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 함께 간 아이친구 다쳤는데 치료비는 누가?

양쪽 겨드랑이에서 날개라도 솟을 듯 기운이 충천한 아이들은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방학이라 하고 싶은 것이 더 많고 그만큼 행차가 더 잦다. 플레이데이트로 남의 집에 놀러가기도 하지만 우리 집에 아이 친구들이 놀러오기도 한다. 서머스쿨이 끝난 오후에는 수영장이나 비치가, 테니스 코트나 야구연습장으로 데려다 줘야하니 연일 뺑뺑이 도는 엄마들은 개스값도 만만치 않지만 몸이 따라주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놀러 온 아이친구가 옆집 유리창 깼을때
손해배상은 당시 책임자인 ‘나’에게 있어

그러나 이제 시작, 아직 개학은 멀다. 게다가 미국에서 타인종과 어울려 살아야 하니 부모로서 알아야 할 법률 상식도 만만치 않다. 엄마들을 위한 법대 강의(Law School for Mommies)나 들어볼까?
#책임한계에 관하여(Liability)

◇시나리오: 딸아이와 아이의 친구를 데리고 공원에 놀러갔다. 잠시 스낵을 꺼내고 있는 사이에 딸아이의 친구가 미끄럼틀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졌다. 상대부모가 치료비 변상조로 나를 소송할 수 있는가?
△법의 입장: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 무관심하게 방임했느냐의 여부가 주요 이슈이다. 다른 집 아이를 보는 동안 충실히 돌보지 않고 방임했으며 그 방임으로 인해 아이가 다쳤다면 피해를 변상해 줘야 한다고 뉴욕법대 교수 엘리노어 폭스는 말한다. 예를 들면 프리첼 같은 스낵을 사기 위해 공원을 잠시 떠난 사이에 아이가 다졌다면 방임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잠깐 백에서 치즈나 포도를 꺼내고 있는 사이에 아이가 다쳤다면 이는 방임으로 보기에 어렵다.
▼부모를 위한 조언: 다른 집 아이를 돌볼 때도 내 아이를 돌보는 것처럼 상식적으로 대해야 한다.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고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만약에 대비, 책임보험에 가입해 놓는 것도 좋다. 주택소유주 보험이나 임차인보험에 약간의 돈을 더 내면 이런 책임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아이와 부모에 관한 문제는 법원도 흑백논리를 들이대지 않는다. “내 아이의 생일파티에 다른 아이가 와서 다쳤는데 그 집 부모가 보험이 없다면 설사 법적 책임이 없다고 해도 윤리적으로 아이의 치료비를 일부 부담하게 되지 않겠는가?”라고 폭스 교수는 반문하고 있다.

#부모 동의에 관하여
(Parent Consent)
◇시나리오: 베이비시터와 있는 동안 아들아이가 계단에서 떨어져서 입술이 찢어졌다. 베이비시터는 아이를 응급실로 데리고 갔으나 의사는 부모의 동의가 없어서 치료해질 수 없다며 진료를 거부했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법의 입장: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는 무조건 진료를 해야 한다. 그러나 위의 같은 상황에서는 진료를 거부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고 웨스트 버지니아 대학의 소아 및 응급과 교수 프레드릭 블럼교수는 말하고 있다.
▼부모를 위한 조언: 비상시를 대비해서 서면으로 ‘치료 동의서’(consent for treatment)를 작성해서 베이비시터, 학교, 캠프 책임자 등에게 줘야 한다. 앨러지 등의 관계로 부모의 동의 없이 입술을 꿰매지 않으려는 의사들이 있을 수 있다.

#비밀 보장에 관하여
◇시나리오: 부모의 이혼 충격으로 대학에 재학 중인 자녀가 임상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엄마인 나도 같은 심리상담가를 한 달에 한번 만나고 있는데 왠지 그 상담가가 아빠와 살고 있는 내 아이에 관한 일을 나에게 숨기고 있는 것 같다. 엄마인 나는 10대 자녀에 관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소상히 알고 있어야 하지 않는가?
△법의 입장: 자녀의 의료기록을 부모에게 공개하느냐의 여부는 의사, 심리상담가, 기타 의료기관 관련자의 재량권이다. 많은 주들이 부모가 자녀의 의료기록을 보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법은 전문인이 판단해서 공개하지 않는 것이 자녀에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녀 학대 등이 이에 속한다.
▼부모를 위한 조언: 부모는 자녀의 담당의사, 심리상담가, 여타 의료진과 관계를 잘 맺어놓을 필요가 있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자녀를 맡기고 있다면 일일이 간섭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부모인 내가 알고 싶은 사항을 숨기는 의료진이나 심리 상담가가 있다면 법정으로 갈 것이 아니라 사람을 바꾸는 것이 순리이다.

#손해배상에 관하여
◇시나리오: 내 아이 친구들이 놀러 와서 뒤뜰에서 놀다가 공을 잘못 차는 바람에 옆집 유리창이 깨어졌다. 내가 유리창 값을 배상해 줘야 하는가? 아니면 공을 찬 아이의 부모 책임인가?
△법의 입장: 미 변호사협회의 피터 니슨에 의하면 이 경우에는 ‘내가’책임을 져야 한다. “아이들은 적절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필요로 한다”는 조항에 근거해서 그렇다.
▼부모를 위한 조언: 자신이 돌봐야 하는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켜 손실이 발생했으면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남의 집 아이라도 우리 집에서 내 책임 하에 놀다가 일이 발생했으면 법적으로 또 도덕적으로 내 책임이다. 주택보험이나 임차인 보험 혹은 엄브렐라 팔러시를 통해 이와 같은 상황에서 효력을 발생할 수 있는 책임보험에 가입해 놓는 것이 대비책이다.

<정석창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