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태(시인)
성경이나 불경은 서적 중에서 제일가는 책이다. 하느님이나 부처님의 말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똑똑 서(書)가 아니라 지혜 서(書)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 줄에 놓아도 될 공자나 맹자, 그리고 순자나 장자, 또는 자사의 중용이나 탈무드도 지혜서이기 때문에 서적 중에서 손꼽히는
책이 되었다.
지혜서는 깊이가 있어 한 줄 한 줄 읽어가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지혜 서를 읽으면서 지혜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똑똑해지려고 몇 줄을 입으로 외운다.지혜서의 좋은 내용을 보면 머리로 깊이 생각하고 넓은 마음에 깊이 담아야 하는데 입에다 담고 세 치 혀로 달달 외운다.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알고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똑똑한 사람은 여자나 남자나 할 것 없이 읽으면서 입으로 흉내 내기를 좋아하고 지혜 있는 사람은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똑똑하다는 말이 좋아는 보여도 더러는 그 똑똑함이 허(虛)똑똑이가 될 때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똑똑한 사람은 남의 경을 곤두세우게 한다.대개 보면 똑똑한 사람은 ‘나’를 앞세우고 고집이 세며 자기 주장을 꺾지 않는다. 똑똑한 사
람은 남의 말을 잘 듣지도 않으면서 남이 하는 말을 가로채며 첫 마디에 ‘아니’ 소리를 잘 한다.
양보를 잘 하지 않고 자기도 모르게 남을 비하한다. 웃음 뒤에는 지략이 숨어있으나 어려운 일에 해결사가 되지 못하고 뒷전에 있다가 일이 해결되면 이렇다 저렇다 의견이 많고 말이 많다. 남의 결점은 잘 찾으나 자기의 결점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당화 시킨다. 똑똑한 사람은 남을 가르치기를 좋아하고 지혜가 있는 사람은 알면서도 다시 배우기를 좋아한
다. 똑똑한 사람은 반성하는 데에 인색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입장이 궁하면 이 것 저 것 끌어다 상대방을 어지럽히면서 궁지에서 빠져나가려 한다.
똑똑한 사람은 남이 하는 일에 훈수 두기를 잘 하고 지혜가 있는 사람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자기가 묵묵히 한다. 똑똑한 사람은 차 속에서도 운전하는 사람에게 “이리 가라” “저리 가라” “빨리 간다” “늦게 간다” 잔소리가 많아 운전하는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거나 화
를 돋군다. 똑똑한 사람은 메말라 보이면서 쪽박 쪽의 냄새가 나고, 지혜가 있는 사람은 무엇인가 풍성해 보이면서 대박 가능성의 냄새가 난다. 똑똑한 사람이 자기를 알고 반성하는 데에 게으르지 않으면서 몸을 굽힐 줄 안다면 그 사람은 똑똑한 사람에서 현명한 사람이 된다.
현대사회가 아무리 기계문명 쪽으로 발달했고, 아무리 여권이 신장되고 여자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되었다 해도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 여자들이 원하는 이정표일런지도 모른다. 아니, 누가 묻기를 “당신은 어떤 여자가 되렵니까?” 한다면 “현모양처가 되고 싶다”는 말은 처음의 대답이요, 또한 마지막의 대답일런지도 모른다. 똑똑한 여자는 현모양처 되기가 쉽지 않다.
현모양처란 말이 무엇인가? 현명하고 온순한 부인을 가리켜 현모양처라 하지 않는가! 따뜻한 기운은 얼음 뿐만이 아니라 쇳덩이도 녹인다 하지 않는가! 똑똑한 여자는 똑똑하기 때문에 온순해지기가 쉽지 않고 따뜻해지기가 쉽지 않다. 똑똑하지 않아도 지혜가 있거나 현명한 사람은 남을 편안하게 하고 남을 비하하지 않는다. 남의 말을 잘 들을 뿐만 아니라 받는 말의 첫 마디가 “그래” 아니면 “맞아” 하면서 상대를 일으켜 세운다.
마음이 따스한 사람은 현명하거나 지혜가 있는 사람이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에서 똑똑한 쪽은 토끼이고 지혜 있는 쪽은 거북이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하는 일이 있으면 조심스레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남이 하는 일을 잘 하느니, 못하느니 시끄럽게 상관을 하지 않고 조용하다. 현모양처의 기본을 잘 갖춘 사람이다. 남을 가르치려 드는 사람은 독똑한 사람일런지는 몰라도 배우려 하는 사람은 생산적이고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다. 자기의 주장만 옳다고 내세우지 않는 사람, 한 마디 하는 말이 있으면 두 마디를 듣는 사람, 남을 부리려 하지 않고 스스로 일을 하는 사람, 공치사하지 않는 사람, 나를 추켜세우지 않는 사람은 현명하고 지혜가 있는 사람이다.
구십도 각도가 아니더라도 머리를 조금이라도 숙일 줄 아는 사람은 사랑을 받는다. 똑똑한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눈높이 한자를 내리지 않으면 결점이 되기도 한다. 어느 자리에서나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나 똑똑한 척하는 사람은 말 수를 줄이고 비관하지 말며 자기의 키를 상대보다 줄일 줄 알아야 금상첨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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