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광주 비엔날레의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동국대학교의 신정아 교수가 학사, 석사, 그리고 박사학위까지 학력 전부를 날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본인과 가족들은 아직도 그녀의 학위가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지난 2월에 고려대학교의 이필상 교수가 논문표절 파문으로 총장직에서 물러난 사건에 비할 수 없는 엄청난 교육계의 비리사건이다. 이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그런 사람이 한둘인가요? 워낙 많아서 하루 종일 말해도 모자랄 걸요”라는 촌평을 읽고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최근 한국 경찰은 비인가 외국대학에서 돈을 주고 박사학위를 딴 현직 교수와 공무원 39명을 적발하였다. 지난해 10월의 국정감사에서도 대학교수, 고위 공무원, 목사 등 사회 지도층 인사 154명이 국내에서 학위가 인정되지 않는 4개 외국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활동 중이라고 한 의원이 주장했다.
부친이 생전에 궁금해 하던 것 중의 하나가 미국 박사 학위증에 국가가 발행한 일련의 등록번호가 찍혀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의 학위증을 보고 그것을 확인해 달라고 하셨다. 목사를 청빙할 때 미국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후보자들이 많은데 그 진위를 검증하기가 힘들기에 그런 번호가 있다면 쉽게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한국에서는 학위수여를 국가에서 중앙 집중적으로 관리하기에 이런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의 교육 시스템은 연방정부가 아닌 주정부의 관할이기에 국가 차원의 그런 등록번호가 없다. 미국에서는 대학 교육의 질에 대해서는 자율적 규제를 위해 비영리 민간단체들이 자체의 기준을 세워 인증(accreditation)을 한다. 대학 전체에 대한 기관 인증과 한 분야에 대한 특별 인증을 주관하는 많은 인증기관들이 있다. 한 대학이 기관 인증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분야별로 인증을 별도로 받는 경우가 많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규제하는 것은 교육부에 등록된 인증기관들에서 인증을 받은 대학에 다녀야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학자금 보조를 학생이 받을 수 있게 한다.
물론 등록하지 않은 인증기관들도 있다. 그런 곳에서 인증을 받았다고 하여 무조건 질이 형편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등록된 인증기관에서 인증을 받았다는 것 자체만으로 질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인증기관들 간의 질에도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인증을 어떤 기관에서 받았는가에 따라서 그 대학 전체와 한 분야에 대한 질을 가늠할 수 있다. 인증은 한번 받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효기간이 있기에 다시 갱신하여야 한다. 따라서 어떤 학생이 미 인증 혹은 하류 인증기관에서 인증 받은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지만 그 후에 그 대학이 인증을 받았거나 더 좋은 인증을 받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의 대학 인증제도는 이처럼 복잡하기에 한마디로 가짜 대학 혹은 가짜 학위라고 규정하기가 어렵다. 엉터리 대학을 영어로는 ‘Diploma(혹은 Degree) Mill’이라고 하는데 공인된 인증기관의 인증 등을 받지 않고 부실한 혹은 엉터리 교육을 시킨 후 학위를 영리목적으로 남발하는 대학을 말한다.
한국의 경제를 세계11위까지 오르게 한 주요 요인 중 하나가 한국인들의 열성적 교육열이다. 하지만 아직도 세계 100위권 내에 드는 대학이 없으며 고등학문에 대한 수요를 주로 유학으로 해결하고 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들이 약 5만명으로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요즘 한국 정부와 대학들이 대학입시에서 본고사, 고교 등급제, 기여 입학제를 금지하는 ‘삼불’정책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정부는 대학에 대한 각종 규제를 지속하는 이유를 대학의 공익성 제고에 두고 있는 반면, 대학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학생선발 및 학사관리 등에 대한 자율성 제고를 주장하고 있다.
세계화의 추세에 따라 교육도 자유경쟁 시장의 원리인 수요자 중심과 개방주의로 나가야 한다. 유학의 필요성을 줄이고 외국 유학생들을 유치하려면 한국에도 세계적인 대학들이 등장하여야 한다.
최근에 어느 대권주자가 집중적으로 자원을 부어 넣어서 세계 100대 대학에 10개 대학이 포함되게 하겠다고 하였다. 이번과 같은 사건들을 볼 때 교수에 대한 학력평가 및 검증과 같은 기본적인 업무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한국의 대학들에 더 많은 자원의 지원과 자율규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가당착일 것이다. 지연, 학연, 인맥 등이 더 중요시되는 현실을 볼 때 대학들이 자율규제를 할 능력을 먼저 보이는 것이 급선무이다.
임진혁 / 새크릿 하트대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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