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주 스트래덤에 사는 스티븐과 미셸 스타이너는 지난해 가을 폭스바겐사를 상대로 한 레몬법 소송에서 이겨 감격했다. 운전하기도 두려웠던 2003년형 파사트 왜건 걱정을 마침내 털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올해 초 인터넷을 검색하던 미셸 스타이너는 뉴욕주 로체스터 인근 중고차 딜러가 그 ‘불량품’ 판정을 받은 차를 ‘완벽한 패밀리 카’라고 광고하는 것을 보고 놀라 자빠질 뻔했다. 완벽과는 거리가 먼 그 차는 연료펌프 문제로 벌써 세 번이나 수리를 했던 것으로 스타이너 부부가 지난해 여름부터 운행을 중지했고 뉴햄프셔주가 불량품으로 선포한 것인데 온라인 광고에서는 그에 대한 언급이나 경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뉴햄프셔주에서 레몬으로 낙인찍혔지만 뉴욕에서 버젓이 매물로 나와 있는 파사트.>
수리 불가능해 제조사가 다시 사들인 차
추적결과 절반 가까이 ‘정상 둔갑’거래돼
소비자만 골탕… “전국 데이터 베이스 필요”
한편 오하이오주 우스터에 사는 줄리아와 마누엘 모레노 부부는 2005년에 산 1998년형 기아 스포티지 중고차 때문에 계속 골치를 썩다가 그 차가 스티어링과 서스펜션 문제 때문에 2000년에 ‘레몬’으로 판정돼 기아 아메리카가 원 주인에게서 되산 것임을 알게 됐다.
‘레몬’의 정의는 주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서너 번 시도해 봤지만 고쳐지지 않는 심각한 문제를 가진 차를 뜻한다. 서로 다른 문제들이 연속 발생해서 주인이 30일 정도의 장기간 탈 수 없는 차도 ‘레몬’이 될 수 있다. 미국의 50개 주는 모두 레몬법을 갖고 있으며, 보통 독립된 조정위원회에 의해 일단 레몬으로 판정된 차는 제조사가 도로 사들이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스타이너와 모레노 부부가 경험했듯 문제는 그 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 레몬을 취급하는 방법을 둘러싼 주법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주는 그 자동차의 타이틀에 ‘레몬’ 또는 ‘바이백’이라는 낙인을 찍도록 의무화시키고 있지만 아무 표시 없이 타주에서 팔릴 가능성이 크다고 소비자 단체 및 주 정부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사람들의 이동이 심한 미국 같은 사회에서 전국적으로 동일한 규정이 없이는 소비자만 결함투성이에 위험하기까지 한 자동차를 사 골탕을 먹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레몬인 줄 모르고 산 1998년형 기아 스포티지 옆에 선 줄리아와 마누엘 모레노 부부.>
자동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 전문인 ‘익스피리언 오토모티브’가 플로리다주에서 레몬으로 낙인찍힌 차 1,000대를 주정부 웹사이트에서 무작위 추출해서 사후처리 과정을 추적한 결과 555대가 타주로 방출됐는데 그 555대 중 5분의4는 더 이상 불량품 딱지를 달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불량 자동차였다는 사실이 누락되는 것은 자기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한다. 중고차 딜러와 소비자들에게 그 자동차는 제조사가 다시 사들인 제품임을 확실히 주지시키기 위한 서류를 반드시 첨부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불량품이기 때문에 제조사가 다시 사들인 차를 되팔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리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 운동가들은 그러한 주장을 웃어넘긴다. 그렇게 쉽게 수리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불량품 판정을 받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레몬을 팔려다 잡힌 제조사나 딜러들도 적지 않음을 지적한다.
2002년에 캘리포니아주 차량국은 크라이슬러사와 8년에 걸친 소송을 마무리 지었다. 크라이슬러가 어떤 것은 안전상의 결함도 고치지 않은 채로 119대의 레몬을 판 것을 적발한 차량국에 크라이슬러는 32만5,000달러를 지불했다. 같은 해에 제너럴 모터스는 515대의 레몬 차량 타이틀에 그 사실을 올바로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하이오주에 11만달러의 벌금을 냈다.
레몬법은 다 있지만 차량의 타이틀에 ‘레몬’ 또는 ‘매뉴팩처러 바이백’ 같은 경고 낙인을 찍도록 의무화시킨 것은 19개 주에 불과하다. 또 타주에서 찍힌 불량품이라는 낙인을 이월시키는 조항이 결여된 주가 많기 때문에 타주에서 팔릴 경우 불량품이라는 경고는 실종되기 쉽다.
올해 제조사가 도로 사들인 레몬 자동차가 몇 대인지는 제조사가 그 숫자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며 거부해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소비자 단체 및 주정부 관계자들은 연간 2만5,000~6만대가 불량품 판정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 숫자가 몇 대건 간에 레몬법이 자리 잡힌 지난 15년간 수십만대가 불량품 판정을 받은 것은 확실하다.
중고차 구입자가 레몬을 살 가능성은 적긴 하지만 불량품 자동차를 산 당사자에게는 참으로 재앙이 아닐 수 없다. 한 불운하고 불쌍한 소비자가 악몽처럼 견디다 마침내 없애버린 불량품 자동차가 고칠 수도 없는 안전상의 문제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주인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위험한 일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불량품 자동차를 도로 사들였다가 보통 경매로 딜러에게 넘기는데 경매에 넘길 때는 그 차가 레몬이라는 표시를 확실히 하므로 레몬이라는 낙인은 딜러가 그 차를 다시 팔 때 사라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도 있다. 실수도 있긴 하겠지만 2003년에 뉴욕주 검찰총장은 56개 중고차 딜러에게 레몬인지 모르고 차를 산 소비자 37명에게 20만달러를 환불하고 5만달러를 벌금으로 내게 했었다.
불량품이 멀쩡한 자동차인 것처럼 둔갑하는 ‘레몬 세탁’에 대해 소비자 단체들은 10년도 더 전부터 우려를 표시, 연방거래위원회가 1996년에 이 문제에 대한 회의를 소집했었다. 그 자리에서 자동차회사 간부들은 각주 규정에 우선하는 전국적인 규정이 마련된다면 레몬 세탁을 방지한 강력한 안전장치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지만 소비자 단체들은 연방 규정이 가장 강력한 주법보다 소비자를 덜 보호할 가능성을 제기, 결국 이 회의에서는 아무 소득이 없었다.
그 결과 현재 중고차를 사는 사람이 레몬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길은 별로 없다. ‘익스피리언 오토모티브’의 ‘오토첵’(www.autocheck.com)과 ‘카팩스’(www.carfax.com) 같은 곳에서 그 자동차의 지난 내력을 알아보는 정도지만 충분치 않다. 아니면 자동차의 VIN 번호를 가지고 딜러에 가서 수리한 기록을 알아볼 수도 있지만 자동차 한대 값이 2만~3만달러나 하는 요즘, 그보다 더 잘 만들어지고 신뢰할 만한 시스템의 필요, 레몬 판정을 받은 차량을 망라하는 전국 규모의 데이터베이스가 정말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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