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레이커스의 수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거취와 관련해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과묵한 수퍼스타 케빈 가넷을 영입해 코비와 함께 무적의 쌍포를 구축할 것이라는 예측에서부터 그를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 할 것이라는 설까지 여러 추측과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다. 일단은 NBA 신인드래프트가 실시되는 이번 주말이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를 레이커스에서 내보내야 팀이 살 수 있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코비가 NBA가 낳은 불세출의 스타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팀 플레이어로서 코비는 너무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역설적이지만 기자는 지난해 1월 코비가 토론토 랩터스와의 홈경기서 경이적인 81득점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 그가 있는 한 레이커스의 미래는 없다는 확신을 더욱 굳히게 됐다. 그날 코트위에서는 우주가 완전히 코비를 중심으로 돌고 있었다. 동료들은 자신들이 득점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코비에게 점수를 몰아주기 위해 열심히 패스를 해 댔다. 받은 패스를 경이적인 득점기록으로 연결한 것은 온전히 그의 실력이고 크레딧이다. 하지만 대기록 작성으로 “나를 중심으로 팀이 돌아가야 한다”는 코비의 에고는 더욱 견고해졌을 터이니 말이다.
사람의 성정은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성령으로 거듭난다고 해도 잘 바뀌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성격이라는데 하물며 스타의식과 이기적인 에고에 깊숙이 매몰돼 있는 28세의 젊은이가 쉽게 바뀔 것이라 기대하는가.
툭 하면 나오는 트레이드 요구에서부터 팀 동료들에 대한 원색적 비난에 이르기까지 코비는 겸손한 수퍼스타와는 거리가 먼 행동을 보여 왔다. 한국일보 스포츠부 이규태 기자가 이기적인 선수를 빗대 자주 다는 제목이 ‘TEAM에는 I가 없다’ 이다. ‘팀에는 내가 없다’는 뜻인데 코비는 오히려 ‘팀에는 나만 있다’는 의식을 드러내는 선수다.
NBA 올스타로 선정된 선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가 흥미롭다. “당신 팀메이트를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 중 누가 가장 뛰어난 기량을 지녔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무려 7명이 코비를 꼽았다. 이어 던져진 질문은 “그럼 누구와 같은 팀에서 뛰고 싶은가”였다. 코비를 지목한 선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NBA 올스타들이 최고의 기량을 지닌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같이 뛰고 싶어 하지 않은 선수. 이것이 코비이다. “하늘에는 두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으며 그 태양은 바로 나”라는 교만 때문이다.
올 NBA 파이널에서 샌앤토니오에 완패한 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더욱 노력을 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알았다. 이것이 나아지면 우리 팀도 나아질 것이다.” 22세 답지 않은 성숙함이 묻어난다. 반면 레이커스가 플레이오프서 피닉스에게 패해 탈락한 직후 코비가 라커룸에서 뱉어낸 말은 “팀의 선수를 바꿔야 한다”는 불만이었다. 너무 비교되지 않는가.
한국프로야구에서 6년째 성공스토리를 써가고 있는 두산의 ‘고무팔’ 투수 리오스는 올해 벌써 10승을 넘어섰고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팀의 ‘에이스’이다. 그런데 그는 이번주 한 인터뷰에서 자기와 동료들을 갈라 놓는 ‘에이스’라는 호칭이 싫다며 대신 ‘리더’로 불러 주면 고맙겠다고 주문했다.
NBA 챔피언 반지를 6개 가지고 있는 마이클 조던이 마음만 먹었으면 매경기 40득점 이상 올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개인적 욕심보다 팀을 앞세웠다. 대학시절 철저한 무명이었던 스카티 피핀이라는 또 하나의 스타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팀의 리더인 조던의 동료에 대한 배려와 팀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량은 특출나지만 자기만 아는 선수를 우리는‘에이스’로 평가할지 몰라도‘리더’라 하지는 않는다.
통산 1,300골을 넣은 축구황제 펠레는 축구를 ‘아름다운 경기’라 부른다.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것은 스타들이 아니라 바로 11명의 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코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왜 농구가 아름다운가”에 대한 좀 더 깊은 성찰이다. 이런 성찰과 각성이 없으면 리더는 절대 되지 못한다.
‘TEAM에 I가 없다’면 과연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T와 E, 그리고 A와 M이다.
팀 정신과 연관시켜 언뜻 떠오르는 단어들을 나열해 보자면 Tolerance, Encouragement, Acknowledgement, Magnetism 정도이다. 동료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격려하며 칭찬하고 그 결과로 자석처럼 끈끈하게 하나 되는 것. 이런 조직은 팀이라 불러도 큰 어긋남이 없을 것이다.
이제 당신의 단어로 ‘TEAM’을 한번 만들어 보자.
yoonscho@koreatimes.com
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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