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해이스팅 로스쿨 진학에 앞서 모교인 LA하이스쿨을 방문한 김원빈씨.
나의 대학생활-신흥 아이비리그 보든대 졸업 김원빈씨
LA하이스쿨에서 전교 1, 2등을 다투던 한인 2세가 대학 4년을 마치고 로스쿨을 향한 항해에 나선다. 다음 달 중순부터 UC해이스팅 로스쿨에서 법률가의 수업을 받기 전 모교를 찾은 김원빈(23)씨를 만나 신흥 아이비리그 대학인 보든 대학(Bowdoin College)에서의 생활과 앞으로 포부에 대해 들어봤다.
LA와 환경 전혀 달라‘문화 충격’
교수가 학생 이름 다 알 정도로 친밀
내달 로스쿨 진학“이민자 권익 보호”
김씨가 졸업한 보든 대학은 높은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몇 개 되지 않는 미국대학 이름만 알고 있는 한인 학부모들에게는 생소하다.
한인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 학교는 1794년에 메인주 브런즈윅에서 개교했다.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보든 대학은 미국 북동부의 하버드, 예일, 펜실베니아 등 아이비리그 8개 대학을 바짝 추격 중인 뉴 아이비스(New Ivies)의 하나다.
시카고에서 태어나 된장찌개 냄새나는 한인타운에서 성장했던 김씨는 “미지에 대한 도전의식” 때문에 ‘추파’를 던지는 다른 대학들을 모두 제쳐두고 보든 대학을 선택했다.
일 년 내내 비 구경하기조차 힘든 무변화 기후와 라틴계, 흑인, 한인 가운데에서만 성장했던 김씨의 대학생활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백인이 대부분인 학교 안팎의 환경, 하늘에서 펑펑 쏟아지는 하얀 눈 등 어느 하나 낯설지 않은 것이 없었다. 특히 도심지 영세근로자 자녀들이 다니는 LA하이스쿨 출신의 김씨는 백인 룸메이트로부터 “우리 아버지는 부시 대통령의 동창”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학교 성적은 가정형편과 인종 순’이라는 교육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지 걱정했다.
집에서 새지 않는 쪽박은 밖에 나가도 새지 않는 법. LA하이스쿨에서 펄펄 날던 김씨는 오랜 전통의 학부 중심 교양대학이 제공하는 모든 것을 활용하며 쭈그러진 자신감을 다시 폈고, 사회학과 인류학을 복수전공한 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 4년을 마치는데 성공했다.
김씨는 학교의 가장 큰 장점으로 교수와 학생 간의 친밀함을 들었다. 교수가 학생 개개인의 이름은 물론 특기까지 파악하고 있고, 교수와 학생들이 서로 퍼스트 네임을 부른다고 한다. 가족적인 분위기란 것이다.
이런 실정의 원인은 1~4학년 학생 인구가 1,700명이 채 안 되는 보든 대학의 규모 때문이다. 전체 수업의 39%는 10~19명의 적은 수의 학생으로 이뤄진다. 수강 학생 수가 2~9명 선인 강의도 전체 수업의 25%를 차지한다. 100명 이상의 학생으로 이뤄지는 수업은 하나도 없다.
수업을 듣는 학생 수가 적다보니 교수는 학부생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한 가족이 되는 것이다.
큰 강당에서 한꺼번에 최소 200명 이상이 수업을 듣고 교수 면담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든 대형 UC계열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꿈만 같은 이야기다.
수업료, 기숙사비 등 연 4만8,000여 달러가 드는 학비를 장학금으로 해결한 김씨는 다음달 UC해이스팅스 로스쿨로 진학한다.
김씨가 로스쿨 진학이란 결심을 굳히는 데는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지만 제도적 문제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을 직접 목격한 개인적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김씨는 자신보다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학비 보조가 주어지지 않는 불법체류자란 부모가 물려준 ‘원죄’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했던 LA하이스쿨 동창들의 사례를 들었다.
또 사우스 LA의 도시근로자 권익옹호 단체에서 여름방학 때마다 ESL 교사, IT컨설턴트로서 일하며 접한 이민자들의 실상을 거론했다.
김씨의 눈에는 현 미국 사회는 ‘위기’에 직면해 있고, 사회 구성원들 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는 것이 보인다. 기회의 땅인 미국의 원래 모습이 아닌 것이다.
미국 북동부에 있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났던 4년 전 같이 법률을 통해 이런 미국 사회의 모순을 바꾸는데 도전해보겠다는 포부다.
김씨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적은 것부터 하나씩 변화시키자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뉴 아이비스는
‘뉴 아이비스’는 급부상하고 있는 25개의 신흥명문 대학을 말한다.
전통의 아이비리그는 미 북동부의 8개 사립대학이다. 한인 학부모들이 잘 알고 있는 하버드, 예일, 콜럼비아, 프린스턴, 펜실베이니아(유펜), 코넬, 다트머스, 브라운대를 가리킨다.
세월이 가면서 스탠포드, 시카고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칼텍 및 소형 단과대학인 윌리엄스, 앰허스트, 미들베리, 스와스모어, 웨슬리언 칼리지 등이 미국 내에서 손꼽는 대학의 반열에 포함됐다.
그러난 지난 10여년 사이 학생들 간 입학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류 교수진과 양질의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대학들도 급격히 늘었다. 이들 학교는 학생들의 달라진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함으로써 세계 수준의 명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뉴스위크가 선정한 뉴 아이비스 25개 학교로는 보스턴대, 보든대, 카네기멜론대, 클레어몬트 칼리지, 콜비 칼리지, 콜게이트 칼리지, 데이비슨 칼리지, 에모리대, 캔욘 칼리지(오하이오), 마칼레스터 칼리지, 미시건대, 뉴욕대, 노스캐롤라이나대, 노트르담대, 올린 칼리지, 리드 칼리지, 렌시레어 폴리테크닉 인스티튜트, 라이스대, 로체스터대, 스키드모어 칼리지, 터프츠대, UCLA, 밴더빌트대, 버지니아대, 워싱턴대 등이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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