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부터 평양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을 갖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져진 사실이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 거의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는 아버지 김일성과 비교될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이 항상 아들 김정일을 짓누르고 있으며 이런 불안감이 그의 사치와 과장된 언행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은 이제 정설이 되다시피 했다.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에 사로 잡혀 있는 또 다른 정치인으로는 부시 대통령이 있다. 자신보다 더 건장하고 유능하며 치밀했던 아버지 부시를 닮고 뛰어 넘으려고 하지만 그렇지 못한데 대해 불안해 하는 심리가 그의 국가 경영 방식에 얼핏얼핏 투영돼 나타난다. 조지 워싱턴대의 저스틴 프랭크 교수가 쓴 ‘부시의 정신분석’(Bush on the Couch: Inside the Mind of the President)은 이같은 아들 부시의 심리상태를 탁월하게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프랭크 교수는 이 책에서 부시가 자신의 불안감을 통제하는데 얼마나 노심초사 하고 있는지의 대표적 사례로 이라크 대량살상 무기 문제를 든다. 후세인이 대량살상 무기를 갖고 있다고 ‘믿기로 작정한’ 부시는 자신의 믿음에 반하는 새로운 정보는 철저하게 외면하는 태도를 보였다. 국가 지도자로서 부시의 이런 태도는 결과적으로 대중을 호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가 자신의 불안감을 통제하는데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고 프랭크 교수는 지적한다.
소탈해 보이는 대통령의 지독한 완고함. 세계 최고의 권력을 가진 미국 대통령의 이런 모순된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일은 미국인들의 안위뿐 아니라 지구촌의 안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철학자인 스라보예 지젝은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이후 부시 행정부의 행동양식을 이해하려면 국가안보전략보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먼저 읽어야 한다”고 했는지도 모른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간의 피튀기는 싸움이 어떻게 귀결될지 한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선통과가 곧 당선’이라는 한나라당 경선인만큼 유력 대통령 후보인 두 사람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는 것도 무의미한 일만은 아닐듯 싶다.
박근혜 후보를 그녀의 아버지 박정희와 떼어서 생각한다는 것을 불가능하다. 사회 저명인사들의 정신세계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은 박근혜를 “칼 융이 기술한 ‘부성 콤플렉스’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전형”이라고 관찰한다. ‘부성 콤플렉스’를 가진 여성들을 분석심리학에서는 ‘영원한 소녀’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성장한 후에도 여전히 현실적 부모와 신화적 부모를 분리하지 못하는, 부모문제에 관한 한 유아적인 심리를 보인다는 것이다. 박 후보가 아버지 문제가 나올 때마다 보이는 반응들을 보면 ‘신화적 부모’에 매몰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박 후보와 맞붙고 있는 이명박 후보는 성공신화로 대변되는 ‘자신감’이 특징이다. 지금은 국민들 마음을 잡아야 하는 때인 만큼 최대한 몸을 낮추려 노력하는 것이 역력하지만 그의 의식 속에 깊숙이 배어 있는 ‘통제되지 않은 자신감’까지 온전히 감추어지지는 않는다. 그런 자신감은 그의 성장과정을 되짚어 볼 때 열등의식을 덮기 위한 ‘우월 콤플렉스’로 보여진다. 아랫사람들에게 “권위적인 태도를 버리라”는 메시지를 권위적인 태도로 전달하는 사람들이 이런 유형이다.
누구에게나 나름대로의 콤플렉스가 있다. 콤플렉스가 항상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삶의 원천적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사실 성공했다고 하는 인물들을 분석해 보면 콤플렉스가 원동력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력 대선 후보들 경우처럼 말이다.
문제는 성공의 고지에 도달한 다음이다. 콤플렉스는 정상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디딤돌’이 되지만 정상에 오른 다음에는 종종 ‘걸림돌’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콤플렉스를 잘 통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조직은 긴장하게 된다. 부모가 콤플렉스가 있으면 자녀들이 불안하고 대통령이 콤플렉스가 많으면 국민들이 피곤하다.
국가지도자의 정신건강은 국가의 건강도와 직결된다. 이제부터라도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들은 취임 전에 한번쯤 자청해서 심층적인 정신분석을 받아보는 것이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 ‘나도 몰랐던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봐야 국정 수행에 들어간 후 콤플렉스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대통령의 혈압과 맥박만이 국가의 안위와 연관돼 있는 것이 아니다.
5년 후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떨까. “프로이트에게나 물어보라”는 대답이 나오지는 말아야 할텐데….
yoonscho@koreatimes.com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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