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잠재력을 갖고 돌풍을 일으키는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제시 잭슨처럼 단순히 부통령 지명이 아닌 대통령에 정면 도전장을 낸 그의 정치경로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비교적 정치 경력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언변과 출중한 외모와 젊고 패기만만한 모습은 일찍이 젊은이의 우상이었던 케네디 대통령을 연상하게 한다. 참신한 정치적 비전은 흑인으로서의 인종적 정체성을 넘어 폭넓은 지지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정치의 새로운 희망을 향해 ‘변화와 단결’에 무게를 두는 것도 다양한 인종적 차별과 보수와 진보로 대변되는 미국정치의 상반된 골격을 통합하고자 하는 의도에서다.
오바마는 스스로를 ‘워싱턴의 국외자(outsider)’라고 부르며 워싱턴의 고질병인 당파성과 네거티브 정치의 청산을 외친다. 기성정치의 권위주의와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새로운 정치의 희망을 제시하는 것이다. 자신의 성장 과정과 성공을 통해 정치에 식상한 대중을 끌어들이는 카리스마로 분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바바는 마이너리티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권 탈환을 일궈낼 수 있는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분명 오바마의 대통령 가능성은 희박하다. 흑인층에서 조차 그의 지지기반은 그리 강하지 못하다. 백인 혼혈에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가 흑인을 대변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의 지지층은 주로 기성정치에 식상한 젊은층이다.화려한 정치경력과 모범적인 가정생활로 미국정치의 자존심이었던 앨 고어가 정치경력이 길지 않은 어눌한 부시에게 패배했을 때 우리는 미국정치의 흐름을 파악해야 했다. 흑인 대통령으로 불린 클린턴의 8년 집권 동안 민주당은 지지기반을 확고히 하고 민생경제 활성화를 통해 호황
을 누렸다. 그러나 민주당에 장기 주도권을 빼앗긴 보수 공화세력은 다시금 강한 미국을 원했고 그들의 기득권을 되찾고자 했다. 이러한 대세 속에서 민주당에서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 대권에 도전했다 해도 공화당으로의 정권 이양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눌한 부시는 강한 미국을 내세워 대테러전을 감행하여 역대 최하의 지지율에서 최고의 지지율로 급상승하며 재선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라크전의 지지미진과 국고의 탕진으로 민생경제는 치명타를 입었고 미국경제는 곤두박질 쳤다. 걸프전에서 긍리하고 미국경제를 최악의 수렁으로 내몰았던 아버지 부시의 전철을 밟게 된 것이다. 강한 미국을 내세운 외교전략에서도 독선적인 두 번의 전쟁을 통해 국제사회의 불신과 반목을 야기시켰다.
정치적으로 실패한 부시의 장기 집권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다시금 민주당이 대세이다. 지난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로 의회의 중요 의석을 내준 것도 그 예이다. 더우기 미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불체자의 신분 보장에 대한 결의안이 부시정부 말기에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주도권을 갖고 다뤄온 중요 정책 이슈이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오바마는 미국정치의 이러한 대세에 편승하여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견고히 하고 내년 초에 있을 예비선거에서 승리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아무리 민주당이 대세이고 집권 가능성이 높다 해도 흑인과 여성대통령이라는 최대의 변수 앞에 미국이 모험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도 미국의 정신을 구성하는 대다수가 보수세력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힐러리가 아무리 유능하다 할지라도 오바마가 아무리 케네디를 능가하는 신선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해도 선뜻 미국을 대변하는 수장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중요한 것은 흑인 대통령이나 여성 대통령의 출현이 시기상조가 아니라 그들의 능력이 과연 대세를 뛰어넘을 만큼 역사적으로 탁월한 지도자의 잠재력을 갖고 있느냐이다.
힐러리가 똑똑하고 유능한 것은 누구나 안다. 오바마가 정치적으로 신선한 충격이라는 것도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권위주의와 보수정권을 통합하여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대처수상이나 세계 대통령 역할을 훌륭히 해낸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과는 쉽게 견주지 못한다. 이것이 선뜻 아웃사이더를 그들의 대표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미국정치의 최대 딜레마이다.
만일 가장 진보적이면서도 가장 보수적인 미국정치를 아우를 역사적으로 뛰어난 지도자가 출현한다면 그의 인종적 배경이나 성은 그리 중요한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 단지 오바마의 역할이 그 가능성만을 보여준 것이라 해도 오바마 돌풍의 의미는 이미 실현된 것이다. 그의 분투에 박수를 보내는 것도 열린 정치를 표방하는 워싱턴에 참다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기폭제가 될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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