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영(전 언론인)
전진만장(戰塵萬丈)의 아프가니스탄, 의료봉사를 겸한 기독교 선교를 위해 한국 젊은이 23명이 정부의 만류를 뿌리치고 현지에 들어갔다가 탈레반 저항세력에 납치되어 그 중 인솔목사 1명이 죽임을 당했다.
잡혀있는 나머지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한국정부가 개입, 힘겨운 협상을 추진중이나 실권 당사자의 한 축인 미국의 무성의로 성과는 없고 이들의 운명은 보름째 표류하고 있다.우리 재미한인도 그들의 무사귀환을 소망하면서 3년 전 고 김선일씨의 비극이 되살아나 명분 없는 전쟁에 휘말린 고국 동포들의 수난에 가슴 아파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 이번 사건의 원인
이 된 극성스런 해외선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성의 목소리 또한 높다.
나라를 지키고 신앙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갈갈이 찢어버리는 자살폭탄으로 맞서는 완강한 무슬림들, 그들을 설득하여 기독교로 개종시키려는 선교사들의 노력은 순수한 동기라 해도 무모하게만 보인다.9.11 테러, 아프간전쟁, 이라크 침공과 이에 뒤따른 유혈 종교내전 등, 21세기는 초입부터 지구촌을 뒤흔드는 대사변들로 얼룩져 있다. 정치, 경제적 복잡한 원인들로 얽혀 있지만 심층 내막은 그 어느 것 하나도 기독교와 이슬람이란 종교문제와 무관한 것은 없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그리고 유대교는 모두 같은 하느님을 섬기는 뿌리가 같은 종교라고 일컬어지고 있는데 이중 기독교와 무슬림은 옛부터 원수처럼 싸우고 있다. 유럽인들의 종교인 기독교는 르네상스 이래 구라파에서는 서서히 그 교세가 쇠퇴하고 있는 추세이고 특히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아크 등 북구 복지국가, 빈부의 차이가 심하지 않은 곳에서는 눈에 띄게 신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유독 미국과 한국에서 개신교가 성한데 특히 한국에서는 극성을 부리며 팽창 일로에 있고 최근 통계는 국민의 40%가 기독교(개신교)신자라고 한다.
TIME지의 한국 개신교 비판
미국 시사잡지 TIME 최신호는 한국의 개신교 현황을 전했는데 수 만개의 교회들이 작년 한 해 동안에만 1만6,000명의 선교사를 전세계 150개 나라에 보내 한국은 10만명을 보내고 있는 미국에 이어 세계 제 2위의 해외선교사 파송국이라는 것이다.
잡지는 이 교회들이 더 많은 신도와 더 크고 호화로운 교회를 짓고도 모자라 교세를 더 확장하기 위해 선교사를 해외에 보내 교회의 명성을 높이려고 경쟁하고 있는데 이것은 모두 더 많은 헌금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선교사들 중 일부는 해외 현지에서 선전을 위한 사진 찍기에 열중하는 이른바 캠코더 선교를 하고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TIME지는 이번 아프간 인질사건이 과열경쟁으로 치닫는 한국 개신교계에 반성과 시정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TIME지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근래 한국에서의 일부 개신교 목사들의 간음, 공금횡령 등 탈선 비리가 끊임없이 터져나와 말썽이 되고 있는데 그 정도가 심해 제 2의 종교개혁이 운위되는 사회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
무신론자의 종교 비판
그런가하면 ‘이기적 유전자’란 저서로 유명한 영국의 진화 생물학자 리처드 도우킹스 박사는 최근 간행된 ‘신의 망상(The God Delusion)’이란 저서에서 “종교가 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다”고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를 규탄하는 탄핵문을 발표했다.
버트란드 럿셀과 함께 무신론자이며 저명한 과학자인 도우킨스는 종교전쟁의 대표적 참상인 코소보전쟁을 비롯해서 이라크, 아프간 전쟁도 종교가 일으킨 비극이라고 지적했다.그는 “2001년 뉴욕 한복판에서 쌍둥이 빌딩이 주저앉았다. 현대판 십자군이 뒤따랐다. 9.11과 아무 관련도 없는 아프간이 불바다가 되었고 이라크가 생지옥으로 변했다. 내전으로 뒤엉킨 지금의 이라크는 종파간 골육상쟁으로 온 나라가 피바다로 되었다”면서 이 모든 것이 종교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반인간적 악행이라고 규탄했다.
도우킨스는 “수염 허연 할아버지가 우주와 인간을 창조하고 만물을 주관한다는 믿음은 어리석은 망상”이라며 과학의 위대한 성과인 진화론이 미국에서는 창조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고 탄식한다.그는 부시대통령이 신으로부터 이라크를 침공하라는 계시를 받고 이라크를 침공함으로써 지금 중동을 지옥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이번의 불행한 사건을 겪으면서 한국 개신교의 문제점을 들추어 지적한 TIME 잡지와 한 과학자의 주장을 짧게나마 소개한 것은 한국 기독교가 지금까지처럼 맹목적 신앙에서 이성의 눈으로 여과된 신앙, 타종교를 미워하지 않고 상생하는 평화의 종교로 그리고 과학의 지지를 받는 합리적 도덕률로 거듭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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