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손의 사진 강의 #23

얼마 전, 산 호세의 디 안자 칼리지에 있는 플린트 센터에서 열린 한국일보 주최 솔리스트 앙상블은 카메라도 잊은 채 음악에 젖어들기에 충분했었다. 여기저기서 가끔씩 터지는 플래쉬에 성가시기도 했고, 조그만 플래쉬가 무대까지 갈 리도 없는데, 열심히 카메라를 만지는 몇 관객들을 보면서 이번 사진 강의는 플래쉬 사진에 관한 것으로 하기로 마음 먹었다.

카메라의 플래쉬가 얼마나 강한지는 GN (Guide Number)로 결정한다. GN 숫자가 클수록 좋지만, 비교할 때엔 조건이 필요하다. 어떤 ISO에서 촛점 거리 얼마의 렌즈를 카버할 때 (화각)의 GN이 얼마냐를 본다. 예를 들면, ISO를 100에다 두고 플래쉬 카버 화각이 65도 (35mm 카메라의 경우 35mm의 촛점 거리 렌즈)일 때 GN이 120ft인 플래쉬와 80ft인 플래쉬가 있다면, 120ft 의 큰 GN인 플래쉬가 강하다. 제조 업체마다 과대 광고를 위해 플래쉬 카버 화각이나 ISO를 안 밝히고 큰 GN만 쓰는 경우가 있는데 비교할 때 주의해야한다. 만약, 플래쉬에 내장 줌 (zoom) 장치가 있다면 화각이 좁아질 수록 (카버 촛점 거리가 망원 쪽일 수록) 빛은 멀리가고 GN은 커진다.

만약 플래쉬에 반사판이나 diffuser를 쓰면, 빛은 부드러워 지지만 GN은 상당히 감소한다. 플래쉬를 천정이나 벽을 향하게 해서 반사 효과를 얻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빛이 부드러워 지면 짙은 그림자가 상당히 부드럽게 나타난다.

촛점 거리와 ISO가 정해지고, 피사체까지의 거리가 정해지면, 샷터는 동조 속도에 두고 조리개의 수치를 결정해야된다. 조리개의 f 값은 GN를 거리로 나눈 수치이다. 예를 들어, ISO 100에, 카버 촛점 거리가 35mm, 이 조건에서의 GN이 160 ft이고, 필름에서 피사체까지의 거리가 10ft이면 조리개의 f 값은 160/10=16 이다. 요즘의 전자식 플래쉬는 앞의 예의 10ft 거리 내에 있는 피사체는 모두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

또 조그만 플래쉬가 내장된 SLR 카메라들이 있는데, 이러한 내장 플래쉬를 쓸 때엔, 적목 (赤目: 붉은 눈) 현상에 주의를 해야함과 아울러, 큰 렌즈나 렌즈 후드 (hood)를 장착해서 사용할 수 없다. 이 경우엔 렌즈나 후드가 플래쉬에서 나오는 빛을 막을 수가 있다. 적목 현상은 주로 플래쉬와 피사체의 눈과 카메라 렌즈의 축이 연결해서 이루는 각도가 5도 미만이면 생긴다. 피사체 눈의 동체를 작게 하기 위해 예비 플래쉬 (pre-flash)로 촬영 직전 한번 밝게 반짝해 준다든지, 주변을 밝게 조명해 준다든지, 플래쉬를 렌즈의 바로 위에서 거리가 떨어지도록 해서 (5도 이상의 각도를 이루기 위해) 사용하면 적목현상이 감소된다. 그러므로 많은 결혼 사진 작가들이 플래쉬 브래켓 (bracket)과 동조 코드 (Synchronization Cord)를 사용해서 플래쉬 사진을 찍는다.

음악회 등에서 조그만 내장 플래쉬 (낮은 GN)를 가지고 사진을 찍으면 사진 촬영에 필요한 양만큼의 빛이 무대까지 도달하기가 힘들다. 디카의 경우 차라리 ISO를 1000 이상으로 두고 플래쉬를 끄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방해가 안되고, 사진도 잘 나올 것이다. 플래쉬를 쓰면서 다른 관람객에게 불편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모두 조용히 공연을 경청하는데 번쩍번쩍 플래쉬를 터뜨리는 일은 삼가하는 것이 예의이다. 예배 시간에 기도하시는 목사님 눈에다 대고 카메라 플래쉬를 터뜨린다면?

공연 사진 촬영에서 주의해야할 것은 찍은 사진을 어디에 쓰느냐 하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을 찍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어디서든지 남몰래 찍은 다른 사람의 사진은 초상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남의 작품이나 재산을 허가없이 찍은 사진은 재산권 침해가 된다. 그러므로 사용 용도에 따라서 허가를 받을 필요가 있는데, 초상권에 대해서는 Model Release를 받아야 하고, 재산에 대해서는 Property Release를 받아야 한다. 신문이나 잡지에 나오는 기사를 보조하는 사진은 면책된다 (Editorial Context). 법율적인 사항은 당장에는 2007년 5월호의 Shutterbug 잡지에 난 기사를 참조하고, 자세한 내용은 ASMP (American Society of Media Photographers) 의 San Francisco Chapter 의 월례회에 참가해서 답을 구할 수가 있겠다. 회원이 아니면 사전 참가 허가를 받든지, 다른 회원의 추천을 받아 Associate Membership을 얻으면 된다. 작년 산 호세 지역 교민들의 합동 월드 컵 응원전을 찍었을 때, 사진을 찍은 후, 가지고 다니는 Model Release Short Form에 서명하도록 했었다.

사진의 인물을 식별할 수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일은 잠시 생각해봐야 한다. 뒷모습을 찍었다면 식별이 어렵고, 면책이 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이 솔리스트 앙상블에 출연했던 네분의 여성들의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초상권에 저촉되는 일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겠다. 특히 요즘은 Privacy Law가 엄격히 시행되고 있다.

그 관람객은 무슨 목적으로 사진을 찍었을까? 사진은 잘 나왔을까?

<폴 손, ktsf@paulsoh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