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와 눈 맞추며 웃는 연습부터 시켜라
진짜 문제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오히려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함이다. 그러나 부끄러움을 잘 타는 수줍은 사람은 활동적인 사람에 비해 사회적응이나 성취과정에 시간이 더 걸린다. 잘못된 것은 없지만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당사자에게 부끄러움은 조준할 수 없는 적, 안개처럼 풀어진 무형의 적일 때가 있다. 꼭 해야 하는 말과 행동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하고 싶은 말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20년간 인간의 수줍음에 대해 연구해온 필립 짐바도박사는 미국인의 절반가량인 48%가 수줍음을 잘 타는 ‘샤이 한 기질’이라며 3~5세 프리스쿨러의 수줍음 극복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타인과 소개·대화하는 법
인형으로 연습시키면 효과
결혼식·파티 등 모임 가기전
미리 설명해 주면 불안 덜어
집에서는 잠시도 입을 다물지 않는 ‘수다쟁이’(chatter box)이다. 그런데도 아이들 많은 공원이나 프리스쿨 클래스 룸에서는 조가비처럼 입을 꼭 다물고 있다. 친숙한 사람과는 박장대소에 까르르 웃음소리도 잦지만 낯선 사람에게는 눈길조차 보내지 않는 낯가림이 심한 아이. 당연히 새침 떼기, 깍쟁이 소리가 따라다니고 심하면 왕따까지 당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부끄러움 벗어나기’(The Shyness Breakthrough)의 저자 버나드 카두치박사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조심성 있게 대처하도록 태어나고 있으며, 변화나 이전과정에서 부끄러움이 극치에 달한다는 의미에서 프리스쿨은 내성적인 아이들에게 특히 더 터프한 세계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샤핑도중 오랫동안 못 만났던 친구를 만났다. 아이에게 엄마 친구라며 인사하라고 했더니 땅만 쳐다보고 있다.
△친숙하지 않은 사람과 환경에 침묵하는 아이들이 많다. 자신에게 요구되는 사항이 한꺼번에 너무 많고 이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인사해야 할 사람을 만났을 때 아이보고 우선 눈을 맞추고, 미소 지으면서, 얘기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아이는 아직 이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해낼 자신이 없다. 더구나 부모가 낯선 사람에게는 말도 건네지 말라고 수십 번이나 말해오지 않았던가?
▲도와주는 방법
우선 친구와 몇 분간 먼저 얘기한다. 그러면 아이는 부모가 그 사람과 편한 관계인 것을 알고 자신도 마음의 문을 열 준비를 할 것이다. “안녕하세요”(Hello)라고 인사하라고 해도 하지 않는다고 너무 밀어붙일 필요는 없다. 나중에 왜 편하지 않았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좋다. 나중에 아이의 인형과 악수하고, 소개하고, 대화하는 것을 연습시킨다. 그리고 처음에는 미소 짓는 법부터 가르친다. 아이가 편해지면 차츰 타인과도 말을 하기 시작할 것이다.
■ 어느 날 오후 놀이터를 찾았는데 마침 아는 얼굴이 하나도 없다. 다른 아이들과 놀아보라고 권유해도 미동조차 않는다.
△낯선 사람들로 가득 찬 파티장에 혼자 들어선다고 가정해 보라. 어른에게도 이는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은 상황이 아니다. 하물며 이제 겨우 익숙하고, 친숙하고, 규칙적인 것에나마 적응해 가고 있는 프리스쿨러들에게 낯설음은 일종의 공포이다. 심리적으로 거부에 대한 두려움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도와주는 방법
그룹대신 ‘각개격파’로 대처한다. 대형 그룹보다는 작은 그룹, 그것도 어려우면 개인 대 개인으로 접하도록 한다. 아이가 준비가 되어있다고 판단되면 “저기 모여 있는 아이들이 파란색 분필이 필요한 것 같군. 네가 좀 가져다주지 그러니?”라고 제의해 본다. 아이가 어려워하면 부모가 손을 잡고 같이 가서 건네주며 ‘거래’를 트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부모의 롤 모델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사 가서 아는 아이가 없는 프리스쿨에 아이를 데리고 가야할 때 아이의 부끄러움을 나무라기보다는 엄마가 먼저 클래스 룸의 다른 아이들과 이야기도 하고 그들의 부모와도 친숙하게 지내면 아이의 적응에 도움이 된다.
