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2차 정상회담에 합의했다. 2000년 정상회담 이후 7년만의 일이다. 6.15 공동선언에서 약속한 것처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하는 형태의 정상회담은 아니지만 두 번째의 남북정상회담이 지구상에서 냉전의 고도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서 평화의 길을 여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적대적 공존관계를 유지하던 남과 북이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화해와 협력의 6.15시대를 열었다면 이번 2차 남북정상회담은 정전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지역인 한반도에서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평화적 방법에 의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서막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 및 제도화의 계기가 될 2차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의 시기, 장소와 관련하여 국내외에서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4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이 정략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있고 장소가 다시금 평양으로 결정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과 2.13합의 등 북한 핵문제가 국제협력을 통해 단계적 해결의 국면에 진입하고 있고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 북미관계의 정상화 및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의 건설과 긴밀히 연계되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이 한반도의 운명을 주변국가에게만 맡겨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한반도 평화건설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정상급 대화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될 수밖에 없는 시점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무엇을 논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6.15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은 통일문제의 해결을 위한 큰 원칙에 합의를 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가 남과 북임을 확인했고 통일방안으로 남측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공통점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인도적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후 남북 장관급 회담이 정례화 되었고 남북은 개성에 남북 경제협력의 모델이 될 공업지구를 건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남북관계가 6.15공동선언 이후에도 답보상태에 있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2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제는 이제 평화의 문제가 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에 이르는 길로 우리는 두 가지 경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한 평화의 길이다. 남과 북이 북의 핵개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절대 안보를 추구한다면 한반도의 평화는 불가능하다. 남과 북이 더불어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공동안보의 길로 가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것처럼 군축과 군비통제를 위한 적극적 실천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기초로 2차 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이 어떠한 형태든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에 반대한다는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우리는 전인미답의 평화의 길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지구화 시대 한반도 평화의 길은 경제협력을 통해 경제공동체를 건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남과 북의 경제적 분업구조를 창출할 수 있는 경제협력이 이루어진다면 남북의 상호의존이 증대될 것이고 이 상호의존은 정치적,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차 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이 서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남측의 대표단이 철도나 도로로 북측을 방문할 수 있다면 이는 남북경제협력의 길에 대한 하나의 보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의 이 두 경로를 현실화할 수 있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합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우리 국민들과 함께 세계 각지에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고 있는 해외동포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이 필요하다. 전 세계가 우리의 평화를 통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기 마련과 함께 북핵문제 해결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우리의 주도적 역할이 보다 강조되기를 기대한다.
구갑우 / 북한 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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