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학대학에 진학하려면 기초과학, 수학 실력이 탄탄해야한다. 물론 학부 재학 성적이 우수해야한다.
캘리포니아에 공인대학 7개뿐
학부 3년 마쳐야 응시 ‘3+4’체제
USC 8대1, UC샌디에고 15대1 넘어
의사, 변호사와 함께 선망되는 전문직은 약사다. 하지만 선호도가 높은 실정에도 불구하고 약학대학 진학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대부분이 약대에 가면 의사가 된다는 막연한 수준의 정보만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에 필수 소비재인 의약품의 조제와 투약을 담당하는 약사 인력을 길러내는 약학대학 진학 방법을 정리한다.
■3+4 체제
의사,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과 마찬가지로 약사가 되려면 약학대학을 졸업해야 한다. 약학대학 졸업자만 약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미국에서는 4년제 대학에서 약학학사(Bachelor of Pharmacy) 학위만 취득하면 약사자격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등교육 및 보건의료 서비스 질의 향상을 추구하는 미국 약학대학연합회(American Association of Colleges of Pharmacy·AACP)는 지난 1990년 약사자격 시험 응시자격을 약학대학원을 졸업한 약학석사(Doctor of Pharmacy·PharmD) 소지자 이상으로 변경했다. 새 규정은 2002년 가을학기 신입생들부터 적용됐다.
미국의 약학대학의 학제는 ‘3+4’체제다. 4년제 대학의 ‘학부나 학과’로 입학해 3년 동안은 약학대학 입학 준비과목을 중심으로 한 기초, 교양, 교육을 마친 후 약학대학원으로 진학해 4년 동안 약학 전공 및 실무교육을 마치는 교육체제다.
약학대학원 진학에는 메디칼 스쿨, 로스쿨 같이 학사학위가 요구되지 않는다. 학부 3년 과정을 수료하거나 90학기 학점(semester units)나 135쿼터 학점(quarter units)을 딴 학생이 4학년을 월반해 곧장 약학대학원으로 진학하기 때문이다.
약대 진학생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애당초 약학대학원이 있는 대학에서 학부 공부를 시작한 뒤 같은 대학의 약대로 진학하거나, 약학대학원이 없는 4년제 대학을 다니며 약대 입학 준비과목을 3년간 공부한 뒤 약대에 가는 것이다.
많은 약학대학에서는 7년 과정의 약사 양성 특별 프로그램을 별도로 마련해 약학대학원 지원자를 아예 학부 신입생들 가운데서 뽑기도 한다. 이런 프로그램에 속한 학생들은 대학 3년을 마친 후 약학대학원 진학을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게 된다.
미국 내에 공인된 약학대학은 101개가 있다. 연방교육부는 약학교육인정평의회(Accreditation Council for Pharmacy Education·ACPE)에만 약학대학의 공인 여부를 판결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있다.
이달 현재 캘리포니아에는 위치한 공인된 약학대학은 USC, UC 샌디에고, UC 샌프란시스코, 로마린다 등 7개다.
약사는 약품을 조제하고 투약을 담당하는 전문 의료 인력인 만큼 양성 과정이 길고 까다롭다.
■입학 조건
4년 과정의 약학대학원(School of Pharmacy)에 진학하려면 학부과정 3년과 학교측이 제시한 입학 준비과목(Pre-Pharmacy courses)을 좋은 성적으로 마쳐야 한다.
약대지원자는 서류 전형, 인터뷰 등 두 차례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인터뷰 심사 기회는 서류전형 합격자에게만 주어진다.
약대 입학문은 좁다. USC약대의 경우 매년 185명의 신입생을 뽑는다. 200명이 채 안 되는 정원에 비해 입학 원서를 접수시키는 학생 수는 1,200~1,600명. 서류 전형에서 대부분이 탈락하고 500~600명만이 인터뷰 시험을 치게 되고, 이들 중 185명만이 합격의 기쁨을 누린다. 지원자 7명 또는 8명 중 1명만이 합격하는 것이다.
일년 학비만 4만여달러가 되는 사립대학 USC보다 저렴한 학비를 받는 공립대학 UC 샌디에고의 입학문은 더 좁다.
신입생 정원은 60명. 뽑는 신입생 수가 소규모인 반면 지원자는 매년 1,000명이 넘는다. 이 학교에는 영주권자와 시민권자, 캘리포니아 거주자만 지원할 수 있다.
