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로서 필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체이스 맨해턴 은행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때 우리 또래들은 일이 신나서, 일에 미쳐서 지내곤 했었다. 무슨 프로젝트가 있어서 퇴근을 못하고 일을 하다보면 자정이 되어 대중교통이 없어져서 옆 회사 숙직실에서 새우잠을 자고 출근한 날의 기억도 있다. 직장 상사들은 항상 그렇게 존경스러워 보였고, 그들이 회식을 하자고 하면 그렇게 부름을 받는 게 자랑스러웠고, 다른 모든 약속들이 자연스럽게 밀렸다. 아니, 항상 상사들의 회식 권유가 없을까 기다리던 마음들이라고 해야 더 정확할 것 같다.
‘우리’라는 것이 주는 감각이 항상 옳고 정당하던 시절이었다. ‘나’란 감각은 별로 문제가 되질 않았고, 그걸 대단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 같은 세월이었고 사회의 분위기였다.
연세에 상관없이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잘 아시겠지만 이제 미국이나 한국이나 직장상사들이 회식하자는 얘기를 할 때 무조건 젊은 동료들이 반갑게 따라 온다고 믿는 분들은 없다. 요즘 젊은이들이 세상에 공포한 인생의 우선순위가 이렇다. 자기 자신을 위한 것, 가족, 친구들, 그리고 직장이다. 물론 시대에 상관없이 당위성을 갖는 우선순위지만, 배우자의 요구가 있으면 직장 일이 거기에 밀린다는 것이 그전 세대와 다르다.
위에서 ‘요즘 젊은이들’이라고 했는데, 소크라테스 때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예의가 없다”고 했다니 좀 상대적인 얘기다. 베이비붐 이후 세대도 있고, 386도 있고, “X세대”도 있어서 젊다는 것이 상대적이지만, 오늘 이야기 하려는 ‘요즘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한 지가 얼마 안 되는 사회 초년병들인 “Y세대” 얘기가 되겠다. 1977년에서 1995년 사이에 태어난 Y세대는 베이비붐세대가 낳고 키운 세대인데, 어려서부터 “너희들은 너희들이 상상할 수 있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고, 가질 수 있고, 될 수 있다”고 듣고 배우며 자라왔다. 그래서 이 세대는 좀 다르다.
어느 세대인들 그들의 독특한 꿈이 없으랴만, 이 세대는 필자가 일하는 부문에서 보면 졸업 생이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직장이 사람을 찾아다닌다. 좋은 졸업생 구해 가기가 쉽지가 않다. 그전엔 여름 인턴학생 뽑는 일은 주요 회계법인이나 컨설팅 회사에서는 그 전해 11월 전에 끝을 내었는데 요즘은 3월까지도 6월에 일 시작할 사람을 찾아야 할 때가 있을 정도로 좋은 사람 구하기가 힘든다. B-마이너스 겨우 받은 학생이 주요 펌에 들어갔다고 인사 올 때는 아주 잘 되었다고 축하해 주지만, 동시에 솔직히 그 학생이 일할 고객회사가 걱정될 때도 있다.
그러나 이 세대를 얘기할 때에 기존의 틀로 보는 것은 옳지가 않다. 회식에 빠지고 일주에 60시간 일하지 않는다고 “이 젊은 세대 마음에 안 들어”라고 하기 전에 우리는 이 세대가 우리 기성세대가 일을 시작할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일에 대한 엄청난 정보를 가지고 있고 또 무한에 가까운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옛날 회사 기획실 직원 여러 명이 주말에 특근을 해야 준비가 되던 프로젝트 분석을, 새로 들어온 애송이 직원 한 사람이 한나절 걸리면 다 해낼 지도 모르는 그런 시대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세대는 남성 여성의 고유 영역을 많이 허물어서 그전 세대보다 훨씬 이성에 대해서 진보적 생각을 갖고 있다. 인종에 대한 편협한 마음도 별로 없다. 세상이 좁아지고 타인종이 하는 일을 많이 보노라면 자연히 그렇게 된다. 그러나 이 젊은 세대는 직장에 대한 충성심이 옅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이 달라서가 아니라, 9-11같은 엄청난 사건들을 자주 접하다 보면, 옛날처럼 한 직장에 기대를 하고 평생 평화로운 마음으로 충성 한다는 게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너무나 불확실한 미래. 거기에다 환경재앙까지 예견되는 시대에는 오늘을 어떻게 일하고 즐기고 살아가는 가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젊은 세대. 기존의 잣대로 보고 그들에 대한 불만을 가지기 전에, “그들은 다르다”는 눈으로 보면 그들이 제대로 보인다. 정말 참을 수 없는 옷을 입고 희한한 장신구를 하고 회의에 들어오더라도, 그들이 없이는 장래 일할 사람이 없다는 인식을 하고, 또 그들이 그 전 세대보다 훨씬 일을 빨리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종열 / 페이스대 석좌교수 신한뱅크 아메리카 이사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