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센트럴 커네티컷주립대 경제학교수)
며칠 전 다른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미국 친구가 이메일을 보내왔다. 부인은 여러번 미국과 한국에서 개인전을 가진 한국 화가이다. 언제나 고국에 관한 기사, 소식, 자료가 있으면 보내오는데 이번 것은 정말 감명이 깊었다.
고국에서나 미국의 한인 중에는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필자는 이제야 읽고, 봤기에 비록 늦었지만 소감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용은 이 글의 제목 그대로 네 개의 손가락으로 명곡을 멋지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감격스러운 내용이다. 그녀의 이름은 이희아. 1985년생이니 지금은 22세가 되었다. 키는 103cm(3피트4인치), 체중은 33kg(73파운드).
그녀의 어머니는 결혼 전에 육군병원의 간호사였다. 아버지는 군복무 중 부상을 당하여 허리 아래가 마비되고 10년 동안이나 진통제로 살아온 환자였다. 결혼하였을 때 아기를 낳지 못한다는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 후 자동차를 타면 어지러워서 멀미 방지약을 먹었는데 임신이 된 것을 몰랐다고 한다. 이것이 화근이 되어 불구의 딸을 낳게 되었다는 추측이다.
아기를 출산했을 때, 유난히 짧은 팔에 손가락은 각각 둘 밖에 없었고, 다리도 무릎 아래는 정상적인 발육이 안되어 너무나 가늘었다. 병원 밖에서는 생존하기가 어려우니 아기를 집에 데려가지 말라고 하였다. 행여 해외의 양부모가 나타나면 입양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권고하였다. 의학이 발달된 나라에 가서 양육하면 희망이 있다는 견해였다.하지만 어머니는 딸을 입양시킬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매일같이 집으로 데려오겠다는 희망 속
에 살았다. 비록 손가락이 둘씩밖에 없었지만 “그 손은 튜립꽃 같았고 얼굴은 보름달 같이 뽀얗고 아름다웠다”라고 할 만큼 사랑에 차 있었다. 모성애가 승리하여 드디어 집으로 데리고 오게 되었다.
어머니의 수고와 희생, 그리고 사랑으로 온 정성을 다하여 잘 키웠다. 하지만 다리는 너무나 연약하여 세살 때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다. 걷기 시작하였지만 Y자로 생긴 절단 자리는 연한 뼈와 피부이기에 몹시 힘들었다. 피부경결로 아픈 곳을 어머니가 항상 약을 바르고 쓰다듬어 주었다. 지금도 보행시에는 양쪽 팔을 수평이 되도록 올리면서 걸어야 될 만큼 힘든다. 놀랍게도 손가락 네 개밖에 없으면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왼손은 오른쪽보다 더 약하고 손가락 하나는 그저 매달려 있는 것 같다. 두 손가락 모두 굽힐 수가 없다.
본인의 각오와 결단심은 비상하다. 신체의 온갖 장애를 극복하고 계속 맹연습한 결과가 놀랍기만 하다. 멜로디나 속도, 음률 등 소리만 들으면 장애자가 연주하는 줄 모를 만큼 부드럽고 아름답다.물론 어머니의 비상한 노력, 인내, 사랑, 이해로 꾸준히 가르쳐 준 결과가 완연하다. 이토록 모
녀가 한몸이 되어 최선을 다한 결과는 분명히 성공적이다. 2004년 현재로 이미 200회 이상이나 국내와 해외에서 공연을 하였다. 가는 곳마다 연주 자체가 매혹적이지만 믿어지지가 않을 만큼 놀랍고 신기하다. 청중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해 줄 만큼 감동적이다.
더구나 보통사람 보다 손가락 하나가 2.5배의 수고와 속도로 악보를 쳐야되는 부담이 있다. 이에 더하여 악보와 악보 사이에 단절이 안되도록 피아노의 페달을 반복하여 밟아야 되는 노력이 가중되어 있다. 이러한 실정에 그녀의 어머니는 연주하러 갈 때마다 특별히 조립된 부속장치를 일일히 페달에 연결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딸의 공연을 위한 매니저의 역할도 감당하고 있다.
한번은 모녀가 해수욕을 갔을 때였다. 해변의 모래 속에 딸이 두 손을 파묻고 어머니가 물에 젖은 모래를 가볍게 어루만지면서 둘이 한 목소리로 “새 손 나와라. 새 손 다오. 헌 손에서 새 손 나와라” 하는 모습은 정말 애처롭기만 하였다.2000년 전 해변에서 복음을 전파할 적에 예수가 병자를 고치던 때라면 어떤 기적이 있었을 터인데 하고 소원해 본다.
오늘도 신체장애자에게 소망을 주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희아 양과 온갖 수고를 마다않고 감수하는 어머니의 특별한 사랑과 헌신적인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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