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
Christian Dior 60주년 베르사유 궁 런웨이
패션으로 빚어낼 수 있는 화려함 마음껏 분출
존 갈리아노가 대중(패션 전문가가 아니라)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아마도 몇 년 전 아카데미 시상식 때 니콜 키드먼이 입고 나왔던 깊고 깊은 황금색 벨벳 이브닝드레스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골드라는 다분히 동양적인 색상에 온몸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어찌 보면 심플한 슬리브리스 드레스였는데 거기에 적재적소에 놓여진 화려한 자수는 니콜 키드먼의 훤칠한 키에 너무나 잘 어울렸던 기억이다.
파리 근교 베르사유 궁에서 열린 크리스찬 디올 60주년 패션쇼에서 모델이 실크 소재 드레스를 입고 캣워크 하고 있다. 드레스 허리부분의 장식은 손으로 직접 색칠 한 것이다. <뉴욕 타임스 제공>
금세기 천재 디자이너라는 별명을 가진 존 갈리아노(47)가 파리 근교 베르사유 궁전에서 크리스찬 디올 탄생 60주년 런웨이를 가졌다. 갈리아노 이전 꽤 많은 디자이너들이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를 맡았겠지만 60주년 베르사유 궁전에 서는 영광은 디올 룩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했던 디올을 침체의 늪에서 살려낸 갈리아노에게 돌아간 것이다.
베르사유 궁에서 런웨이를 갖는 것만으로도 영광일게 분명한 이번 이벤트에서 갈리아노는 패션으로 빚어낼 수 있는 그럴 수 없을 만큼의 화려함을 분출했다.
디올과 함께 동거동락한 지 10년. 디올 역사에 가장 화려한 꽃을 피운 장본인이라고 해도 아무도 딴지 걸 사람이 없을 게 확실시 되는 이 라틴계 영국인 사내는 분명 세계 패션사에도 길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베르사유에서 3,000여명의 관객들이 지켜본 가운데 열린 디올 60주년 패션쇼를 지상 중계한다.
황홀함에 탄성이…
■60주년 런웨이는
이번 런웨이에서 그가 쓴 색은 황홀할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고야, 카르바지오의 회화에서 영감을 얻은 이 천재는 연분홍에서 연자주, 담청, 주홍, 에메랄드빛을 오가며 옛 공작의 젊은 미망인이 입었을 법한 새틴 스커트에 우아한 자수 재킷을 매치시켜 빛나는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미켈란젤로의 장대한 대리석 조각을 재현해 클래식함을 강조한 무대도 우아한 의상과 어우러져 특별한 아우라를 뿜어냈다.
패션전문지 WWD는 “디올 60주년 쇼는 갈리아노의 천재성이 폭발한 무대였다. 디올에 발탁된 지 10년째인 갈리아노는 디올을 확 젊어지게 한 데 이어 품격까지 불어넣고 있다”고 평했다.
특히 이번 디올 60주년 쇼에는 브라질 출신 초특급 모델 지젤 번천을 비롯해 린다 에반젤리, 나오미 캠벨 등 수퍼모델이 총출동해 더욱 화제를 뿌렸다.
또 패션쇼 준비만도 200만달러, 옷값만도 400만달러를 쓴 만큼 환상적인 무대를 연출해 관객들과 패션 전문가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길거리에 입고 다닐 수도 있을 것 같은 갈리아노의 랩 드레스. 화려한 황금 자수와 워시 오프 레드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빨간모자 아가씨를 연상시키는 모자가 이채롭다.
갈리아노의 주특기인 클래식하되 세련됨을 잃지 않은 로코코 풍의 황금빛 드레스. 스커트의 주름 장식과 화려한 자수가 눈길을 끈다.
최근 떠오르는 모델 릴리 콜이 퍼플 새틴 드레스를 선보이고 있다. 화려함과 몽환적인 분위기가 보는 이들의 심장을 훔쳤다.
과감한 디자인 ‘깜짝’
뉴룩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블랙 수트를 탑모델 지젤 번천이 선보이고 있다. 허리와 힙을 강조한 재킷에 롱 펜슬 스커트가 오트 쿠튀르의 느낌을 제대로 보여준다.
2차 세계대전 디올 룩 바람을 일으켰던 1940년대 후반의 느낌이 물씬 나는 화이트 새틴 드레스. 허리를 강조하고 복고풍 모자와 긴 장갑으로 클래식하면서도 섹시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메인 모델로 무대에 선 나오미 캠벨이 핑크색 드레스를 입고 포즈를 취했다. 하늘하늘한 시폰 소재의 드레스와 장식이 페미닌한 느낌을 자아낸다.
<존 갈리아노는?>
뛰어난 패션 감각, 세계 이목 집중시키는 디자이너
1960년 영국 지브롤터 태생의 존 갈리아노는 1983년 세계적인 패션스쿨인 런던의 ‘아트 & 디자인 세인트 마틴 칼리지’를 우등으로 졸업했다. 갈리아노는 1984년에 공식적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했고 1987년에 ‘올해의 브리티시 디자이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1990년에는 자신의 고향을 떠나 파리 패션 하우스에 입성한 갈리아노는 그 곳에서 기성복 컬렉션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1995년 지방시의 수석 디자이너로 뽑혀 프랑스 쿠튀르 하우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첫 영국 디자이너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갈리아노는 시대에 뒤떨어져 가는 회사의 운명을 되살리기 위해 위험부담이 높은 디자인을 과감하게 발표해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정도로 성공적인 컬렉션을 이끌었다.
지방시에서 크리스찬 디올로 옮겨 또 한번의 화제를 모은 갈리아노는 디올에서의 첫 쇼로 창립 50주년 기념 컬렉션을 맡기도 했다.
이날 캣워크 마지막을 장식한 존 갈리아노.. 그 어느 모델보다도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글 이주현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