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에 대한 의혹 제기 시기
삶의 존재에 대한 의구심가져
AP통신이 얼마 전 보도한 소식인데, 남미 에콰도르의 한 여인이 올봄 어느 하루 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러 들어갔는데, 거기서 얼굴, 머리칼, 체격 등 15세된 자기 딸과 너무나도 똑같이 생긴 여자 아이를 만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조사를 해보니 두 아이는 쌍둥이로 태어났는데 한 아이는 출산 때부터 제왕절개 수술을 해준 의사가 맡아서 키웠고 다른 한 아이는 산모가 키웠다고 한다. 그 의사가 산모에게 쌍둥이였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는지 주장이 각각 다르고 그로 인한 분쟁이 어떻게 귀결이 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오늘 우리가 화제로 삼고 싶은 사실은 단지 두 딸이 너무나도 닮았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 쌍둥이가 닮은 것이 무슨 그렇게 새로운 일인가, 똑같은 난자가 같은 남자의 정자로 인해 잉태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지 몰라도, 그 맨눈에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유전인자가 그 아이의 많은 부분을 이미 결정해 주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있는 일만은 아닌 것이다. 요즘은 유전인자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전되어 있어서 유전인자에 담겨져 있는 역사로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의 무덤의 진위를 가려낼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 말을 조금 더 진전시켜 보면, 단지 일란성 쌍둥이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사람이면 모두 유전인자가 있고, 그 유전인자라는 초정밀 자료 저장체제가 각 사람의 머리 색깔, 혈색, 체격, 또 나아가서는 우리의 모든 인체 내 장기의 기능과 크기마저도 결정해 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자료들은 어쩌면 인류의 첫 번 형성과정에까지 유래를 같이 한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그렇다면 보통 우리가 어떤 모습이 되나 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부분이 이미 수천 년 전부터 결정되어 있다고 하는 결론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지난 회에는 광대하기 그지없는 우주에 대해서 얘기했고, 그 광대함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깊어 갔나 하는 것과 우리 인류가 극히 근래까지도 이 방대함의 수억 분의 일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얘기했지만, 오늘 유전인자에 대한 공부를 통해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은, 우리의 시선을 조그마한 세계로 돌려도 그 속에도 우주보다 더 광대한 미지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고 더구나 ‘생명’이 있는 우리 자녀 하나하나는, 우주의 방대함에 떨어지지 않는 무한한 신비함을 가지고 태어나서 또 자라고 있다는 사실인 것이다. 우주 바깥쪽으로 시야를 돌려도 광대하기만 하고, 또 그 반대로 안쪽으로 생화학이나 입자물리학 쪽으로 시야를 돌려도 그 깊이가 무한하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사회학적, 정치적, 문화적, 역사적 등등의 복잡하기만한 생활의 다이내믹까지 배워서 익힌다는 것이 아무 것도 모르는 한 아기로 태어나서 그 짧은 시간에 온전히 적응된 성인으로서 성장하기까지에는 산보다도 높고 험하고, 바다보다도 깊고 험한 난관으로 대두하는 것이다.
다행이라고 할까 하나님의 조화라고 할까, 아이들 하나하나를 위해서 그 아이들을 목숨을 다해 사랑해 줄 부모를 예비해 주셔서, 그 아이는 그 부모의 전격적인 보호와 배려 안에서 성장하게 되지만, 인간은 다른 어떤 짐승들보다 이 보호를 받아야 하는 기간이 길어서, 만일 부모가 잠깐 방관할 때 그 아이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의 깊이는 광활한 우주의 블랙홀보다도 깊고 또 그 숫자도 하늘의 별보다 많이 산재해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자녀들이 이 모든 신비의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고 단지 어떤 형태이건 자기 나름대로의 건전한 방향으로 순응해 가게 할 수 있는 일종의 타협점과 이해선에 이르러야 한다. 그러나 우리 자녀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거쳐야 하는 사춘기라고 하는 큰 고비를 당하게 되는데 이때는 신체상의 변화가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리바꿈을 해야 하는 아주 거북하고 상처받기 쉬운 시점이고 익숙하지 않은 호르몬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강하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시기이다. 이런 과격한 변화 속에서 인생의 의미와 본인의 정체성에 대해서 가장 강하게 의혹을 제기하게 되고, 일단 의혹을 가지기 시작하면 인생이란 존재 자체가 의혹스럽기 그지없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아기간에는 아기들이 부모와 자기와를 아직 구별 못한다는 심리학자의 얘기도 들어 보았는데 심리적으로 아직 부모와 분리되지 않은 상태이고, 그 시절에는 흔히 안 보이는 것은 즉 없어진 것이라고 착각을 하는 것을 본다. 혹 부모가 눈에 안 보이면 아주 세상에서 없어진 것처럼 자지러지게 우는 것도 이때이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처럼 눈을 가렸다 떴다 하며 신기한 듯 웃는 것도 바로 이때인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과해서 개체의식이 확실히 자리를 잡은 후에도 대개 열 살까지는 웬만한 아이들은 자기 부모가 세상에서 최고인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아이가 바로 그 때쯤 학교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아빠’에 대해 쓰는 작문경연대회에 자기 아빠에 대해 쓴 작문을 읽어본 적이 있다. 그 착각의 정도는 아빠인 내가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터무니없던 자랑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너무 좋아할 수 없었던 것은 그러다가 곧 사춘기로 들어가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될 때 그렇게 자랑스럽기만 했던 부보에게서 느낄 수 있는 실망의 크기도 또 그만큼 클 수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모든 진리를 알고, 우주의 광활함과 또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세계의 깊이를 다 파악하고 있다면 자녀들의 인생의 여정의 길잡이가 되어주기가 쉽겠지만 인생의 가장 힘든 부분은 자녀 교육이 많은 경우 안타깝게도 장님이 장님을 이끄는 것과 같지 않을까. 더구나 비교적 아주 쉬운 운전은 면허를 받아야 하지만 이같이 복잡할 수 있는 자녀 교육은 아무 전문 훈련이 없이 당해 가면서 배워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들다고 생각되는데, 다음 주에는 이런 위험이 산재한 여정을 어떻게 잘 순항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황석근<미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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