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시장 소년 → 6·3 주역 → 샐러리맨 CEO
1941년 가난한 목부집안 4남3녀 중 셋째로 출생
지난한 학창시절 딛고 65년 현대 입사 ‘승승장구’
92년 민자당 의원 정치 입문… 2002년 서울시장
경북 포항시는 6ㆍ25전쟁 무렵 생선 냄새가 물씬 풍기던 조그만 어항이었다. 이명박 후보의 어머니는 그 시장 바닥의 제일 후미진 곳에서 좌판을 깔고 과일을 팔았다. 끼니 잇는 것조차 어려웠다.
온 가족이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 후보도 시장통을 돌아다니며 잔심부름을 해야 했다. 7남매와 함께 단칸방에 살았던 소년 이병박은 영양실조에 걸려 몇 달씩 자리에 눕기도 했다. 시골 어촌의 병약하고 소심했던 노점상 소년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서울시장을 거쳐 마침내 대선후보까지 될 것이라곤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 가난했던 학창 시절
이 후보는 1941년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가난한 목부(牧夫) 집안의 4남3녀 중 셋째 아들로 출생했다. 부모는 일자리를 찾아 도일(渡日)했다 광복이 되자 45년 11월 포항시로 돌아왔다. 이 후보가 4세 때였다. 하지만 귀국선이 난파하는 바람에 그의 가족은 얼마 안 되는 재산마저 모두 잃었다.
그는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가난은 굴 껍데기처럼 우리 가족에 들러붙어 있었다”고 비유했다. 포항시에서의 단칸방 시절, 이 후보 가족의 주식은 ‘술지게미’였다. 곡식으로 술을 빚고 남은 찌꺼기인 술지게미로 아침을 때우고 등교하면 그의 얼굴은 알코올 기운으로 늘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중학교 이후로 이 후보는 김밥장사 엿장사 이이스께끼장사 뻥튀기장사 등 안 해본 것이 없었다. 하지만 당시엔 내성적 성격 때문에 부끄럼을 많이 탔다. 집안에서도 형들에 가려 눈에 띄지 않았고, 몸집도 형들보다 왜소했다.
그가 포항중을 졸업할 무렵, 집안에서 수재로 불리던 둘째 형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대학 입학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가정 형편상 이 후보는 고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어머니를 설득해 포항 동지상고 야간부에 입학하게 해준 담임 선생님이 없었다면 그는 가난한 노동자로 일생을 마쳤을지 모른다.
‘대학 중퇴 경력이라도 가져 보겠다’며 청계천 헌책방에서 구한 입시서적으로 독학을 한 이 후보는 60년 고려대 상대 입학시험에 덜컥 합격했다. 그러나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어머니가 일하던 이태원 시장 상인들은 이 후보가 시장 청소일을 하는 조건으로 한 학기 등록금을 대줬다.
■ 대학시절과 군 면제
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새벽 4시면 이태원 시장에 나가 쓰레기를 모아 리어카에 싣고 서너 번씩 반포대교 인근까지 오가는 힘든 생활이 반복됐다. 결국 이 후보는 2학년 1학기 때 군입대를 결심한다. 힘겨운 현실을 탈출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논산훈련소 건강검진에서 불합격 판정이 나왔다. 당시 군의관은 “이런 몸은 군대에서도 안 받아 줘. 나이 스물밖에 안 된 놈이 몸을 어떻게 굴렸기에 이 모양이냐”고 꾸짖었다.
이 후보는 3학년 때 단과대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 당선됐고, 이듬해엔 고려대 총학생회장 직무대행 자격으로 6ㆍ3반대 시위를 이끌었다. 이 일로 그는 서대문 형무소에서 6개월 간 옥살이를 하다 64년 10월 말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에게 적용된 죄목은 내란선동죄였다. 이후 이 후보는 학생운동과 거리를 둔다. 나중에 그는 “학생운동은 순수한 열정에 바탕한 문제 제기에 그쳐야지 그것을 해결까지 하려면 안 된다”고 말했다.
■ 현대그룹 근무 시절
현대그룹에서의 27년은 이 후보에게 인생의 새 페이지나 다름 없었다. 20대 이사, 30대 사장, 40대 회장…. 그는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렸다. 그의 인생을 소재로 한 드라마 <야망의 세월>이 지상파 방송에 방영됐다. 현대그룹에서 그의 삶은 한마디로 ‘승승장구’였다.
