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획
뇌수두증은 뇌실에 물(뇌척수액)이 비정상적으로 고여 뇌압이 증가되어 나타나는 증상으로 두통 구토 시력저하 안구움직임 보행장애 등이 수반된다
4세인 영민이는 매우 영리하고 유치원에서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활발한 어린이였습니다. 수개월 전 뇌막염을 한차례 앓았고 그후로 가끔씩 두통이 있었지만 그외에는 건강하였습니다. 그러던 영민이에게 점차 두통이 잦아지면서 심해지고, 두통이 심할 때는 구역질과 구토가 나타나기도 하였으며, 점차 시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점차적으로 걸을 때 비틀거리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영민이의 이런 증상들이 지속되어서 일차 의료기관을 방문하게 되었고 진찰에서 시력저하, 안구 움직임 이상, 보행 장애가 확인되어 필자가 근무하던 3차 의료기관으로 의뢰되어 왔습니다.
정밀신경검사에서 위의 소견과 더불어 안구의 상방주시 마비, 측방이동 마비 및 망막 시신경이 부어오른 유두부종 소견이 추가로 관찰되어 두개강 내의 뇌압(intracranial pressure)이 증가된 징후가 뚜렷하여 바로 뇌 자기공명 영상촬영(Brain MRI)을 시행하였습니다.
MRI 촬영 결과 뇌안의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축적되어 뇌실(ventricle)이 팽만되어 확장된 뇌수두증(Hydrocephalus)이 확인되었습니다. 축적된 뇌척수액의 양이 많아서 뇌압이 증가되어 있었고, 그로 인해 주변의 뇌조직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뇌압상승 증상 악화 정도가 비교적 빠르고 심해서 수술치료로 뇌압을 낮추고 확장된 뇌실을 축소시키는 뇌실-복강간 단락술(ventriculoperitoneal shunt)을 시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마취에 필요한 여러 검사를 마친 후, 전신 마취하에서 두피를 절개하고 두개골에 구멍을 만들고 가는 실리콘 튜브를 뇌실에 삽입하여 뇌척수액을 배액시켰습니다. 이어서 복부에 피부절개를 하고 근육을 박리해서 복막(peritoneum)에 도달하였고, 복막에도 역시 작은 구멍을 만들어 튜브를 삽입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피하층으로 튜브가 지나는 통로인 터널을 만들어 뇌실과 복강의 튜브를 서로 연결하였습니다.
이제 뇌실에 가득 차 있던 뇌척수액이 튜브를 통해서 복강 안으로 배출되고 그곳에서 복막으로 흡수되게 된 것입니다. 절개한 피부를 봉합하고 수술을 종료하였고 마취에서 깨어난 영민이는 두통이 감쪽같이 없어졌다고 간호사와 부모에게 또렷하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수술 1주일 후 경과를 보기 위해 촬영한 뇌 MRI에서 뇌실 크기가 줄어들어 정상크기가 되었고, 뇌압상승 징후도 소실되었습니다. 두통, 구역, 구토 증상과 비틀거리는 걸음걸이가 없어졌고, 시력이 정상으로 회복되었고, 안구 움직임도 정상적으로 돌아왔습니다. 퇴원 후 영민이는 명랑하고 쾌활한 어린이로 돌아가 즐거운 유치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이는 수년 전 필자가 치료한 뇌수두증의 한 예입니다.
뇌수두증은 말 그대로 뇌 안의 뇌척수액이 있는 공간인 뇌실에 물(뇌척수액)이 비정상적으로 고여 뇌압이 증가되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원인은 뇌 구조의 선천성 기형, 뇌막염 같은 감염, 뇌출혈 후유증, 뇌종양, 뇌 외상 등으로 뇌척수액의 생산, 순환, 그리고 흡수의 경로 중 어느 부분에라도 이상이 생기게 되면 뇌척수액이 과잉 생산되거나 혹은 통로 차단으로 축적되게 되어 고이게 되고 뇌압을 증가시키며 주변 뇌조직을 압박해서 위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특히 유아나 소아에서는 얼굴이 자라는 속도보다 머리(두개) 부분이 자라는 속도가 더 빠르거나, 아이가 머리를 잘 가누지 못하거나, 구역, 구토, 자극에 매우 민감하거나, 태아 머리의 숨구멍이라고 불리는 천문(fontanelle)이 팽만되어 있거나, 부풀어 올라있거나, 양쪽 눈이 아래쪽 방향만을 향하고 위를 보지 못하는 증상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더 성장한 어린이나 성인에서는 주로 두통, 구역, 구토, 시력 저하, 보행 이상, 안구 움직임 제한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매우 느리게 뇌실이 확장되는 경우에는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늦게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진단은 신경검사, 뇌 CT 또는 뇌 MRI 촬영으로 가능하고 치료는 수술 치료가 높은 치료효과와 즉각적인 호전을 볼 수 있으므로 주요 치료방법입니다.
드물게 환자의 상태 때문에 즉각적인 수술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이뇨제, 뇌압 강하제 같은 약물과 요추 천자로 뇌척수액을 배액시키는 방법을 일시적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뇌수두증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완전회복이 가능하므로 위와 같은 증상이 보이면 바로 전문의료진의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Kisoo Han, Doctor of Chiropractic
Phone 415-563-3800 kisoohan1965@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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