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0분 운동·야채 과일을 많이”
미국 암협회(American Cancer Society)가 주최한 첫 한국어 암 세미나인 ‘건강한 가정을 위한 암 예방 교육 세미나’가 지난 16일 윌셔 그랜드 호텔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400여명의 한인들이 몰려 암과 건강에 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낸 이날 세미나에서는 서진호 위장내과 전문의, 앤젤라 조 가정주치의, 김영애 호흡기 내과전문의 등이 나와 한인들에게 발병률이 높은 4대 암인 대장암, 위암, 유방암, 폐암 등에 관해 상세히 강연했다. 이날의 강연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 한인 암 생존자들의 경험담을 요약했다.
대장암 육류 위주 식사 큰 원인, 혈변 지속땐 검진을
위 암 여러해 걸쳐 천천히 진행, 초기 완치율 높아
유방암 몽우리 만져지고 분비물 나오면 일단 의심
폐 암 사망률 가장 높아… 담배 적어도 40세전 끊어야
#대장암
대장암은 발생 부위에 따라 크게 결장·직장암으로 나뉘며 전이가 잘 되는 무서운 암이다. 몇 년 전만해도 한인들에게는 잘 발병하는 암은 아니었지만 육류위주의 식생활로 바뀌면서 발병률이 현저하게 늘고 있다.
1999~2003년에 캘리포니아 거주 한인을 대상으로 미국 암협회의 조사를 살펴보면 남성은 대장암, 위암, 폐암, 전립선, 간암 순으로 대장암이 남성에게 가장 잘 발생하는 암으로 나타났으며, 여성은 유방암, 대장암, 위암, 폐암, 간암 순으로 여성에게서도 2위에 랭크됐다.
하지만 대장암도 조기 발견되면 치료율이 높은 편. 대부분 50세 이상에게서 발견되므로 50세 이상 남녀는 5~10년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또한 가족 중 대장암, 결장이나 직장의 폴립, 장염 등 병력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걸릴 위험이 다소 높다. 흡연, 운동부족, 비만, 지방질이 많고 섬유질이 적은 식생활도 대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평소 변비가 너무 심하거나 설사가 계속되는 등 배변습관에 변화가 있거나 혈변이 계속되면 대장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 배변을 하루 3회 이상 해도 개운치 않거나, 혈액이나 점액이 섞인 변이 나오는 경우 등은 암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한달 이상 혈변이 지속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대장 내시경(colonoscopy) 검사는 결장 내시경보다 길고 정확하다. 대장 내시경 검사로 작은 폴립이 발견되면 의사가 검사 때 제거할 수도 있다. 대부분 대장암은 폴립으로 시작된다. 폴립은 악성(암)이 아니어도 장차 악성으로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보통 제거하게 된다.
문제는 한인들의 대장암 검사율이 낮다는 점이다. 2004년의 경우 캘리포니아에 50세 이상의 성인 중 이민자 43%가 지난 5년 내 결장 내시경 또는 대장 내시경을 검사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으며, 2001년에는 LA 카운티의 한인 27%만이 대장암 검진을 받은 것으로 보고됐다.
서진호 전문의는 “한인은 전 아시안 민족그룹에서 가장 낮은 비례로 대장암 검진을 받고 있어 문제”라 지적했다. 50세 이상 남녀는 5~10년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초기 대장암의 5년 생존율은 80~ 90% 이상. 대장암 초기는 진단 시 신체 다른 부분에 아직 전이가 되지 않은 것을 말한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변비 예방, 원활한 배변습관, 규칙적인 운동, 금연 등이 필요하다. 육류나 인스턴트 식사보다는 과일, 콩, 오이, 현미, 녹황색 채소 등 채식위주의 전통 신토불이 식단이 큰 도움이 된다.
서진호 위장내과 전문의
#위암
위암은 미국 내에서 14번째로 흔한 암이며 미국 인구 2% 미만의 사람들이 위암 진단을 받는다. 하지만 미주 한인들에게는 위암이 남성에게서는 2번째, 여성에게서는 3번째로 흔한 암이다. 또 세계적으로도 위암은 2번째로 흔한 암으로 분류되고 있다.
