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도 노인복지 혜택이 잘 갖추어져 있는 주다.
하지만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으로 인해 한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미국 정부의 노인복지 혜택을 다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종종 느끼게 된다.
노인분들에게 있어서 주거문제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한인 사회에 알려져 있는 노인에 관한 주거 서비스는 정부 보조가 제공되는 노인아파트나 주택 보조금 정도인데 흔히 양로호텔이라 불리는 ‘Assisted Living’ 또한 노인을 위한 중요한 주거 서비스 중 하나이다.
한인 커뮤니티에서 ‘양로호텔’로 불리는 ‘Assisted Living’은 RCFE(Residential Care Facility for the Elderly)라는 정식명칭으로 주류 미국사회에서 통용되며 ‘Board and Care’ 라는 명칭으로도 알려져 있다. ‘양로호텔’은 말 그대로 노인 아파트와 같은 시설에서 청소와 식사, 그리고 빨래, 약관리, 목욕보조, 그리고 다양한 여가선용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는 시설이다.
캘리포니아만 해도 8,000여개가 넘는 다양한 양로호텔이 있다. 정부의 감독을 받는 개인 영리시설이기 때문에 가격과 시설과 서비스가 천차만별이다. 매월 1,000달러 미만의 저렴한 양로호텔이 있는가 하면 매달 5,000~6,000달러를 내야 하는 비싼 양로호텔도 있다.
은퇴하고 난 뒤 혼자 생활하기가 어렵거나 귀찮아진 미국 노인들은 이러한 양로호텔로 주거지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한인 사회의 경우 미국인들과는 달리 충분한 노후 생활자금을 미리 마련하고 은퇴하는 분들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무척 적다. 많은 경우 정부의 웰페어에 의존해 노후를 보내는 분들이 많은 것이 한인 커뮤니티의 현실이다.
아직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양로호텔은 그러나 앞으로 늘어나는 노인인구가 의지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노인 주거시설이며 뿌리 깊은 동양의 전통사상으로부터 연유된 “부모님은 자녀가 반드시 모셔야 한다”는 통념 또한 점차 바뀔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
맞벌이 가정이 이미 늘어나 있는 추세이며 과거 부모를 직접 모시던 농경사회와는 달리 부부가 모두 직장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아이들을 양육하며 노부모를 제대로 돌본다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가족 시스템 안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당당히 도움을 받으면서도 쾌적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는 노인 주거시설로 향하는 미국인들의 합리적 사고방식에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사회도 머지않아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여겨진다.
다행스럽게도 이미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한인들을 대상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 몇몇 양로호텔들이 있으며 이런 시설에 대한 문의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아직도 이런 시설에 부모님을 보내는 것을 마치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지만앞으로 한인사회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더욱 고급스러운 환경과 편리하고 쾌적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양로호텔 또한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라 한인들의 인식 또한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양로호텔을 선택하는데 몇 가지 주의할 점이 물론 있다. 노인분들에게 주거환경이 자주 바뀌는 것은 치매를 유발시키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으며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 자체가 번거롭고 비용이 요구되는 일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적합한 양로호텔의 선택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양로호텔의 위치나 방의 크기, 부대시설 등도 미리 확인해 두어야 할 부분이며 경제적인 부분, 즉 양로호텔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도록 되어 있는 식사와 청소 서비스와 함께 목욕보조, 약관리, 세탁 서비스 등의 부가적 서비스가 기본 가격에 포함되어 있는지 아니면 별도로 지불해야 하는지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작은 부분인 것 같이 보여도 매달 많게는 수백달러의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라는 용어가 모두에게 익숙히 여겨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에 발맞춰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 위한 준비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전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돼 가고 있다.

브라이언 오 / 소셜워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