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살다가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고 또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고 평상시 몸이 비실비실하다 싶으면 비타민을 먹곤 한다. 이런 현상은 정신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나에게 갑자기 우울증이 온다든지,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다든가, 아니면 사춘기의 자녀와도 갈등이 온다든지 하는 경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때는 누구나 경험했겠지만 내가 스스로 아이들이나 남편을 변화시키기는 매우 힘들다. 만일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내가 카운슬링을 통한다면 얼마든지 다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카운슬러가 왜 필요한가? 가족 간에 스트레스를 줄인다든지, 내 자신의 스트레스를 줄임으로써 건강하고 밝은 가정, 밝은 생활, 그리고 내면에서부터 나오는 자신감을 갖게 되어 자신과 가정, 그리고 사회가 온전하게 설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이민생활에서 오는 갈등과 이질감으로 집집마다 보면 문제없는 사람이 없고 개인적으로 보아도 크든, 적든, 상처 없는 사람이 없다. 누구든 알고 보면 하나같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상처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건강한 방법들로 자연스럽게 누군가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털어놓고 위로받고, 격려 받고, 또 정서적인 지원을 받고 거기에 공감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된다.
그런 과정이 바로 힐링 프로세스(Healing Process)가 아닐까? 무슨 문제가 있을 경우 개인이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전문가의 도움 하에 자신이 같이 협력할 때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기인생을 펼칠 수가 있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런 것들을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가족 중에 누가 죽었다든지, 때로는 남편으로 인해 고통스럽다든지, 사춘기 아이 때문에 힘들다든지 할 때 꼭 장기적 테라피가 아니더라도 잠깐씩 가족 전체가 그룹으로, 혹은 아이만 데리고 가서 아이 따로, 부모 따로 카운슬링을 받는다. 이런 것들은 병리학이나 정신과적 병으로 보지 않고 일상의 한 부분으로 아무런 거부반응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한인 커뮤니티에 정신과나 심리 상담하는 전문의 중에 보험이나 메디케이드를 받는 의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 번의 상담에 최소한 150달러를 전후로 하는 이런 거액의 상담료를 지불하고 정신과적인 치
료나 상담을 받을 한인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어느 정도의 생활수준이 되지 않는 사람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다. 더군다나 상담이나 치료는 한 번에 끝나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몇 달 내지는 더 오랜 기간이 걸리는 영속성이 있으므로 그만한 돈을 내면서 계속적으로 간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우리 한인들은 머리 속에 어떤 심리상담에 정신과적인 치료를 집안의 정신병력 내지는 내력이라고 생각할까봐 두려워하는 면도 없지 않을 것이고 또 경제적으로도 그만큼 자유스러울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이런 절차를 피하고 그대로 방치하거나 스스로 고립되고 황폐해지는 생활을 할 수가 있다. 문제가 있을 때는 무조건 하고 심리상담 전문가에게 나의 통증이나 상처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배워야 되고 무엇이 이렇게 나를 만드는지 그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사람들은 때로 이런 문제를 놓고 교회만 가면 다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 만은 않다고 본다. 사람을 통해 얻은 상처는 인간들이 어울려 사는 바로 그 복잡한 사회에서 먼저 풀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남을 볼 때는 잘 지내는지 모르지만 그의 속은 어떻게 병들어 있는지, 고립되어 있는지, 어떤 상처로 눈물을 흘리는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들여다 볼 때 “내가 과연 행복한 사람인가” 하는 질문에 나는 무어라고 답할 것인가?
내가 행복하다고 대답할 수 없다면 ‘내가 왜 행복하지 못한가’ 원인을 찾아야 된다. ‘왜 그렇게 느끼지 못하나’ 그런 것을 찾아내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상담일 수 있고, 심리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일 수 있다.값비싼 상담료로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의 경우 우리 커뮤니티에는 다행히 찾아보면 거의 봉사에 가까운 저렴한 상담료로 상담하는 전문인들이 있다. 조그만 문제라도 계속 방치하지 말고 지금 당장 그들에게 달려가 마음의 문을 열어보라. 분명히 해답의 열쇠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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