 아쉽다.
물론 추석날이라 집에 가고도 싶었을테고 그간 병원에 갇혀서 지내는 것이 답답했을 것이지만 분명 술을 마시고 싶은 육체적 및 심리적 갈망심리가 집단탈출 이면에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아마 탈출한 알콜 중독자들이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마음껏 술을 마시는 일이었을 것이다.
4년 전 받았던 상담사연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아버지가 술로 병원에 가신게 지금이 세 번째예요. 그 전 두 번 경우를 봤을 때 지금 퇴원하신다 해도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만 될 뿐 아버지나 엄마나 나나 별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아요. 면회 중에 아버진 진짜로 이젠 술 안 드신다고 맹세 하셨어요. 근데 전 아버질 못 믿겠어요. 그 전에도 그런 얘길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들었거든요. 원래 오늘이 아버지가 원하는 퇴원 날인데 전 끝내 병원에 안 갔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결국 아들은 아버지 성화에 못 이겨 퇴원수속을 했지만 아버지는 3개월 안에 다시 재발돼 네 번째 병원입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자의든 타의든 알콜 중독자가 술 마시기를 중단하게 될 때에 심한 금단증상으로 곤욕을 치르게 된다. 그래서 알콜 치료병원에 입원하면 금단증상 완화조치로 술 대신에 알콜 성분과 유사한 대체 약품들을 처방해 준다. 다시 말해서 병원치료는 육체적 및 심리적 안정치료를 하는 곳이지 중독증에 대한 전반적인 회복치유까지 제공하는 곳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인지 요즘 대부분 한인 알콜 치료병원에서는 상담과 12단계 회복모임까지 제공하고 있다. 병원 한 곳에서 원스탑으로 병원, 주거, 외래치료를 모두 제공하는 것은 집에서 일일이 환자의 술 취한 모습을 보지 않고 시달림을 당하지 않아도 되는 가족들에게는 편하고 좋아 보일 것이다.
하지만 알콜 중독자의 입장에서는 다르다. 회복개념에는 자유와 정상적인 생활 영위까지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치료라고 해도 마냥 갇혀만 있는 상태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의 심정은 긍정적인 희망보다는 부정적인 좌절감만 더 키울 우려가 있다.
또,모든 중독의 속성이 그러하듯이 한번 알콜중독에 처했던 사람은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이 평생 동안 조심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만성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안정과 회복진도에 따라서 치료과정에도 변화를 부여해야 좋다.
원래 중독증 치료는 병원치료에서는 1달 정도 안정치료를 제공받고, 주거치료에서는 3~4 개월간 병원치료의 후속조치와 외래치료로 가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게 되며, 외래치료인 12단계 그룹회복 모임에서는 2~3년간 장기적으로 참여하면서 중독되기 이전의 정상적인 생활로 되돌아가기 위한 여러 회복작업들을 하게 된다.
사회와 단절된 공간에서 병원, 주거, 외래치료를 모두 제공하면 그 안에서는 치료효과가 더 있어 보일지는 모르지만, 상담 사연에서와 같이 퇴원 후에 다시 재발될 위험이 많아서 알콜 중독환자가 정상생활로 복귀하는 데는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그 많은 알콜 중독자들을 가두어 놓고만 치료 할 수도 없다.
그들 모두가 한 인간이고 각 가정에서는 가장이고 자녀들을 돌봐 주어야 하는 부모들이므로 점차 가정으로 복귀시키는 재활치료가 더 효과적이다.
이해왕 / 선교사·한인 중독중회복 선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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