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하게 고르고 맡긴 후엔 간섭마라
우리 세대 역시 ‘하나의 시대’로서 다른 모든 시대들처럼 특유의 트렌드나 미망을 갖고 있다. 전 세대는 데이케어니 베이비시터니 하는 용어들과는 요원하게 살았다. 어린아이를 둔 젊은 엄마들이 영화 구경이라도 가려면 시누나 친정 언니 혹은 이웃집에 아이를 잠시 맡겨놓고 나들이를 하는 정도였다. 그래서 그들은 내 아이를 종일, 줄곧 남의 손에 맡겨놓고 일만하는 요즘의 ‘젊은 것들’을 빈정대는 소리도 하곤 한다. 그러나 언제인가부터 시대는 달라졌다. 지성과 비전을 가진 젊은 엄마들은 온 종일 쓸고 닦고 아이만 키우는 ‘2등 시민’으로 전락하는데 강한 거부의 몸짓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들에게는 갈등이 없느냐는 것이다. 물론 당연히 있다. 어떻게 하면 끊임없이 마음을 태우는 ‘차일드 케어’에 대한 염려를 내려놓을 수 있을까? 젊은 엄마들을 위해 ‘페어런팅’지 7월호가 이 문제를 다뤘다.
상황에 맞춰 차일드케어·베이비시터 선택
‘완벽한 돌봄’ 기대말고 사소한 문제는 포기
“여자로서 인복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늠하려면 베이비시터를 잘 만나느냐 아니면 못 만나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엄마들은 말하곤 한다. 다소 지나친 비약이긴 하지만 내 아이를 종일 맡기는 베이비시터가 젊은 엄마들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지를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말이기도 하다.
아이를 차일드 케어 센터에 데려다 놓고 돌아설 때 아이는 떠나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느라 유리창에 코가 찌그러지는 것도 모르고 창에 매달려 있다. 한 연구 조사에서는 차일드 케어 센터에서 온종일을 보낸 아이는 6학년까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태도에 있어서 경미한 문제를 더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 조사 보고서는 질 좋은 차일드 케어센터에서 시간을 보낸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또래에 비해 5학년까지 어휘력이 더 발달되어 있다는 내용도 더불어 발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엄마들에게는 후자의 좋은 소식보다는 앞서의 우울한 내용과 창문에 매달린 아이의 모습이 각인되어 사막처럼 가슴이 막막해 오곤 한다.
일을 줄여야 하는가? 아니면 그만둬야 하는가? 아이가 베이비시터를 ‘엄마’라고 부를 땐 미칠 것 같다. 아이는 정말 누가 제 엄마인지 모르는 것일까?
■재고와 재평가는 다르다
세 살짜리 큰 아이와 한 살짜리 두 아이를 같은 차일드 케어 센터에 맡겼다. 어느 날 데리러 갔더니 큰 아이는 한 살짜리 유아들이 노는 플래스틱 미끄럼틀을 타고 있었고 한 살짜리는 플래스틱 공룡으로 벽장을 무료하게 내치고 있었다. 언뜻 본 광경이지만 아이들은 생기가 없어 보였고 엄마 마음은 낮게 가라앉는다. 내 기분이 ‘별로’일 때 봐서 그런 걸까? 아니면 데이케어 센터를 바꾸어야 하나?
이럴 때 전문가들은 현재의 시스템을 재평가 해보라고 조언한다.
큰 아이가 어린 아이들이 노는 장소에서 놀 수도 있고 잠시 무료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데이케어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어떤지 다시 평가해 봐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 재점검에 들어갈 때는 조용하고 정돈된 낮 시간보다는 점심시간이나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 수선스러운 아침이 시스템 평가에는 좋은 시간이다. 또 원장도 중요하지만 아이들과 하루 종일 보내는 것은 방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이므로 이들과 직접 다시 이야기를 나눠 봐야 한다고 미전국 차일드케어협회 국장 린다 스미스는 말하고 있다.
