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치 포 아메리카’로 교사 입문 조애린씨
쟁쟁한 학력과 경력의 20대 한인 여성이 위기의 미국 공교육을 회생시키는데 일조하려고 교육계에 투신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아이비리그 대학인 펜실베니아 대학(유펜)을 올해 졸업한 조애린(22·사진)씨. 의사와 변호사를 제쳐두고 교사의 길을 선택한 조씨의 사연과 그를 발탁한 교사 양성 프로그램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를 살펴본다.
‘교육 낙후지 투입 최정예 교사’
유펜 졸업후 사우스LA 지원
“게임식 수업으로 새바람”포부
▲교사는 신성한 직업
“공립학교 산물로서 LA 공립학교의 낮은 교육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한몫하고 싶어요.”
LA통합교육구(LAUSD) 산하 중학교에서 교사로서 활동하게 된 조애린씨는 다가오는 새 학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조씨가 배치된 학교는 사우스LA의 잔 뮤어 중학교다. 2006년 API 점수는 겨우 545점. 2,100여명의 전교생 중 히스패닉이 1,500여명, 흑인이 500여명을 차지한다. 아시아계는 10명이 채 안되며, 재학생의 90% 정도는 교육 수준과 소득이 낮은 빈곤층 가정 자녀들이다. 부촌에 위치했거나 아시아계 재학생이 많은 학교의 API 점수와 큰 차이를 보이는 이 학교는 성적은 ‘가정 형편과 인종 순’이라는 교육계 통설을 입증하는 한 사례다.
저소득층 또는 흑인, 라틴계 밀집지역 학교들이 대체로 낮은 교육 경쟁력을 보이는 불균형을 바로 잡는 전쟁의 최일선에 자진 배치된 조씨는 바람직한 교사의 모습으로 중학교 때의 수학, 과학 교사들을 들었다. 이들은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내려고 수업의 모든 것을 ‘스타 트렉’과 연관시켰다고 한다. 교사들은 스스로를 커맨더라고 부르며 엔터프라이즈호 승무원 유니폼을 입고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에게도 공상과학 드라마 등장인물의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세포소기관을 가르칠 때도 누구누구는 핵소체, 누구누구는 세포핵, 누구누구는 리보솜 같은 식의 창의적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학생들이 게임을 하는 것으로 착각 속에 생물공부를 했고, 흥미 있는 수업은 큰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조씨는 “교사들 덕분에 과학이 재미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게 됐고,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었다”며 “교사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밴나이스 고등학교 졸업 후 유펜으로 진학했던 조씨는 역사, 환경과학 등 전공을 3개나 공부했다. 아이비리그 대학 재학 중 유펜 학생회의 교육위원회 위원장 및 유펜 대학의 ‘펜 바이오 에틱스 저널’의 편집장, 하버드, 예일 등 8개 아이비리그 대학들을 대표하는 아이비리그 총학생회 부회장 등을 두루 거쳤다. 4.0에 가까운 GPA로 유펜을 최우등으로 졸업하기도 했다.
학력과 경력을 바탕으로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길로 진출할 수 있었지만 구태여 교사란 험난한 코스를 선택한 동기는 무엇일까.
▲Teach for America
조씨는 자신을 직접 찾아온 ‘티치 포 아메리카’ 리쿠르트와의 만남을 손꼽는다. 부자동네 명문 학군을 제외하면 미국 공립학교의 학생 중 30%가 졸업하지 못하고 탈락하는 현실과 망가진 공교육이 가져올 국가적 재난을 강조하는 리쿠르트의 설명에 위기감을 느끼는 동시에 “교육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한번 해보고 싶다”는 도전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군대 조직에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티치 포 아메리카’는 적진 후방 깊숙한 곳에 투입돼 전략적 작전을 펼치는 소수의 최정예 특수전 부대다. 단체는 교육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시골, 도심지 한복판 공립학교에서 최소 2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칠 최정예 교사를 양상하자는 목적으로 지난 1990년 설립됐다.
체력이 뒷받침된다고 해서 무조건 특수전 요원이 될 수 없는 것같이 의욕만 있다고 티치 포 아메리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다. 2006년 통계에 따르면 1만8,968명이 지원서를 냈고, 이들 중 2,400명만이 선발됐다. 선발자의 대부분은 소위 말하는 초강세 명문대학 졸업생들이며, 재학 중 공부 및 지도력 발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젊은이들이다.
프로그램 설립 20년이 다가오며 티치 포 아메리카 출신자들은 미국 교육계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좋은 사례는 흑인 거주자 비율이 70%에 가까운 워싱턴 DC에서 40년만의 첫 비흑인 교육감에 임명된 한인 2세 미셸 리(이양희·37)씨. 티치 포 아메리카를 통해 교사의 길에 입문했다. 한인타운 인근에 있는 잔 보로우 중학교의 헬레나 윤 교감도 같은 프로그램 출신이다. LA 통합교육구 관계자에 따르면 30대 초반의 윤 교감은 일반 교사와 비교할 때 승진하는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미국 공교육 위기론
한국에서 불고 있는 미국 조기유학 바람에도 불구하고 미국 공교육, 특히 과학교육에 대한 위기론이 만만치 않다. 위기론자들은 위기 극복의 최상책은 우수 교사 양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50개 주의 주지사들이 공동 주최한 행사에서 “망가진 미국 공교육을 살리지 않고, 특히 많은 고교생이 외면하는 수학·과학 교육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중국과 인도를 상대하기 어렵다”며 공교육에 경종을 울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학력 저하 예방을 위해 도입한 ‘낙제학생 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이 도리어 일선학교에서 과학교육을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정책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학군 가운데 29%가 수학과 읽기 교육 강화를 위해 과학교육 시간을 축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 물리학협회의 조사에서는 전국적으로 흑인과 히스패닉 10명 가운데 2명 정도만이 고등학교에서 물리학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A도 예외는 아니다. 하버드대 ‘시민권리 프로젝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LA통합교육구의 졸업률은 45%선이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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