■ 친지 결혼식에 아이를 데리고 갔는데 떨어지지 않으려고 치맛자락만 잡고 있어서 화장실 가기도 힘들다.
△결혼식이나 파티 등의 떠들썩한 대형모임에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대한 두려움과 또 어떻게 행동하고 처신해야 하는지 모르는데서 오는 당혹감이다. 특히 잘 알지도 못하는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이 자신을 잘 아는 척하며 안고 뽀뽀하고 얼러대기 시작하면 아이는 ‘먼지처럼 이 자리에서 사라질 수만 있다면”하고 생각하게 된다.
▲도와주는 방법
행사 전 간단하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준다. “결혼식이라는 것 말이지, 일요일에 교회 가서 예배드리는 것과 비슷하단다. 잠시 의자에 앉아 있다가 연회장으로 가는거야.”라고. 그리고 부모의 결혼 비디오를 보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니면 다른 친지의 결혼사진을 보여주면서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친지에 대해 미리 설명해 놓는 것도 아이에게 걱정거리를 내려놓게 하는데 일조를 한다.
리셉션에서는 처음에는 부모 곁에 있거나 적당한 한계범위를 정해주고 그 안에서 행동하도록 한다. 점차 환경에 익숙해지면 아이들끼리 같은 테이블에 앉게 하고 옆에 있는 아이에게 자신의 아이를 소개해준다. “이 아이가 좋아하는 공룡은 티렉스란다. 너는 어떤 공룡을 좋아하지?”라며 아이가 익숙하고 흥미를 느낄만한 화제를 꺼내준다.
수줍음을 극복하는 첫 번째 방법은 상대와 눈을 맞추며 미소 짓게 하는 것이다.
집에 오는 전화 받게 하고
음식주문 직접 하게 하면
자신감이 ‘펄펄’
■부끄러움을 벗어나면서 자신감도 생기게 해주려면
1. 전화를 받게 한다
집안의 집사나 비서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집안 친척, 세일즈맨, 부모의 친구들, 형제자매의 친구 등과 두루 말문을 트다보면 자연히 소셜 스킬이 발달된다.
2. 식당에서 음식주문을 직접 하게 한다
서버가 음식주문을 받으러 올 때 부모가 아이가 선택한 그날의 메뉴를 대신 말해주지 않도록 한다. 아이가 상냥하게 직접 말해보는 습관을 들이도록 유도한다.
3. 가게에서 캐시어에게 돈을 직접 지불하게 해본다
어른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이런 일이 아이에게는 대단한 도전이다. 어린아이들은 돈 받는 캐시어를 경원시하게 대하는데 이들과 친숙해지게 해주면 스토어 출입을 편안해 한다.
4. 친구에게 전화, 플레이데이트를 직접 주선해 보도록 한다
물론 처음 한두번은 부모가 챙겨줘야 한다. 그러나 친구와 친해진 다음에는 부모의 개입 없이 직접 자신이 전화해서 친구에게 몇날 몇시에 놀러 오라던지 아니면 자신이 친구 집에 놀러가도 되겠느냐고 자신의 플레이데이트 스케줄을 잡아보도록 한다.
5. 처음 보는 어른들에게“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도록 가르친다.
어른들은 인사성이 바른 아이들을 좋아하고 칭찬도 듬뿍해 준다. 밑천 안 드는 인사말에 보상이 돌아오는 것을 경험하면 아이들은 사교의 즐거움에 눈이 트인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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