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대선정국 영향 촉각… 범여 수해복구 나서야 한나라 대선영향 우려
정치권은 18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10월 초로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 배경과 향후 대선정국에 미칠 영향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각 대선주자 캠프는 정상회담이 시기적으로 대선을 불과 두달여 앞두고 열리는데다 범여권 국민경선 일정표(9월15일부터 10월14일)와 미묘하게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대선구도에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득실계산에 골몰하는 표정이 읽혀진다.
일단 정상회담 연기를 놓고는 정파별로 엇갈린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 범여권은 정상회담의 갑작스런 연기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대선국면에서 `평화이슈’를 계속 공론화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회담연기의 배경이 된 북한 수해 복구지원에 적극 나서자며 평화 행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반대로 정상회담 의제설정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던 한나라당은 정상회담 연기에 고도의 정치적 노림수가 내포된 것 아니냐며 대선에 부정적 영향이 끼쳐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표정이 뚜렷하다.
대통합민주신당 이낙연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상회담이 연기돼 아쉽지만 북한의 심각한 수해 때문이니까 이해한다며 북한의 수해가 하루빨리 복구되고 이재민들의 상처도 하루속히 치유되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우리 정부와 민간은 북한의 수해복구를 좀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서혜석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북한의 수해가 심각한 상황임이 확인됐다며 우리나라 뿐 아니라 국제연합 소속 각국이 힘을 모아 수해 복구를 빠른 시일내에 이뤄내길 바란다고 촉구하고 복구가 되는대로 적절한 시기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연기요청한 사유가 자연재해인 만큼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10월 초는 너무 늦고 9월 중순쯤으로 절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이번 기회에 북한 수해를 복구하는데 남북한이 공동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범여권 주자들은 일단 북한 수해복구에 나서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상회담이 경선전의 한복판에서 열린다는 점에 주목, 경선전략을 조심스럽게 가다듬는 분위기다. 특히 비노(非盧) 주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가 불리한 친노(親盧) 주자들 사이에서는 경선국면에서 유리한 `재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손학규(孫鶴圭) 전지사측 우상호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치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자연재해 때문에 연기된 것인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오히려 민족적 애정을 갖고 북한 수해복구에 거국적인 지원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동영(鄭東泳) 전의장은 논평을 내고 천재지변으로 연기된 것은 아쉽지만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회담 자체의 문제가 아닌 수해를 복구하고 주민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한 연기요청으로 본다며 남북화합의 새 역사를 열려면 북한주민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남측도 수해복구 지원에 적극 나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힘써야한다고 주문했다.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측 양승조 대변인은 논평에서 수해로 인해 불가피하게 요청한 것이어서 부득이한 상황을 인정해줘야 한다며 정상회담의 큰 뜻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고 경선에 어떤 유불리를 가져올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과 연관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나라당은 물론 북한의 수해복구가 시급히 해결되길 바라지만 그 이유로 회담이 갑자기 연기되는 것은 석연치 않다면서 제1차 남북정상회담 때도 하루 지연된 것이 대북송금 지연 때문이었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던 일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 연기도 단순히 수해 때문이 아니라 남북간의 다른 합의와 관련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특히 대선을 코앞에 둔 10월에 남북정상회담을 함으로써 북한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강재섭 대표는 회담 연기 소식을 전해듣고 회담이 연기된 배경에 북한 수해가 아닌 또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면서 남북간 힘겨루기 결과가 아닌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고 나 대변인은 전했다. 강 대표는 또 시간을 번 만큼 북핵폐기 문제가 의제로 포함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양대 대선주자인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 측은 회담 연기 자체에 대한 논평을 자제하면서 향후 정부가 잘 대응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 전 시장측 장광근 공동대변인은 천재지변으로 연기된 부분에 대해 캠프가 특별히 언급할 입장은 아니다면서 시간이 더 생긴 만큼 문제점이 지적된 부분을 더욱 철저히 보완해서 회담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홍사덕 공동 선대위원장은 아마 홍수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기는 하나 그동안 우리 정부가 북측에 끌려 간 듯한 인상을 줘온 만큼 어떻게 대응할 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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