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세 명이 떠났다. 그 중 두 사람을 잃었지만 마지막 열아홉 명은 무사히 돌아왔다. 봉사의 기쁨으로 환하게 빛났었다. 그 얼굴이 고통과 슬픔으로 일그러져 있다.
그들을 바라보는 다수 한국민의 시선은 그다지 고와 보이지 않는다. ‘너희들이 잘못해 걱정을 끼쳤으니 입 다물고 있어라’는 질책이라도 퍼붓는 것 같이. 그리고 계속 쏟아지는 건 교회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다. 물량주의에, 확장주의에, 실적주의에 절어 있다. 선교도 그런 측면으로 본다. 그 질책이 여간 거센 게 아니다. 피로감이 들 정도다.
아프간 피랍사태는 그러면 결국 그렇게 해서 일단락 지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새삼 ‘한류’(韓流)란 단어가 떠올려진다. 한국이라는 땅에서 출발됐다. 그게 전 세계로 퍼진다. 한류란, 말하자면, 한국을 진원지로 하는 일종의 세계화 현상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사태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이번 사태는 어쩌면 ‘영적 한류’ 현상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왜 한류가 유행인가. 한국인들이 누리는 자유·물질적 풍요·다원주의·개방성, 그리고 서구화. 이런 것들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런 삶의 질, 가치관들이 은연중에 녹아 독특한 맛에, 멋에 또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그 한국의 대중 예술에 세계인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자유와 개방성은 세계를 향해 열려 있다. 전 세계 170개국에 퍼져나가 있는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그 증거다. 교회도 그렇다. 많은 젊은이들이 해외로 나간다. 돈벌이를 위해서가 아니다. 순수한 봉사정신에서, 또 고통 받는 자를 돕기 위해서다.
한국이 누리는 자유와 개방성, 거기에 이 같은 봉사와 희생정신이라는 가치관이 더해질 때 ‘영적 한류’ 현상이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는 예감이 드는 것이다.
아프간 피랍사태와 관련해 외국 언론이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점이다. 국민의 30% 이상이 기독교인이다. 그 한국이 미국 다음의 세계 2위 선교국이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다. 이 사실에 새삼 경이의 시선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아프간 피랍사태에서 무엇을 보나. 곧 다가올 대지진이다’-. 아시아 타임스의 지적이다. 역시 놀라움의 눈으로 한국을 바라본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곧 닥칠 영적 대지진의 그 첫 번째 진동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신문이 피랍사태와 관련해 새삼 눈을 돌린 건 중국, 더 나아가 아시아의 기독교화 가능성이다. 하루 평균 1만명의 기독교인이 탄생한다. 그 결과 중국의 기독교 인구는 1억을 넘어서면서 공산당원 수를 앞질렀다. 그 숫자가 2050년께는 2억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시아 전체로 눈을 돌릴 때에도 비슷한 흐름이 발견된다. 기독교는 때문에 백인에, 유럽 중심이 아닌, 아시아 중심의 종교가 되고, 그 선구역할을 하고 있는 게 한국이라는 설명이다.
그 중국 기독교들이 점차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백 투 예루살렘’(Back to Jerusalem) 캠페인이다. 복음을 들고 실크로드를 따라 서쪽으로 간다는 것이다. 타겟은 이슬람권이다. 그럴 때 세계는 거대한 영적 대지진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아프간 피랍사태를 그 대지진의 서곡으로 본 것이다.
제2의 한국이 될 것인가, 아니면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될 것인가.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지가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중국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선교활동을 다루었다. 결론은 ‘중국이 제2의 한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 인구의 25%에서 50%가 기독교도가 된 한국은 민주화와 법치에 성공했다. 2050년께 중국 인구의 20%가 기독교도가 된다. 그럴 때 중국은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변화의 모델로 한국을 제시했다. 중국의 장래희망을 한국에서 본 것이다.
그 변화를 일부는 세계사적인 변화가 될 것으로 본다. 과거 로마제국 붕괴 후 전 유럽이 기독교화 된 것과 방불할 정도로.
아프간 피랍사태에서 무엇을 보나.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생명력의 본질이다. 한 국내 작가의 말이다.
왜 젊은이들은 고통의 땅 아프가니스탄으로 갔나. 타인을 향한 선의와 봉사정신에서다. 그 힘이야말로 인류 공동체를 건강하게 하는 생명력의 본질이다. 그게 실행방법의 문제점으로 가려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아무도 타인을 위한 희생에 나서지 않을 때 그 사회는 죽은 자들의 사회다. 이 점에서 한국사회는 희망이 있고, 오히려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부연의 설명이다.
아프간 피랍사태가 남긴 진정한 교훈은 무엇일까. 두고두고 생각할 문제 같다.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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