베이비시터도 마찬가지. 처음 고용할 때 했던 질문보다 더 깊은 내용의 질문을 해봐야 재평가의 효과가 있다.
베이비시터와 엄마의 의견이 다를 때는 엄마인 나의 규칙대로 해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시행 여부도 점검해 봐야 한다. 사람이란 급한 상황에 처하면 다른 사람의 규칙보다는 자신의 규칙대로 행하기 쉽기 때문에 이 점은 상당히 중요한 계약내용이 되어야 한다고.
아기와 책읽고 재미있게 노는 베이비시터
질투하지 말고 ‘자신만의 시간’ 즐기길
■완전함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베이비시터는 충분한 통고 없이 그만 두는 경우가 있다. 대신 일대 일로 아이를 돌보기 때문에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막중하지만 더 세심하게 아이가 돌봄을 받을 수 있다. 일이 있어 늦을 때는 베이비시터 한 사람과만 흥정하면 된다.
데이케어 센터는 베이비시터와는 달리 갑자기 그만 둘 확률은 적다. 아이 친구도 있을 수 있고 커리큘럼이 있어 아이가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장난감이 낡았고 다른 아이가 콧물을 흘리며 나타나는 불안한(?) 날도 있을 수 있으며 일이 좀 늦어 늦게 픽업하면 벌금이 무지막지하게 높고 어떨 때는 도착하기도 전에 문을 닫아 버렸을까 봐 조마조마한 날도 있다.
사람을 택하느냐, 장소를 택하느냐의 사이에서 완전한 선택이란 없다. 단 이 포도주를 마시고 싶어 하는 갈망은 저 포도주를 마시고 싶어 하는 갈망과 그 느낌이 다른 것처럼 베이비시터와 데이케어센터는 각각 다르다. 일단 바른 선택을 했다고 판단되면 그냥 믿고 맡긴다. 아이의 경험과 성장에 중요한 사람과 장소인 만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주력하며 마음의 평화를 유지한다.
■질투하지 않는다
낮잠 자는 시간, 먹는 시간, 노는 시간 등 베이비시터는 아이와 좋은 시간만 보내고 나는 퇴근 후 아이가 피곤해서 칭얼대며 투정부리는 시간에만 함께 하게 된다는 피해의식에 젖을 때가 있다. 또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자도 베이비시터가 필요한데 1층에서 일하는 엄마는 아랑 곳 없이 2층에서 베이비시터와만 깔깔대고 책 읽고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면 “나만 빼고 둘이서 뭘 하는 거야? 잘들 논다, 잘들 놀아!”라며 당장 가서 둘 사이에 끼어들거나 아이를 데리고 오고 싶은 강한 질투가 솟을 때가 있다.
이런 질투는 베이비시터 입장에서 보면 터무니없이 웃기고 다루기 힘든 성질의 것이다. 자신은 아이와 심정적으로 가까워지기 위해 게임도 같이 하고 안아도 주고 노래도 같이 부르며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데 아이 엄마가 이를 질투하면 어쩌란 말인가?
매서추세츠의 베이비시터 소개업소인 핀치사의 대표인 바브라 마커스는 “믿지 않겠지만 엄마들의 이런 질투로 일을 그만두는 베이비시터가 종종 있다”면서 베이비시터를 침입자나 개입자가 아닌 동지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는 꼭 아이와 베이비시터 사이에 개입하고 싶다면 직장이나 일하는 방에서 전화를 걸어 “지금 커피 마시면서 쉬는 중인데, 아이가 뭐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요. 좀 스케치를 해 줄 수 있겠어요?”라며 원거리 조정을 하라고 귀띔하고 있다. 데이케어센터에도 마찬가지. 원장이나 담당 스태프에게 언제 전화해도 되는 지 한가한 시간을 문의한 다음, 그것도 이따금만 하라는 것. 상대방에게 간섭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만.
결론은 판단과 직감을 존중해서 선택한 다음, 일단 아이를 맡겼으면 질투나 간섭은 내려놓고 가슴 저리게 행복한 ‘황금기’를 즐기라는 것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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