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전에 들려주면 이중언어 ‘술술’
인간 내면에 오고가는 감정의 흐름을 전달하기 위해 우리는 말을 하고, 표정을 지으며, 제스처를 쓰고, 문자를 사용하고, 그림을 그리며, 음악을 만들기도 하고 듣기도 한다. 본능적으로 관계를 추구하는 인간,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삶의 필수 수단이다. 삶 전체가 신비이지만 특히 아기가 태어나서 말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경이에 가깝다. 순백은 다른 색을 빨아들이기 쉽지만 너무나 강력하게 침범당해 버리기도 한다. 순백과 같은 아기의 영혼과 마음에 최초의 타인인 부모는 언어라는 씨를 뿌림으로써 아기와 의사소통을 한다. 이렇게 배워간 의사소통 수단으로 아이는 자라서 학교도 가고, 성장하고 늙어감으로써 존재론적 사이클에 착실하게 대비하게 된다. 표현하는 기쁨, 전달하는 환희, 어떻게 가르쳐 줄 것인가?페어런팅지 9월호가 아기의 언어발달 도와주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출생 직후부터 뇌조직 발달
말·의미·문장 이해 가능
듣고 본 것 흉내내며 옹알이
책 읽어주면 두뇌발달 자극
과장된 표정·고음 등도 도움
■작은 머리 안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가?
태어나자마자 언어를 들음으로써 뇌 조직이 변화되기 시작한다. 급기야 몇 년 후에는 두뇌는 성능 좋은 컴퓨터마냥 소리를 분해하기도 하고 조합하기도 하면서 소리, 말, 의미 그리고 문장까지 이해하게 된다. 매일 영어만 듣는 아기는 이의 소리와 문법을 기억해 뒀다가 마침내 재생산해 내기에 이른다. 그러나 1세가 지나면 모국어가 아닌 언어에서 나오는 소리와 발음을 픽업하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이유는 매일 듣는 특정 언어를 저장하는 신경조직은 강화되지만 자주 듣지 않는 언어를 저장하는 신경조직은 쇠퇴하거나 할일이 없어져 모국어를 저장하는 장소로 재배치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1세 전에 두 가지 언어를 골고루 들은 아이는 이중 언어 구사가 보다 용이하다.
■언어 인지는 태아 때부터 시작
엄마의 자궁 안에서부터 엄마 목소리의 은율, 억양, 고음을 인지해 내고 아빠나 다른 가족들의 목소리와 환경에서 들리는 소리, 즉 음악 등을 구분한다.
태어나서는 말하는 사람의 입과 혀의 놀림을 주의 깊게 살핀 다음 성대와 호흡을 조절할 수 있으면 듣고 본 것을 흉내 내면서 옹아리를 시작한다. 따라서 부모가 아기의 옹아리에 맞장구를 쳐주는 것은 아기와 즐기는 시간인 동시에 아기의 생물학적인 생존을 위한 긴급한 요청이기도 하다.
조사에 의하면 신생아는 태어나면서부터 ▲다른 어떤 소리보다 인간의 목소리를 좋아하고 ▲모든 여성의 목소리 중에서 엄마의 목소리를 가장 좋아하고 ▲다른 어떤 언어보다 모국어의 은율과 톤을 가장 좋아한다.
■아기의 울음이 곧 언어이다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엄마 자궁 안에서 듣던 모국어를 구분하지만 그래도 그의 첫 번 언어는 울음이다. 배가 고프거나, 피곤하거나, 두렵거나, 엄마가 필요할 때 그들은 울음으로 표현한다. 이때마다 부모가 즉각 대응해서 필요를 해결해주면 아기는 세상이 안전하다고 느낄 뿐만 아니라 부모와 밀착관계에 들어가고 필요하면 언어 즉 울음을 사용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의 연장선에서 생후 4~7주부터 아기가 웃을 때 미소로 답해줄 필요가 있다. 아기는 울면 편안하게 해주고 웃으면 엄마도 웃어준다는 것, 즉 표현하면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깨우쳐 간다.
아기의 언어발달을 도와주는 방법을 연령별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출생~6개월
◆과장한다
아기의 반응에 엄마들은 자연스럽게 과장반응을 하게 되고 목소리도 높이게 된다. 이는 아이의 집중력이나 시선을 끄는데도 도움이 된다.
◆되도록 말을 많이 해준다.
기저귀 갈거나 먹이거나 놀 때도 아기에게 얘기를 많이 해준다. 아기가 보는 것을 설명도 해주고 감정도 많이 표현한다. 이때 아기가 엄마의 입모양이나 얼굴표정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음악을 들려준다
시간마다 다른 음악을 들려주고 간단한 노래도 불러준다.
◆놀 때도 자극을 준다
걸을 때마다 소리가 나는 양말은 아이의 뇌를 자극한다. 그리고 아이는 자신이 그 소리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신기함을 느낀다.
◆큰 그림이 그려진 아동용 책을 함께 읽는다
눈이나 코, 손가락, 발가락 등 신체부위가 크게 그려진 책이나 얼굴이 크게 그려진 책을 아기들은 좋아한다. 그림을 보면서 설명도 하고 아기의 몸이나 엄마의 몸에 그림과 같은 부분을 짚어보게도 한다. 이런 판별과 비교는 후에 글씨와 숫자를 구분하는 인지능력으로 연결된다.
■6개월~18개월
◆물건의 이름을 말해준다
지적하고 가리키면서.
◆물건의 특징을 말해준다
뜨겁고, 크고, 빨강 등.
◆같고 다름을 말해준다
이것은 부드럽고 저것은 거칠지? 저것은 닫혀있지만 이것은 열려있네?
◆자세하게 설명한다
감정표현 등을 설명해주면 좋다. 슬픔, 즐거움, 쓸쓸함, 들뜸 등
◆아기가 직접 쌓을 수 있는 블록 등을 준비한다
손과 눈이 서로 협조하게 된다. 이는 쓰기에 도움 주는 기술이다.
◆작은 물건을 집을 기회를 준다
하이체어 트레이 앞에 시리얼, 구슬, 바나나 등을 둬서 아기가 손으로 집어 올리게 하면 작은 손동작이 발달된다.
◆일상용품 짝짓기를 해 본다
양말, 신발, 동물모양 크래커, 과일, 야채 등을 이용해서 모양과 색상이 같은 것을 짝짓기 해본다.
◆매일 책을 읽어준다
아기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조용하게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동물 흉내와 소리를 내 본다
과장되게 놀면서 동물들의 특징과 울음소리가 다름을 알게 한다.
◆같은 리듬을 반복하고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다.
아기들은 같은 책을 수십 번 읽어도 재미있어 한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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