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로 불린 적이 있었다. 침팬지도 나뭇가지를 이용해 개미 사냥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소 퇴색하기는 했지만 도구를 이용 내지 만드는 것은 인간의 특징 중의 하나임은 틀림없다. 애초에 인간은 왜 도구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조금 편하게 많은 양의 일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공통된 희망 사항이다. 상인들이 물건을 팔려 할 때 “공짜” 사인을 대문짝만 하게 붙이는 것도 이런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땀 흘리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큰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모든 사람이 그리로 뛰어들 것이다. 문제는 그런 길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얼핏 그런 것처럼 보이는 주식시장은 사실 보통 사람이 돈 벌기는 어려운 곳이다. ‘불 마켓’(bull market) 초기단계에는 증시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은 주식에 대해 잘 모르며 약간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해가 가고 두 해가 가고 5년이 가고 10년이 갔는데도 매년 10~20%씩 꾸준히 오르고 옆집 철수와 영희 내도 떼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들려오면 나도 모르게 귀가 솔깃해지는 것이 인간 심리다.
거기다 주가 상승이 가속도가 붙어 지난 6개월 사이 50%나 오르고 전문가들이 TV에 나와 “이번만은 다르다”며 투자를 권유하면 넘어가기 십상이다. 일부에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주가의 정점을 정확히 맞추기는 불가능하다. 처음 경고에 놀라 팔았던 사람들도 그 후 몇 년 계속 더 오르면 일찍 판 자신을 후회하며 다시 뛰어들기 마련이다.
정상적인 경우 이런 정도의 과열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산업 또는 기술 혁명을 통해 급속한 경제 성장을 경험하는 경우다.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잠재력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하루가 다르게 사회가 윤택해지며 주식 시장의 장기 호황이 이어지게 된다.
처음에는 경제 전반의 성장에 발맞춰 오르나 어느 단계를 지나면 인간의 원초적인 ‘공짜 선호 심리’가 가세하면서 투기장으로 변한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추락하기 시작하며 그 동안 투기로 번 사람들이 그 돈을 다 내놓고 나머지 가산까지 탕진하게 만들고서야 끝난다. 모든 매니아의 공통된 기승전결이다.
1700년대 초의 영국의 ‘사우스 시 버블’과 프랑스의 ‘미시시피 버블’이 그랬고 1920년대 미국, 1980년대 일본 증시와 부동산이 그랬다. 지금 똑같은 현상이 소위 ‘브릭스’(BRIC’S)로 불리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 개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브라질 증시는 지난 12일까지 올 들어 24번째 사상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러시아 증시도 3년 새 3배로 뛰었고 인도 증시 또한 3배가 넘게 올랐다.
그런 증시 과열 양상이 어느 나라보다 뚜렷한 곳은 중국이다. 중국 증시는 불과 1년 반 사이 254%나 치솟았다. 올 들어만 신규 투자 구좌만 33% 증가했으며 택시 운전사, 청소부, 대학생은 물론 절에서 도를 닦던 수도승들까지 주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주식 투자 열기가 워낙 무섭게 번지자 일부 기업에서는 아예 직원들을 위해 하루 30분씩 데이 트레이딩 시간을 별도로 주기도 한다. 이들의 주식 투자 방식은 첫째, ‘황소 장세’가 계속되도록 투자하기 전 쇠고기를 먹고 둘째, 증시가 활기차도록 빨간 옷을 입으며 셋째, 주식 코드에 행운을 상징하는 8자가 들어 있으면 무조건 산다 등이다. 매니아가 절정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앨런 그린스팬 전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이 중국 증시의 과열을 경고한 가운데 상하이 주가가 6월 들어 하루 7~8%나 연일 하락하는 등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여 년 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했고 최대 외환 보유고를 가진 나라다. 차이나 버블이 터질 경우 그 여파는 중국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증시의 동향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거기 있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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