조기 발견이 관건… 정기검진 게을리 말아야
50세 넘어섰다면 5∼10년마다 대장내시경 받는게 좋아
소금에 절인 고기·생선
섭취 줄이는게 위암 예방
40세 이상 여성이라면
유방암 해마다 검진 필요
위암은 여러 해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 암으로 진전되기 전 시초는 보통 위의 내막인 점막에서 시작된다. 초기 위암 즉, 점막이나 점막하조직까지 침범한 경우에 발견하는 위암은 치료와 예후가 좋아 90% 이상 완치된다.
위암 역시 초기 위암은 증세가 거의 없고 초기 발견이 매우 어려운 편. 체중감소 및 식욕 부진, 복통, 복부 보통 배꼽 위 부분이 불편하고, 식사 후에도 상복부 영치 아래에 배가 부른 느낌, 가슴앓이, 소화불량 궤양성 증상, 메스꺼움, 구토나 혈토, 복부가 부은 증상 등이 나타나면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한다.
위암의 위험요소로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elicobacter pylori) 또는 H 파이로리란 원인균으로 위암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대량의 방부제 첨가 음식, 소금에 절인 생선이나 고기, 야채 섭취는 위암 증가와 관련 있다.
흡연 역시 위험요소다. 위암 발병률은 흡연하는 사람에게서 2배 이상 증가된다. 서 전문의는 “이론적으로는 2배이지만 많은 환자들을 살펴본 결과 5~7배는 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비만도 위험요소이며 위암은 아시안 특히 한인에게 가장 흔하다.
위암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훈제나 피클 음식 및 소금에 절인 고기나 생선을 너무 많이 섭취하지 말 것 ▲과일과 야채를 충분히 먹고 흡연 중지, ▲알콜 및 음료수 제한 등이 있다.
#유방암
미주 한인 여성들에게서 가장 흔히 진단되는 암은 유방암이다. 유방암은 악성 종양으로 유방 내 세포 즉 모유를 만드는 유선에서 발생한다. 유방암 진단을 받는 대다수가 40세 이상이다.
유방암의 위험요소로는 너무 어릴 때 초경을 경험했거나 50세 이후 늦게 폐경을 맞는 경우, 임신을 적게 한 경우, 에스트로겐을 함유한 약물을 복용한 경험이 있는 경우 등이다. 또 어머니, 자매 또는 딸(직계 가족)에게 유방암 발병이 있는 경우는 위험성이 약 2배.
앤젤라 조 전문의는 “하지만 실제 유방암 환자의 대부분이 직계가족 병력과 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한 암이 아닌 유방질환 병력, 알콜 특히 하루 2잔 이상 마시는 경우, 비만, 운동부족 등이 기타 위험요소에 들어간다.
유방암 역시 큰 증세가 없다. 하지만 새롭게 생긴 혹이나 손으로 만져지는 몽우리, 유방의 일부가 부어오르거나 유방 주위 피부가 아프거나, 움푹 들어간 경우, 유두가 아프거나 안쪽으로 함몰한 경우, 유두나 유방이 붉거나 거칠어진 경우, 모유가 아닌 분비물이 나오는 경우 등은 유방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유방암 역시 조기 발견이 관건이다. 조 전문의는 “모든 여성은 정기적인 임상 유방검진을 받아야 하며 40세 이상은 매년 매모그램으로 조기 검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암협회는 유방검진은 20~39세 여성은 3년마다, 40세 이상은 해마다 실시할 것을 권하고 있다.
김영애 호흡기내과 전문의
#폐암
김영애 전문의는 “2005년도 미국 암 사망률을 살펴보면 전체 사망 중 1위의 암은 남성, 여성 모두 폐암으로 나타났다”며 “치료 발견이 어려워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흡연자는 물론 위험군에 속한다. 흡연은 모든 폐암의 87% 이상의 원인. 결핵이나 폐에 흉터가 생긴 경우도 위험 요소에 속한다. 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일부 사람들도 간접 흡연으로 폐암에 걸릴 수 있다.
폐암의 증상은 기침이 끊이지 않으며 점점 심해지고, 가슴 통증, 숨이 차며 쌕쌕 거리거나 목이 쉰다. 또한 체중 감소 및 식욕 부진, 기침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발열, 반복되는 폐렴이나 기관지염 등이 있다. 아주 초기는 수술로 생존율을 높여줄 수 있지만 아주 작은 암세포는 수술이 불가능하다. 김 전문의는 “최근 항암제가 많이 좋아져 치료에 희망이 있다”며 “하지만 예방과 조기 발견 및 금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언제 담배를 끊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담배를 피우는 경우는 적어도 40세 이전에는 끊어야 한다. 40세 이전에 담배를 끊으면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과 발병률이 비슷해지며 70세에 폐암에 걸릴 위험이 0으로 준다는 것.
