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족속을 제자 삼으라’는 예수의 명령에 순종해 세계 각지에 나가 있는 한인 선교사의 자녀들이 워싱턴에 모였다. 러시아, 스리랑카, 필리핀, 탄자니아, 케냐, 인도네시아...
한인선교사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대회가 있고 안식년을 맞아 워싱턴을 방문하는 경우는 자주 있었지만 자녀들만 따로 모아 컨퍼런스를 열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부모가 하나님께 특별한 소명을 받았다는 이유 때문에 열사의 나라에서, 아프리카 밀림에서 함께 고생(?)하고 있는 10대 청소년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은 밝았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하루 만에 형이 됐고, 누나가 됐고, 언니가 됐다.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은 이질적인 언어와 문화 속에 자란 한인 청소년들을 하나로 만드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어깨동무사역원(대표 이승종 목사)와 열방을섬기는사람들(대표 양국주)가 공동으로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헌던 소재 덜레스 에어포트 힐튼 호텔에서 개최한 ‘선교사 자녀 컨퍼런스’에 참석한 학생들은 100여명. 출신국은 40개 정도다. 봉사자들은 강사 40명을 포함해 한국과 미주 각지에서 80여명이 모였다.
컨퍼런스라지만 심각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것은 아니고 찬양하며 교제하며, 강사들의 간증을 들으며 쉬는 것이 주된 일이다. 아버지 어머니가 선교에 힘쓰느라 고생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힘들 때가 많았으니 당연히 쉴 권리가 있다.
그래서 사흘 째인 29일은 아침 경건회를 마치고 난 후 하루 종일 워싱턴 관광을 했다.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인 미국에 처음 와본 학생들도 많다. 미국 방문이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학을 맞아 시간을 겨우 낸 아이들이 많고 경비가 만만치 않아 오고 싶어도 못온 학생도 있다는 주최 측의 설명이다.
한 학생은 양국주 대표에게 이런 이메일을 보냈다. “아버지는 오지마을에 들어가 계시고 어머니는 몸져 누워있습니다. 지금까지 모아 놓은 돈이 있어 컨퍼런스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70여달러가 모자랍니다. 꼭 가고 싶은데 도와주실 수 있나요?” 주최 측은 당장 나머지 경비를 보내 학생을 초청했다.
큰 소문 내고 후원자를 찾지는 않았지만 와싱톤중앙장로교회, 벧엘교회, 와싱톤한인교회, 익투스교회, 맥클린장로교회 등 이 지역 한인교회들도 십시일반으로 돕고 나섰다.
열린문교회와 휄로쉽교회는 전 참가자들에게 귀한 식사를 정성껏 대접했다. 이동원(지구촌교회), 정필도(부산 수영로교회), 홍정길(남서울교회), 김삼환(명성교회) 등 대표적인 한국 교계 목회자들도 지원금을 보내왔다. 강사들을 제외한 젊은 봉사자들 중 많은 수가 선교사 자녀 출신이라는 점도 관심을 끄는 부분.
첫날 박희민 목사, 최희범 목사(한기총 총무), 최영희 국가청소년위원회 위원장 등의 말씀과 격려사로 시작된 행사는 예배와 찬양, 경건회, 지역별 모임, 상담, 간증 등 다양한 순서로 채워졌다.
농촌·청소년미래재단의 류태영 이사장, 진교륜 박사, 유효명 장로, 노일환 교수, 양국주 선교사, 하정태 선교사, 이성호 목사, 짐 밥 박 목사, 피터 송 목사, 린다 서 리포터, 존 박 검사 등 한미 양국의 목회자들과 한인 인사들의 간증과 설교는 참가 청소년들의 눈과 마음을 열었다. 97세로 한국 최고 원로 가운데 한 분인 방지일 목사(사진)가 폐회예배 및 성찬식을 인도하는 특별한 시간도 있었다. 찬양팀은 멀리 펜실베니아 등지에서 내려와 나흘간 영감 있고 열정어린 찬양으로 분위기를 은혜롭게 만들었다.
이번 행사는 한국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의 역량을 모으고 네트워킹하자는 장기적인 목표도 갖고 있다. “원주민 언어를 능숙하게 하는 한인 청소년들을 잘 길러서 글로벌 리더가 되게 해야 합니다. 올해는 어른들이 나서서 컨퍼런스를 진행했지만 내년부터는 참가 학생들이 직접 이끌어 가도록 할 계획입니다.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양국주 대표의 말이다.
다행히 한국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내년 컨퍼런스는 더 많은 참가자와 더 알찬 내용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올 컨퍼런스의 주제처럼 ‘하나님 품 안에서 힘차게 성장해가는’ 한인 선교사 자녀들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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