65년 입사 당시 학생운동 경력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취업길이 막혔던 이 후보가 박정희 대통령 앞으로 편지를 보낸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었던 이낙선(전 국세청장)씨는 “그 편지 때문에 청와대 수석회의를 열어 입사를 허락했다”고 회고했다.
현대그룹에서의 초고속 승진은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 전 회장은 연공서열보다 그의 능력을 철저히 존중했다. 현대그룹 시절 태국 공사 현장에서의 일이다.
처우에 불만을 품은 인부들이 폭도로 변했다. 당시 경리과 직원이던 이 후보는 “금고 열쇠를 내놓으라”는 폭도들 앞에서 버텼다. 단도가 목 옆으로 날라가고 발길질이 시작됐다. 때마침 도착한 경찰관들이 없었다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일로 이 후보는 회사에서 영웅이 됐다. 협력업체가 청와대 공사를 이유로 골재 납품을 미루자 아예 골재회사 앞 도로를 불도저로 밀어버려 ‘불도저’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 시절 그의 또 다른 별명은 ‘리틀 박’이었다. 박 전 대통령과 인상이 닮은 데다 일을 저돌적으로 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 결혼과 가족 관계
이 후보는 70년 현대건설 이사 시절 부인 김윤옥씨와 결혼했다. 동지상고 영어선생님이 경복고 친구인 김씨의 큰 오빠을 통해 소개했다. 대구가 고향인 김씨는 공무원 집안의 3남3녀 중 셋째 딸로 태어났다. 도곡동 땅 차명 의혹과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리는 김재정씨가 김씨의 막내 남동생이다.
이 후보는 어릴 때 집안에서도 “명박이가 가장 못생겼다”는 말을 들으면서 자랐지만 김씨는 이화여대 재학 시절 메이 퀸에 뽑힐 정도로 미모였다. 김씨는 당시의 이 후보를 “연애 시절에도 일 때문에 약속 장소에서 30분씩 기다리게 하기 일쑤였다”며 “심지어 본인 결혼식도 토요일 오후 4시로 잡아 놓고 퇴근 후 결혼식장으로 달려온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1남 3녀가 있다. 장녀 주연(37), 차녀 승연(35)씨는 미국 줄리어드 음대에서 기악을 전공했고, 3녀 수연(33)씨는 이화여대 미대를 나왔다. 외아들 시형(30)씨는 최근 미국의 한 대학을 마치고 귀국해 국내 한 외국계 은행에 취직했다. 큰사위 이상주(38)씨는 삼성화재 법무담당 상무보, 둘째 사위 최의근(35)씨는 서울대병원 내과 전문의, 셋째 사위 조현범(36)씨는 한국타이어 부사장이다.
이 후보는 가족들로부터 “짜다”는 말을 듣는다. 어렵게 자란 탓이다. 부인 김씨는 “중ㆍ고교 시절 아들의 한 달 용돈은 2만원이었다. 가끔 남편이 아들에게 용돈을 주면 ‘내가 줬으니 더 주지 말라’고 얘기할 정도”라고 말한다.
■ 정치 역정
이 후보는 92년 1월 3일 현대그룹을 나와 같은 해 4월 민자당 전국구 의원이 됐다. 당시 정계 진출을 선언하고 통일국민당 후보로 대선에 뛰어든 정 전 명예회장에 대한 배신이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재벌이 권력마저 가질 때 사회에 미칠 부정적 영향” “재벌 오너와 경영인 간의 비뚤어진 봉건적 관계” 등을 이유로 든다. 지금도 현대가와는 서먹서먹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재선 도전에 나선 이 후보는 96년 4ㆍ11 총선에서 정치 1번지인 종로구에서 이종찬 노무현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선거비용 초과 지출 혐의로 기소돼 유죄 선고를 받고 의원직을 사퇴했다. 그가 겪은 첫 좌절이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지내며 몸을 추스른 그는 2002년 6월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선출됐다. 이때부터 정치인으로서 ‘성공 신화’가 본격화한다. 재임 시절 그가 추진한 청계천 개발사업, 버스중앙 차로제, 뉴타운 개발사업 등은 ‘일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남겼다.
가난을 이겨내며 몸에 밴 투지, 현대그룹 시절 만들어진 기업가 정신은 이 후보를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올려 놓는 밑거름이 됐다. 70ㆍ80년대 성공모델이었던 그는 이제 21세기 시대정신을 자임하며 나라의 지도자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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