자연과학 계열 학생 유리
학교측에 따르면 지난 2004년 1,038명이 원서를 접수시켰고, 이들 중 214명이 서류 전형에서 합격해 인터뷰 시험을 치렀고, 이들 중 60명이 합격했다. 그 다음해인 2005년에는 1,058명이 지원했고, 지난해에는 1,078명이 원서를 제출했다. 늘어나는 지원자 수에도 불구하고 UC 샌디에고 약대의 정원은 고정돼 있다. 합격률이 17대1~18대1 정도인 것이다.
이들 학교에 따르면 인터뷰 시험에서는 지원 이유와 앞으로 하고 싶은 일 등에 대해 간결하고 분명하게 대답하는 구두능력이 높이 평가된다고 한다.
약대측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지원자들 속에서 쭉정이와 알맹이를 어떻게 구별할까.
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입생 전형의 가장 큰 기준은 지원자의 대학 GPA다. 의대, 법대와 마찬가지로 대학 3년 동안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이 진학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이다.
USC의 경우 약대 지원자의 평균 GPA는 3.5. UC 샌디에고 약대 지원자들의 평균 GPA도 이 정도 수준이다.
지원자들은 약대가 요구하는 입학 전 준비과목 수강도 완료해야 한다.
USC 약대의 입학 전 준비과목에는 캘큘러스(1학기), 통계학(1학기), 일반화학(2학기), 유기화학(2학기), 물리(2학기), 일반생물(2학기), 미생물학(2학기), 포유류 생리학(1학기), 생화학(1학기), 분자생리학(1학기), 심리학 또는 사회학(1학기), 영어 작문(2학기), 경제학(1학기)등이 포함돼 있다. 학사 학위 없이 약학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학생은 4학기 분량의 사회과학 과목 수강이 추가로 요구된다.
UC샌디에고의 입학 전 준비과목 리스트를 보면 세포, 분자 생물학과 동물 또는 인간의 생리를 공부하는 과목이 포함된 생물학반(1년), 일반 화학(1년), 유기화학(1년), 전기 또는 자력을 주제한 물리학 과목(6학기), 분석 기하학에 중점을 둔 캘큘러스(6학기), ESL반을 제외한 영어 작문(6학기), 거시 또는 미시 경제학(3학기), 사회학, 심리학 같은 문과 과목(3학기) 등이 수록돼 있다.
지원자가 미리 공부해야 할 과목들이 암시하듯 약대측은 사회과학 보다 자연과학 계열을 공부한 학생들을 선호한다. USC 약대 관계자는 “신입생의 대부분은 생물, 화학을 전공했다”며 “과학 기초가 튼튼한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자연과학 계열 지원자에게 주어지는 특혜는 없다”고 덧붙였다.
원칙적으로는 약학대학 입학에 학사 학위가 요구되지 않지만 실상은 학사학위 소지자가 그렇지 않은 지원자보다 우대된다. US 샌디에고의 경우 지난 2004년 서류전형 합격자의 99%, 다음해인 2005년에는 100%가 학사 학위(BA 또는 BS) 소지자였다.
■입학시험
약학대학 입학시험인 PCAT(Pharmacy College Admission Test) 점수도 중요하다.
PCAT은 과학, 수학, 언어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이다. 생물, 영어(작문, 문법), 독해력, 화학, 수리(캘큘러스, 통계학) 5개로 섹션으로 구분됐고, 총 240개의 객관식 문제가 출제된다. 시험을 치르는데 4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600점이 만점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340~460점을 받는다.
법대 입학시험인 LSAT 같이 학생의 성적은 백분위수로 구분된다. 예를 들면 백분위수 60(percentile score 60)의 성적을 받은 학생의 점수는 같이 시험을 친 다른 학생들보다 60퍼센트 높은 것을 의미한다.
PCAT 시험 점수를 요구하는 약학대학은 공인된 학교들의 65% 정도다. 시험 점수를 요구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지만 높은 PCAT 점수는 입학 경쟁력을 높이는 무기가 될 수 있다.
PCAT 점수를 입학 필수조건으로 규정하지 않는 USC의 관계자는 “학부 입학 때의 SAT 점수나 법대, 의대 입학시험 같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비슷비슷한 성적의 우수한 학생들만 지원하는 상황에서 높은 PCAT 점수를 제시하는 학생이 유리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명문 의대의 경우 지원자들의 대학성적과 MCAT 성적이 비슷비슷해 합격자 선발에 애를 먹는 것 같은 상황을 약학대학 입학 사정관들도 경험한다.
진학지도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원자의 리서치 경력이 합격, 불합격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특히 ‘좋은’ 약학대학 일수록 사회봉사 경험을 학생선발의 평가항목으로 간주하는 정도가 두드러진다. 의대생 선발 때와 마찬가지로 “질병을 치료하는 약사는 질병이나 장애로 주눅이 든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학생 선발 기준인 것이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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