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재를 어떤 형태의 제품으로 만들어서 상품화하는 것을 상품디자인이라고 한다. 이때 상품은 그 기능에 적합한 형태를 띠고 있어야 한다. 예컨대 어린이용 장난감이 어린이가 들기 무거운 형태라면 곤란하다. 또한 상품은 시각적으로 친근감을 주어야 하므로 형태뿐만 아니라 상품을 어떻게 포장하느냐도 중요하다. 엄밀히 말하면 기술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제품이고 소비자에게 파는 것은 상품이다. 상품이란 상업물품의 준말로 상업 목적으로 생산된 생산물(produce) 과 생산품(product)을 의미한다. 생산물은 농업생산물 등으로 주로 쓰이고 생산품은 공업생산품 등 제조품목을 의미한다. 따라서 상품 디자인은 주로 제조품목에 적용된다.
상품화를 위한 제품생산의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정식 명칭은 상품의 기하학적 형태론이라고 할 수 있다.
기하학에서 1차원이라고 하면 선을 의미한다. 2차원은 넓이를 지칭하고 3차원은 부피를 나타낸다. 이런 기하학의 개념을 판매하는 상품에 응용해 보면 1차원 상품은 선 같은 제품이므로 모양이 긴 상품이 된다. 2차원 상품은 모양이 넓은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3 차원 상품은 부피이므로 길지도 넓지도 않은 제품이라고 적용해 볼 수 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모든 상품은 부피가 있으므로 3차원 상품이다. 그러나 상품은 소비자가 눈으로 보고 사는 것으로 눈에 비친 영상에 따라 긴 상품, 넓은 상품으로 정의한 것이다.
우리가 옛날에 즐겨 먹었던 엿을 한번 연상해 보기로 하자. 우리가 엿치기 하던 엿가락은 길기 때문에 1 차원 상품이다. 대패로 밀어 주던 넓적한 판 엿은 2차원 제품이고, 동글동글한 생강엿은 3차원 상품이다.
반면 기하학에는 용어가 없지만 편의상 0차원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0차원 상품을 정의해 보자. 0차원 상품이란 상품이 낱개로 팔리는 것이 아니라 무게 등 단위로 팔리는 것이라고 하자. 0차원 상품의 예는 쌀, 밀가루, 설탕 등이 있다.
이렇게 상품을 0차원, 1차 원, 2차원, 그리고 3차원으로 구분하면 제품의 생산관리가 편해진다. 한 소재에 대해 0차원, 1차원, 2차원, 3차원 형태의 제품생산이 가능한가를 고려해 봄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상품개발이 가능해 진다. 앞에서 언급한 엿이 그 예이다. 다른 예로 설탕을 들 수 있다. 설탕은 원래 무게로 파는 0차원 상품이었으나 3차원 형태의 각설탕을 개발해 고가상품이 되었다.
이러한 상품의 기하학적 형태를 상품의 제공이나 상품의 포장에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소프트드링크도 기본적으로는 0차원 제품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경우 대형 드링크와 소형 드링크 두 선택만 제공하는 것보다 대, 중, 소형의 세가지 선택을 제공하는 것이 매출에 유리하다. 이는 소비자들의 극단(extremeness) 회피성향을 이용하는 것으로 대, 중, 소형 선택이 주어지면 대다수 소비자들이 중형 드링크를 고르는 결과를 가져온다. 초대형인 점보(원래는1885년에 죽은 서커스단의 대형 코끼리 이름) 드링크를 추가하여 중간 선택이 된 대형 드링크의 매출을 늘리려고 시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의 눈도 길이와 높이가 같아도 길이보다 높이가 더 높다고 보는 수직적 착시(vertical illusion) 현상을 나타낸다. 따라서 같은 양의 콜라가 든 콜라 캔도 넓은 캔보다 높은 캔이 더 많은 콜라를 포함한다는 인상을 소비자들에게 준다. 콜라 캔이 긴 이유이다.
콜라 등 음료수 캔은 원형인데 우유는 사각 컨테이너로 판다. 사각 컨테이너형 상품이 원형 캔 상품보다 수퍼마켓 선반에 보관하기가 더 효과적 일 것이다. 특히 우유는 냉장고 안에 보관하여 팔기 때문에 사각형이 냉장고 스페이스를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유는 사각 컨테이너로 제공된다고 볼 수 있다.
CD와 DVD는 디스크는 같은 크기인데 DVD가 CD보다 훨씬 큰 패키지에 포장되어 나온다. DVD가 VHS 포멧에 따른 비디오테입을 대체하는 역사적인 결과이지만 DVD도 CD식으로 간소하게 제공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요진 /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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