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확산 놀랍다…앞으로 갈길 멀었다”
UC버클리 한국학연구소 25일 ‘세계 속의 한국어’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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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개발 정부지원 우수교사확보 등 보완요소 많아
취업 등 ‘현실적 대가’ 불충분해 지속팽창에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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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경제적으로 세계 10대 교역대국 문턱에 있다. 한국, 나아가 한반도의 국제정치적 비중도 사뭇 크다. 20세기 냉전을 상징하는 남북분단이 해소되지 않아 북핵 등 전지구적 의미를 가진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고, 주변 강대국들(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이익이 첨예하게 맞닿은 지정학적 위치 등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어(조선어)의 분포는 어떠하며 그 미래는 어떠한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국, 나아가 한반도의 위상에 걸맞게 그 영역(영향력)이 확장되고 있으며 또 그렇게 될 것인가. 세계 속에서 한국어의 좌표를 더듬어보고 새 활로를 모색하는 세미나(원제 Diaspora of the Korean Language and its Ramifications : A Global Issue the History and Current Status of the Diaspora and its Future Prospects)가 25일(토) UC버클리 동아시아연구소 6층 컨퍼런스 룸에서 열렸다.
이 대학 한국학센터(소장 클레어 유)가 주최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후원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하양원 박사(UC버클리 한국학센터), 윤인실 교수(뉴질랜드 오클랜드대), 게르만 김 교수(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국립대), 송남순(일본 게이오대), 김혜원 교수(홍콩대), 김철 교수(중국 산동대), 클레어 유 소장(UC버클리 한국학센터)이 차례로 논문을 발표하고 질의응답 형식으로 열린 토론을 벌였다. 세미나는 이날 오전 9시쯤부터 오후 5시를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한국의 문화정책과 한국어의 세계화를 주제로 첫 발제자로 나선 하 박사는 세계 6대륙 59개국의 678개 고등교육기관에서 한국어가 교과과정의 하나로 채택돼 있으며, 그중 미국의 경우 2006년 현재 70개 대학에서 시행중인 한국어 관련 프로그램이 126가지나 되고, LA의 경우 관내고교 한국어 과정 개설학급이 176학급 수강생이 4,391명이라는 등 다양한 통계를 들어 한국문화와 한국어의 놀라운 확산을 짚어본 뒤 그 동인을 주로 1970년대 이후, 특히 1994년 김영삼 정부의 대대적인 세계화정책 추진 등 정책적 측면과 음악 영화 드라마 등 문화적 측면(한류)에서 찾고자 했다. 그러나 한국어가 지구촌 확산(diaspora)이 최근 몇년동안과 같은 놀라운 증가세를 계속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실적 여건상) 제한적일 것이라는 다른 연구자의 유사논문 결론을 인용하며 기대섞인 자가발전식 전망을 경계했다. 세계인들이 한국어를 배울 경우 소망하는 취업기회가 늘어난다든지 하는 ‘한국어 습득의 대가’가 충분치 않아 한국어의 확산에 일정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이같은 관점은 윤 교수가 설명한 뉴질랜드에서의 한국어와 김 교수가 설명한 중국에서의 한국어 실상에서 대조적으로 입증됐다.
윤 교수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한국어 교과과정이 일부 고교의 제2외국어로 채택되고 오클랜드대에 학과가 개설됐으나 한국어 습득자에 대한 잡 오퍼(Job Offer, 일자리 제공)가 미약한데다, 한국정부 차원의 지원마저 줄어들어 한국어교육이 상당수 고사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교육인적자원부(구 문교부)가 시행하는 한국어능력시험 응시희망자가 2명 있었으나 현지 한국정부 공관측이 응시자가 적(어 비용만 든)다는 등 이유로 시험관리를 거절해 이들이 호주까지 가 시험을 쳐야 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현지 일본어 교육 확대를 위해 전폭적 지원을 하는 일본과는 비교대상도 안되고, 심지어 현지의 스페인어 보급을 위한 지원(첨단 시청각교재 보급 등)에도 못미친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 산동대 김 교수에 따르면, 88서울올림픽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이 긍정적 경이적으로 바뀌고 특히 1992년 양국수교 이후 경제교류 인적교류가 급증한 것에 발맞춰 비조선족 중국인들의 한국어 학습열기도 급증했다. 이같은 추세는 현재도 계속돼 지난해 약 60개였던 각지 본과대학(대학 학부) 한국어과정이 올해 76개로 늘어났다(학부생 약 7,000명, 대학원생 약 200명). 그 분포도 광대해 조선족이 많이 사는 길림성은 물론 절강성 사천성 등 내륙 오지까지 16성, 시, 자치구의 여러 대학들이 한국어 과정을 두고 있다. 학습동기의 제1호는 ‘보장된 취업’이다. 김 교수가 부총장으로 있는 산동대의 경우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 등의 수요가 많아 졸업생이 없어서 못보내줄 정도이며 취업률 100%로 3년 연속 이 대학의 학과별 졸업생 취업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처럼 중국 내 한국어 교육이 표면으로 볼 때는 대성황이지만 이럴수록 냉정하게 교사수준을 높이고 교재를 표준화하는 등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클레어 유 소장의 논문은 미국에서의 한국어 확산에 초점이 모아졌다. 1903년 하와이 농장이민부터 본토이민, 한국전 이후 유학형 입양형 이민, 1980년대 이후 교육형 경제형 이민기를 두루 살피며 ‘사람을 따라 이동하는 말의 이동(확산)’ 과정을 설명한 그는 한국인 이민자 증가와 태권도 보급 등 (미국 입장에서) 외생적 요인과 1968년 이중언어법(Bilingual Act) 시행에 따른 한국어의 제2외국어 채택 등 자생적 요인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한국전(1950-1953년)을 계기로 한국어 구사 정보원 수요가 급증해 국방외국어대에 국방외국어대(DLI, 몬트레이 소재)에 한국어과가 개설됐는가 하면 국방부 국무부 중앙정보국(CIA)에도 한국어 구사자에 대한 수요가 생기는 등 비(非)한인에 대한 한국어 확산에 끼친 한국전과 냉전의 역할에도 주목했다. 그는 한국어가 SATII 수험과목으로 채택되고 현재 AP과목 채택을 위한 청원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등 한국어의 팽창 이면에는 한국어 구사자의 증가(미주각지 한국학교 1,000개 이상) 이외에도 미국인들의 아시아인에 대한 시각의 변화도 한몫을 했다고 지적했다. UC버클리의 경우 한국어 강좌 수강생은 늘어나는 반면 독일어나 불어 강좌는 수강생 외면으로 폐강위기에 몰렸다고 소개한 유 소장은 그러나 LA 어느 고교의 경우 한국어 과목 수강생의 약 80%가 비아시안이었으나 한류 등 영향으로 아시안 수강생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아시안 비율이 80%를 차지했다는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이는 동아시아(계)에 상대적으로 큰 물결을 몰고온 한류의 영향이 한편으로는 동아시아계의 한국어 습득열기를 자극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또 한편으로는 비아시안 학생들에게 한국어는 아시안들이 배우는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줘 발길을 외면하게 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일종의 우려로 풀이된다.
카자흐스탄국립대 게르만 김 교수는 고려사람의 이름들에 투영된 한국어 확산에 대해, 게이오대 송남선 교수는 재일동포의 언어 : 민족주의의 틀 안에서, 민족주의 틀을 넘어서에 대해, 김혜원 홍콩대 교수는 홍콩에서의 한국어와 한국학에 대해 발표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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