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어느 마을에 양치는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어느 날 장난삼아 ”나 좀 살려 주세요! 늑대가 나타나 양들을 해치고 있어요!“ 이 소리를 들은 동네 사람들은 몽둥이를 들고 늑대를 쫓아내기 위해 양치는 소년에게 달려 왔다. 거기에 늑대는 물론 없었다. 그 소년은 재미가 나는지 깔깔 웃으면서 ”그냥 장난으로 소리쳐 본 것이에요“ 이 소리를 들은 동네 사람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그 양치는 소년은 이런 모습이 재미있어 그 후로도 몇 번이나 똑같은 장난으로 동네 사람들을 골렸다.
여러 날 후 양치는 소년이 동네 입구로 들어오는데 이번에는 진짜 늑대가 나타나 눈앞에서 사나운 이빨을 내놓고 으르렁대고 있었다. 소년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나 좀 살려 주세요! 늑대가 나타나 양들을 해치고 있어요!” 그러나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양치는 소년의 소리를 듣고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양치는 소년은 늑대에게 물려 심한 상처를 입고 자기가 평소에 한 짓에 대해 후회를 하게 되었다는 이솝의 우화이다.
어느 마을에 낚시를 좋아하는 청년이 하루는 낚시하러 갔다가 해 늦은 저녁에 돌아왔다. 동네 빈 공터에 앉아 놀고 있던 동네 청년들이 “야, 너 오늘 낚시 갔다며? 그래, 많이 잡았냐?“ 낚시를 갔다 온 청년이 ”이만한 것 여럿 잡았지!“ 월척보다 더 큰 길이의 팔뚝을 들어 보이며 자랑을 했다. ”야, 그거 신나겠다, 어디 가서 좀 보자,“ 동네 청년들이 그의 집으로 가서 본 물고기는 한 뼘도 안 되는 작은 물고기였다. 동네 청년들은 아무 말 없이 낚시를 갔다 온 청년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돌아갔다. 그 후 그 청년과 동네청년들은 어울리지 않았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들의 학력위조 사건이 줄줄이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학력을 속여 사회적으로 성공한 문화계 및 연예, 연극, 방송계를 비롯해 심지어는 교수와 종교계 인사까지도 포함되어 있다.이들은 거짓된 학력으로 버젓이 대학교수가 되고 종교계 지도자가 되고 공공기관에 까지 진출해 명성을 떨치고 있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이러한 거짓학력 소동은 당분간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어쨌거나 이번 기회에 학력이나 경력을 거짓으로 조작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모두 밝혀져 다 정리됐으면 좋겠다.
거짓말이 우세해 정직함이 손해 보는 그런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단 거짓말이 승리하고 거짓말쟁이가 잘 나가는 세상이 될 경우 인간사회 중심축이 뒤집어지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세상이 될 게 아닌가. 만일 모든 규약서나 개인의 약속들이 다 거짓말이라고 한다면 단 한시라도 우리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법률이나 종교에서 거짓말을 금지하고 정직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요구한다. 거짓말 하는 사람과 어떻게 거래를 하고 어떻게 동업 같은 것을 할 수가 있겠는가. 일단 거짓말쟁이 입장에서는 정직한 사람들에게 몇 번 거짓말을 하면 몇 번은 잘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거짓말이 계속되면 결국 치명적인 피해가 돌아오는 부메랑의 효과를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자신이 이제껏 쌓아올린 공적이나 명예, 심지어는 재산까지도
다 잃게 되는 위험에 처할 수가 있다.
더군다나 이런 사람은 누구도 더 이상 믿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재기의 기회조차 상실될 수 있다. 이러한 예는 지금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 유명인사들 외에도 그동안 여러 사람이 있었다. 이들은 보면 간이 얼마나 큰지 고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 심지어는 미국의 모 대학 이름 까지 팔아 문전에도 가본 일이 없는데도 졸업했다 하고, 아니면 잠시 미국 와서 어학연수 몇 주 받고 가서는 버젓이 졸업했다 학력을 허위로 기재해 이를 발판삼아 출세의 길을 걸어왔다. 미국에서도 종교계나 사회단체에서 이따금 학력 위조나 허위 기재로 물의를 빚는 일이 종종 생겨나고 있다. 인가도 없는 한인신학교에서 돈 몇 푼 주고 졸업장을 따거나 아니면 어느 대학교 이름으로 허위 발급하는 가짜 학위 증명서를 갖고 버젓이 그 학교 졸업생이거나 목사, 또는 석, 박사로 행세하다 들통이 나 문제가 되는 한인들도 있다. 이들이 어떻게 해서 남을 가르치고 남의 위에 서서 지도자로 행세한단 말인가. 오히려 해악을 낳는 사회의 독버섯이 되고 있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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