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악한 20세기의 독재자는 누구인가. 줄곧 던져지는 질문이다. 그 후보는 항상 3명으로 좁혀진다. 히틀러. 스탈린. 모택동. 그 중에서도 최악의 독재자를 고른다면. 한 역사가는 주저 없이 히틀러를 꼽는다.
나치 히틀러 치하의 희생자 수는 스탈린시절보다 적다. 그러나 당시 독일이 최선진국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악’(邪惡)하다는 면에서 단연 1위라는 주장이다. 양보다는 질적인 면에서 그 죄과를 따진 것이다.
아니다. 스탈린이다. 또 다른 주장이다. 히틀러의 죄과는 전범재판을 통해 샅샅이 드러났다. 반면 스탈린의 죄과는 많이 가려져 있다. 그 결과 과소평가됐다는 것이다.
그 스탈린의 죄과를 뒤늦게나마 새롭게 종합적으로 조명한 게 ‘공산주의 흑서’(黑書)다. 한 때 좌파였다. 그런 사상편력을 지닌 프랑스 국립학술 연구센터의 스테판 쿠르투아의 주도하에 모두 11명의 전문가가 공동집필한 종합적 학술보고서다.
이 흑서에 따르면 공산주의란 이름으로 자행된 학살 피해자는 한 마디로 악마적 규모다. 한 때 좌파였던 탓인가, 아니면 프랑스의 좌파를 의식해서였는가. 쿠르투아는 그 희생자 수치를 다른 보고서에 비해 상당히 적게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수치는 1억을 헤아린다. 소련에서만 2,000만, 중국에서 6,500만이 희생됐다는 식으로.
계급투쟁을 통한 역사 발전을 부르짖는다. 그러나 사실에 있어서는 증오의 교리일 뿐인 악(惡)의 이데올로기다. 이 보고서가 지적한 공산주의의 실상이다. 그 증오의 교리는 무자비한 폭력으로 실행된다. ‘계급 대학살’(class genocide)이 그것으로, 나치의 ‘인종 대학살’(race genocide)과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그 계급 대학살은 이런 식으로 정당화된다. “우리는 특정 인물에 대해 전쟁을 하는 게 아니다. 부르주아 말살이 우리의 전쟁이다. 때문에 피고를 심문할 때 증거를 찾을 필요가 없다. 어느 계급 출신인지, 종교가 무엇인지가 문제다.”
이 흑서가 밝힌 흥미로운 사실은 히틀러가 스탈린의 수법을 카피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대학살의 원조는 스탈린이라는 것이다. 스탈린이 남긴 명언(?)도 그 사실을 뒷받침한다.
“모든 문제의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죽음이다. 사람이 없으면(죽어서) 문제도 없는 법이니까.” ‘사악’하다는 점에서 히틀러보다 스탈린이 오히려 한 수 위라는 주장의 근거다.
국부(國父)다. 13억 중국 인민이 떠받들고 있는 존재다. 그 모택동의 참 모습은 그러면…. “괴물도 그런 괴물이 없다.” 모택동에 대한 새로운 평가다.
‘공산주의 흑서’에 따르면 모택동 치하에서 희생된 인명은 6,500만 정도다. 50년대의 대약진 운동 때에만 3,000만 이상의 중국인이 아사했다는 것이다. 이 흑서는 그 때 상황을 이렇게 기술했다. “대약진 운동 시기에 사망한 어린이들의 시신은 삶긴 후 비료로 사용됐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대륙의 딸’의 저자 장융이 남편과 함께 펴낸 ‘모택동 비화’에서는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잔인한 모습의 모택동이 파헤쳐진다.
모택동 측근들로부터 증언을 수록했다. 소련 측의 자료를 인용했다. 그 결과 밝혀진 사실은 대장정 등 모택동을 둘러싼 신화의 상당부문은 허구라는 것이다.
특히 주목을 끄는 부분은 모택동의 사생활이다. 대약진 운동 시기 전 인민이 아사상태에 있었다. 그런 상황에도 모택동은 문란하고 또 극도로 사치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추진한 게 핵개발이다. 수천만의 인민을 죽음으로 몰아가면서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다.
게다가 김일성을 부추겨 6.25를 일으켰다. 유엔군의 반격으로 김일성이 몰리자 측근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공군을 투입시켰다. 이 새로운 전기가 밝히고 있는 내용들이다.
총체적 결론은 이렇다. 잔인하기 짝이 없다. 형편없는 에고이스트다. 그리고 철저한 스탈린 추종자다. 그러나 ‘사악’하다는 면에서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스탈린보다도 한 수 위라는 얘기다.
“모택동의 그 진짜 모습이 13억 중국인들에게 알려질 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모택동 비화’ 서평을 통해 한 비평가가 한 말이다.
공산주의 잔혹사(殘酷史)는 계속 쓰여 지고 있다. 학살된 정치범만 200만을 헤아린다. 아사자가 수백만이고. 그리고 먹을 것을 찾아 중원천지를 헤매는 탈북자만 수십만이다. 지금 평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언제가 될까, 그 날이. 그 체제가 무너지고, 그 때서야 전모가 밝혀진 그 체제 희생자 수에 다시 한 번 세계가 경악하게 될 때가. 쉰일곱 번째 6.25를 맞아 던져보는 질문이다.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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