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사태가 점점 긴박하게 돌아간다. 배형규 목사에 이어 또 한명의 무고한 청년이 무참히 살해됐으며 남은 인질 21명의 목숨도 위태롭다. 이 사태가 도대체 어디까지 갈 것이며 또 우리는 이 계속되어지는 살상을 두고만 볼 것인가? 협상이 잘 안될 경우 인질들
은 정말 탈레반의 말처럼 차례로 죽음을 맞을지도 모른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종교와 전쟁’이라는 가장 상대적인 상황이 낳은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종교적 전쟁지역을 향해 선교를 떠난 한국의 젊은이들은 그 것이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종교적인 목적을 위해서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종교적 헌신이란 전쟁이든, 기근이든,
어떠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마다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 반대로 전쟁이란 상황 역시 극적인 상태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그 양태이다.
이번 사태는 아무리 보아도 쉽게 풀릴 가닥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말하기 쉽게 왜 위험한 분쟁지역에 스스로 위험을 자초했느냐고 따질 수 없는 노릇이고, 또한 전쟁상태에 있는 사람들도 극단적인 행동을 얼마든지 쉽게 할 수 있는 처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더 큰
비극이 발생하지 않게 이번 사태를 수습할 것인가. 이 것은 우리가 모두 중지를 모아 해결해 나가야 할 일이다.지금 이 사태의 열쇠를 쥔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이 한국정부와 탈레반 반군, 아프가니스탄 현
정부와 미국이다. 말하자면 이들 4자간에 협상이 잘 이루어져야 더 큰 참극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우선 탈레반 반군의 비인도적이고 야만적인 살상은 어떠한 이유로도 이해되거나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태는 이유여하를 떠나 너무나 위급하다. 국제분쟁의 틈바구니에서 무고한 우리 민족이 더 이상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때문에 잘 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그들을 구해내기 위한 모든 것에 우선해야 할 것이다. 미국도 미국인이 아니라고 해서 소극적인 자세로 임해서는 안
될 것이며 아프가니스탄 현 정부를 적극 설득해 필요하다면 포로 맞교환을 해서라도 사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올해는 한미수호조약 125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그 것은 한국이나 한국인들이 위험에 처할 때 맹방으로 같이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무쪼록 아프가니스탄 현 정부의 영향력 있는 미국정부가 적극적으로 한국인 인질구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미국
에 사는 우리 동포들이 이런 일을 당할 때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때로는 무력감을 느낀다. 이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없을까? 다행히 현재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수반인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10여 년 간 정치망명을 하며 바로 이 뉴욕 퀸즈 후레쉬 메도우에 우리 한인들과 이웃해 살았기 때문에 한국인들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원래 아프가니스탄 외무부 차관출신으로 탄레반들에게 정권을 빼앗긴 후 미국으로 망명했다가 이번에 대통령이 된 인물이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이번 포로 한국인 인질 석방에 키를 쥐고 있는 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에게‘Dear President of Afghanistan’ 하고, 수신 주소는 워싱턴 주재 아프가니스탄 대사관 ‘The Embassy of Afghanistan :2341 Wyoming Ave., NW Washington DC 20008’ 또는 주 뉴욕 아프가니스탄 대사관 ‘Consulate General of Afghanistan -New York:360 Lexington Ave 11th Floor, New York N.Y 10017’로 보내는 편지를 간곡하게 쓰는 것이다.
여러분이 쓰는 한 장, 한 장의 편지가 나머지 억류돼 있는 인질들의 귀한 생명을 구하는데 결정적인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누가 아는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영어든, 한국어든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에 보내는 편지쓰기 운동을 지금 속히 벌이자. 시간이 너무 없다. 이 것 저것 생각할 여유가 없다. 이 사태에 우리가 자칫 소홀해서 만일 21명 인질 모두에게 불행이 닥친다고 하면 이는 정말 큰 문제이다. 그 사태 이후를
우리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 후유증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서둘러 내 동포, 내 가족이 무사히 돌아오도록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적극 나서달라고 눈물로 호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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