식생활·운동과 암의 관계
고기 구워먹을 때 발암물질 생성… 육식땐 야채 보충을
음식은 암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3명의 전문의 모두 채식과 과일 섭취를 늘리고, 매일 30분 정도 운동하며, 건강검진을 게을리 하지 말 것과 감사하는 생활을 할 것을 조언했다.
매일 적어도 30분씩 적당한 운동을 하면 모든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암협회에서는 건강한 성인은 적어도 30분 이상, 1주일에 5번 이상 운동할 것을 권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보통 강도에서 격렬한 강도까지 최소 60분으로 적어도 주 5일 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40세 이상으로 운동하지 않던 남성이나 50세 이상의 비활동적 여성, 만성질환을 가진 성인, 심장질환 위험요소를 가진 사람들은 운동을 늘리기 전에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조 전문의는 “역사적으로도 비만에 육류위주 식단을 즐기며 운동을 싫어했던 세종대왕은 당뇨로 추정되는 병을 앓았으며 53세란 젊은 나이에 사망했지만, 조선시대 왕들 중에서 가장 장수한 영조는 잡곡밥을 선호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철저한 건강관리로 83세까지 장수했다”며 “신체활동과 균형된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조언했다.
특히 고기를 구워 먹는 바비큐는 발암물질인 ‘Phlp’를 생성해낸다. 조 전문의는 “고지방 음식을 먹고 섬유질이 부족하면 창자에서 음식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활동이 느려져 변비도 생기고 다른 질병도 생길 수 있다. 육식을 하면 야채, 과일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채식하던 사람이 미국에 와서 육식위주의 식단으로 바뀌면 기존의 미국인보다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앤젤라 조 가정주치의
암에 맞선 한인 미니 투병기
■ 유방암서 회복한 문 모씨
“매년 정기검진 덕에
흉터도 없이 간단 수술”
■ 전립선암 투병 김병일씨
“내 건강을 너무 과신
수술시기 놓쳐 아쉬워”
이날 세미나에서는 유방암을 회복한 터헝가 거주의 문모씨, 전립선암 투병 중인 김병일씨(61)가 나와 각각 암 극복기를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문씨는 “미국 온지 23년째이지만 한국에 자주 나가는 덕에 매년 같은 주치의에게 건강 정기검진을 한 덕을 톡톡히 봤다”며 “지난해 9월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해 미국에서 다시 검사 받아 흉터자국도 없이, 유방을 절제할 필요도 없이 간단한 치료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마라톤 완주도 2회나 했던 김병일씨는 마라톤으로 자기 관리에 철저했던 덕에 건강에 과신한 나머지 건강검진을 게을리하다가 지난해 10월 전립선암을 늦게 발견, 수술시기를 놓쳤다. 다른 이들에게 조기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다는 김씨는 “현재는 호르몬 테라피와 4개월마다 PSA 검사를 하고 있으며 암이 더 커지지 않도록 건강에 조심하고 있다”며 “50세 이후 정기검진을 꼭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 반신반의했다는 문씨는 “친정 부모님이 장수하신 덕에 병이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결혼을 늦게 하고 아이를 늦게 가진 일, 모유 수유를 하지 않은 게 원인이 되지 않나 싶다”며 “정기 암 환자 모임에서 위로도 받고 바쁘게 살아왔던 미국생활에서 이제는 한 템포 쉬어가라는 의미로 병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 것도 극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자기 몸은 자기가 적극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두 사람 모두의 지적이었다. 김씨는 “처음 암 선고를 받았을 때 눈앞이 캄캄했지만 암을 친구처럼 받아들이고 싸우겠다는 의지를 살렸다”며 “전립선암에 걸리면 보통 쉽게 뼈로 전이되기 쉽지만 아직 전이가 되지 않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운동도 열심히 하며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암 협회의 크리시 김 한인 디렉터는 “암이 발병했더라도 끝이라 생각지 말고 병에 대해 이해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 암 협회에는 전화(800-227-2345), 인터넷(www.cancer.org) 등을 통해 암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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