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시장의 사생활이 남가주에서는 큰 화제 거리가 되고 있다. 결혼 전부터 사생아가 둘이나 있던 그는 결혼 후에도 ‘여자문제’로 몇 번 가정에 위기를 몰고 오더니 이번에는 확실하게 그 대가를 치를 모양이다. 부인이 남편의 바람기를 더 이상 참지 않겠다며 이혼수속에 들어갔다.
바람둥이 정치인 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름은 존 F. 케네디, 빌 클린턴. 그 외 린든 존슨의 바람기가 유명했고, 9.11 참사 때의 영웅 루돌프 줄리아니, 90년대 보수적 가치의 기수 뉴트 깅그리치도 혼외정사 문제로 뉴스가 되었었다.
20대·30대에 결혼을 하고 나면 부부의 앞에 놓이는 시간은 대략 50년이다. 전혀 다른 두 개체가 반백년이라는 긴 세월을 한 몸으로, 한 마음으로 사는 일은 사실 어렵다. 산 넘고 물 건너고, 가도 가도 끝없는 지루한 모래밭을 지나며, 낭떠러지도 없을 수 없는 인생의 여정을 통과하다 보면 마음이, 몸이 옆길로 새는 경우들이 있다.
그래서 ‘내가 하면 로맨스’로 너그럽게 포용이 되고, ‘남이 하면 불륜’으로 도마 위에 올리다가 내 배우자가 하면 절대 용서 못할 배신이 되는 것이 ‘바람’, 혼외정사이다.
모든 ‘바람’에는 그 나름의 사연이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기질이라고 한다. ‘바람둥이’라고 부를 만큼 상습적인 케이스는 특히 그러하다. 바람둥이들 중에는 주의력결핍 과잉활동장애(ADHD) 기질이 많다는 것이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이다.
이런 기질의 소유자들은 충동적이고 주의가 산만하며 행동이 앞서는 것이 특징이다. 창의적이고 똑똑한 사람들 중 이런 기질이 많은 데 마음에 드는 일이 있으면 확 빠져들어 지칠 줄 모르고 해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경향이 있다.
기질이 이렇게 격정적이고 충동적이다 보니 연애할 때는 이만한 상대가 없다. 뜨뜻미지근한 연애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문제는 절대로 지루한 것을 못 참고 새로운 것에 너무 약하다는 점. 그러니 한 아내와 진득하게 오래 사는 일이 어렵다. 이런 남성들의 아내들은 연애 한번 뜨겁게 한 대가로 결혼생활 내내 속을 끓이는 셈이 된다.
그런가하면 ‘나이’가 ‘바람’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남자들의 가슴에 휑하니 바람이 불어드는 시기, 바로 갱년기이다. 한눈 한번 안 팔고 착실하게 살던 남성들이 이 시기가 되면 갑자기 외도를 하고, 도박이나 술에 빠져드는 등 곁길로 가는 경우가 있는 데 모든 건 호르몬의 장난이다.
후배가 최근 집안 페인트칠을 새로 했는데 침실의 색깔이 특이하다. 연보랏빛, 라일락 색이다. “신혼부부도 아니고 갑자기 웬 핑크 무드?”했더니 40대 중반인 그의 남편이 굳이 그 색을 고집하더라고 했다.
페인트업자인 L씨는 그 색을 ‘내 청춘 돌려주오’ 색이라고 부른다. 남자들이 중년이 되면 그런 화사한 색, 강렬한 색을 찾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젊은 부부들 집에 가면 남편들은 페인트 색에 거의 신경을 안써요. 부인들에게 맡기지요. 그런데 나이 들수록 남편들이 색깔을 고르려고 들어요. 갱년기 현상이라고 봅니다”
남성의 갱년기가 시작되는 것은 보통 40대 초중반. 남성호르몬은 서서히 줄어들고 여성호르몬이 늘어나면서 감성적이 되는 한편 ‘몸이 전 같지 않다’는 좌절감이 찾아드는 시기이다.
“남자는 강해야 한다”를 평생 주입받으며 살아왔는데 갑자기 힘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지자 신경이 예민해지고, 우울해지는 것이 일반적 현상. 아들이 자기보다 덩치가 커지면 대견한 게 아니라 은근히 질투가 나는 게 이 나이이다.
그러다 보니 전에는 그냥 넘길 일에도 상처를 받고 화를 벌컥벌컥 내고, ‘이전의 나’를 확인해보고 싶은 욕구에 정력제를 찾고, 젊은 여성과의 외도를 시도하기도 한다.
결혼생활이 ‘바람’ 을 타지 않으려면 비결은 무엇일까. 미혼여성들은 할 수만 있다면 기질적 바람둥이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열정적인 연인이 반드시 좋은 남편감은 아니다.
반면 나이로 인한 바람은 예방이 최선책. “남자는 알고 보면 약한 존재예요. 남편이 갱년기를 잘 넘기도록 아내가 받아주고 따뜻하게 품어주세요”-경험자들의 조언이다.
junghkwon@koreatimes.com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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