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을 갓 넘어선 노인이 새벽녘 느닷없이 부인을 흔들어 깨우며 하는 말 “댁이 뉘신데 남의 침대에서 주무시는 겁니까?” 50년을 같은 침실에서 지내온 노부인은 소리쳐 야단을 하다 힘에 겨워 한숨을 내쉰다. 지극정성 남편을 하늘처럼 받들어온 세월이 한심스럽다. 고생 끝에 이제 겨우 편히 살 것 같았는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젊어선 바람난 남편 때문에 속 끓이고 자식들에게까지도 나눠주지 않고 쌓아온 재산도 병 때문에 다 날리고 자식들 앞이라 제대로 큰 소리 내어 울지도 못했다.
발에 힘이 없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노인이 불쌍해 아침식사를 준비해 식탁에 놓아줬지만 노인은 누구인지 모르는 친절한 아주머니에게 감사를 하며 식사를 하다 음식 맛에서 부인을 느꼈는지 그제서야 “여보, 숭늉” 하고 이전처럼 명령조로 지시를 내린다. 전기 밥 솥 나온 지 30년이 넘었건만 노인의 숭늉 때문에 평생을 냄비에 밥을 해 누룽지를 만들어낸 노부인은 또 한 번 투덜대며 끓여놓은 구수한 숭늉을 내어놓는다.
노부인 없이는 병원조차 갈수 없던 노인은 노부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혼자가 되어버린다. 자식들의 권유에 한국에서 새 부인을 맞았지만 영주권을 얻은 젊은 새 부인은 노인을 두고 사라진다. 그리하여 오갈데 없는 노인의 양로병원생활이 시작되고 숭늉은커녕 김치 한 점 먹을 수 없는 서양식 병원음식에 날로 언성만 높이다 보니 간호사들에게까지 미움을 사서 더욱 소외되어 감옥 같은 생활을 한다.
안타깝지만 홀로 된 많은 남성 한인 노인의 사례가 이렇다. 처음 노인들을 위해 일을 시작했을 때 대부분의 노인이 욕심 없이 순수하고 평화롭게 생의 마지막 종착역을 준비하며 살 것으로 생각했으나 죽음의 막바지에 다다른 많은 노인들이 고통에 시달린다.
평상시 고집이 세고 자기 집중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미움과 다툼, 걱정과 슬픔, 욕심과 번민이 해가 갈수록 더 심해져 더욱 고립된 생활을 하며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다 병원에서 산소 호흡기를 대고 눈은 반쯤 감은 채 보기 좋지 않은 모습으로 생을 마감한다. 우리는 매일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모든 사람이 곱게 늙어 조용히 잠을 자는 순간 세상을 떠나고 싶은 소망이 있지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소식과 절제로 100세에 가장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했던 헬렌 과 스캇 니어링 부부가 있다. 그들은 철저히 자신의 죽음에 대한 준비를 했으며 이 땅에서의 행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며 살았음을 다국 언어로 번역되었던 스캇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부부의 책에서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그들을 “100년의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가장 완전하고 조화로운 삶을 산 사람들” 또는 “성인이 아니면서 그런 완전한 삶을 산 사람들은 아마 드물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은 뉴욕의 화려한 생활을 버리고 50년간 버몬트의 농가를 선택해 소박한 밥상, 절제, 욕심 없는 생활을 선택하여 생을 마감했다.
별명이 “백살 공주”라고 불리는 할머님이 계시다. 몇 개월 전 90회 생신을 맞이했지만 성인과 같이 욕심이 없고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미소를 짓는다. 또한 조용하고 남에게 해가되는 말을 하지 않고 항상 덕담과 사랑이 풍만하다. 보통 편안하고 힘들지 않게 생을 마감하는 노인들의 특징이다.
“인생은 굵고 짧게 산다”라고 아무리 외쳐 봐도 그것이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욕심으로 가득차서 힘들게 생을 마감할 것인가 아니면 하루하루를 겸손하게 남을 배려하며 살다가 편안한 생의 마지막을 맞이할 것인가는 우리가 건강할 때 결정해야 되지 않을까.
토마스 오 / 소셜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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